알 카에다나 IS, 국제적 충격 주는 테러에 혈안
탈레반, 아프간 장악에도 경영 능력·재정 없어
미국, 이슬람 테러 단체들조차 조종할 수 있어
아프간, 인도·中·러 등 인접해 지정학적 중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탈레반이 카불로 진격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차지한 모습. ⓒ유튜브 알자지라

5. 9.11 사태 이후 미군이 수 년간의 전쟁을 통해 아프간을 장악하고 알 카에다를 사실상 초토화시켰다. 빈 라덴 잠적 이후 알 카에다는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세력이 극히 약화됐는데, 지난 수년 동안 아프간 내 탈레반 가운데 불만을 품은 전사들이 이탈해 알 카에다 또는 IS 아프간 지부를 만들고, 그룹 재건을 위해 활동해 왔다.

탈레반에서 넘어간 IS그룹이 IS ‘호라산 지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카불 공항 테러를 했다고 주장하는 IS 전사들은 ‘카불 셀 IS-K Talibs & Haqqani’ 소속원들이다.

알 카에다든 IS든, 시리아로 집결하여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하며 싸우다 실패하고 최근 수년 동안은 거의 활동을 못했다. 그들은 조직 재건을 위해 리비아로 이동했으나 또 다시 실패했다.

그러자 알 카에다 및 IS 조직원들 사이에서 새로운 리더십 경쟁이 일어났다. 누가 더 극단적 방법으로 서구 세력 또는 서구 세력의 하수인들을 테러로 막대한 피해를 주느냐가 리더십 경쟁의 핵심이었다. 리더십과 관련하여 지하 마피아 조직의 행태와 유사하다.

그래서 알 카에다나 IS는 국제적 충격을 주는 테러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규모의 테러를 잘 하는 지역 조직으로 세계 곳곳에 흩어진 조직원들이 충성을 맹세하며 몰려든다. 그리고 지역 조직은 강화되고 국제적 리더십을 갖게 된다.

이번 카불의 공항 테러에 대하여 IS는 자기들이 했다고 주장했다. 자기들의 명성을 내기 위함이다.

6.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국가를 장악했으나 정상국가로서 경영능력이 없고 재정도 없다 보니, 탈레반 집단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사실상 아프가니스탄은 앞으로 암흑과 어둠이 계속될 것이다.

카불 공항 테러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나 의회가 가만히 보고만 있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 절대 강국 미국이 약속을 어기고 자국민을 공격한 탈레반 집단을 결코 그냥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은 실제로 두 차례 보복 공격을 발표했다. -편집자 주)

그러면 북한 같은 세계 깡패 국가들이나 집단들이 미국을 우습게 보고 대들기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미국의 리더십은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가 미국의 말을 듣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리더가 없는 세계 공동체는 각자 자기 소견대로 행하며 결국 난장판이 될 것이다. 미국은 어떤 형태이든 개입해야 한다.

미국은 아프간 부통령이 주도하며 결성한 저항군을 지원하든지, 응징 차원에서 직접 군사 개입으로 카불을 탈환하든지, IS나 알 카에다를 유도해 탈레반과 헤게모니 전쟁을 하게 하든지, 탈레반을 움직일 카드가 많다. 미국 국민 여론의 지지와 미국 정치지도자의 결단 문제이다.

또는 더 장기적으로 탈레반 지원의 배후인 파키스탄에 대해 강력 제재 조처를 하여, 아예 파키스탄-중국 연대를 해체시키고 이 기회에 아프간 탈레반을 조종해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개입을 통해 중국 해체를 시도하는 등, 다른 중장기적 정책적 옵션들도 있다.

탈레반 세력은 부통령이 주도하는 저항군을 공격한다며 병력을 판지쉬르 지역으로 이동시키더니, 벌써 저항군과 탈레반 대표단이 만나 협상을 시작했다. 일단 다음 협의 모임까지 상호 공격을 일단 중단하기로 했는데, 이날 나온 저항군의 요구는 분명하다.

“판지시르(Panjshir) 저항군 대표단은 거버넌스 시스템의 전체 구조를 주요하게 주장했다. 양측의 요구 사항에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양측은 메시지를 지도자들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탈레반 대표단의 말이다. 결국 탈레반 주도의 경직된 샤리아 율법 체제로 가느냐, 민주적 정상국가로 가느냐의 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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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시내를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는 탈레반. ⓒBBC 보도화면 캡쳐

부통령과 저항군 공동전선을 구축한 아흐마드 마수드(Ahmad Massoud)는 BBC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포용적이고 수용 가능한 정부가 수립되지 않으면, 아프가니스탄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탈레반과 협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캐나다와 같은 여러 국가에서는 배타적 정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체제에서는 국민들이 계속해서 고통을 받을 것이다.”

탈레반은 포용적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개념은 아직 명확해지지 않았다. 미국은 탈레반이 정상 국가로 가지 않을 경우 저항군을 지원하여 또 다시 전쟁으로 갈 수 있다. 이 판지쉬르 저항군은 20년 전 미군의 아프간 개입 때 가장 먼저 미군에 붙어서 탈레반을 몰아낸 타직-우즈벡 족이 연대한 소위 ‘북부 군벌’이다.

아프가니스탄은 각 소수민족이 자기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다민족 국가이다. 다리어를 공용어로 한다고 하지만, 지난 1세기 이상 국가가 혼란 속에 있다 보니 언어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구 면에서 파슈튠족 다음으로 많은 타직과 우즈벡 종족을 완전 배제하고 탈레반 정권이 오래 가지는 못한다. 외세는 이 종족들을 지원해 언젠가는 내전을 일으킬 것이다.

탈레반 정권이 미군이 놓고 간 장갑차 5천대, 첨단 군헬기 20대 등 많은 첨단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여, 마치 강력한 군대가 된 것처럼 언론에서 언급하지만, 당장 첨단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도 없거니와 부속품도 없이 미국 군수 제품을 계속 사용하기는 어렵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내전 당시 시리아 내 이슬람 반군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려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려 했다. 그러나 이슬람 반군이 이기지 못하자, 다른 나라 알 카에다 요원들을 시리아로 유도해 이슬람 반군과 함께 싸우게 했다. 그러다 이 알 카에다 요원들이 변심해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를 장악하고 ‘이슬람 국가(IS)’를 선언했다.

그러면 미국은 어떻게 미국의 대적인 알 카에다를 이용할 수 있었을까? CIA는 알 카에다나 IS 내에 요원들을 잠입시켜 그들을 조종하고 있다.

최근 9.11 사태가 ‘미국 정보부가 만든 프로젝트’라는 음모론이 다시 강하게 부상하고 있다. 미국 정보요원이 빈 라덴의 아프간 알 카에다에 잠입해 그들로 하여금 미국을 테러 공격하게 했다는 논리다. 그래서 9.11 사태 유족들이 다음날 9.11 추모행사에 바이든의 참여를 거부하며 진상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분명한 것은, 이슬람 테러 단체들조차 조종할 수 있는 역량이 미국에게는 있다는 것이다. 음모론 하면 늘 양처럼 순진해지는 전문가들은, 왜 미군이 철수 하기 전 카불 감옥에 있는 1천여 명의 IS 전사들을 풀어줬는지를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이번 카불 공항 테러가 발생하자, 아프간인들 사이에서 ‘배후가 CIA’라는 소문이 파다한 이유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미군 철수를 미국 국내 여론에 떠밀려 하게 되었는데, 미국 딥스테이트가 다시 미국 국민 여론을 부추겨 군사 개입의 명분을 얻기 위해 만든 조작 테러라는 것이다. 아무튼 국민적 지지를 끌어낸다면, 재력과 군사력을 가진 미국에게 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많다.

또 바이든 정부의 부통령은 인도계 여성으로써 미국 민주당 절대 권력자 패러시 의원이 후견인이다. 인도와 미국이 강하게 연대하며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을 어떤 형태로든 통제하고, 파키스탄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해야 하는 상황이다.

7. 아프가니스탄은 파키스탄, 인도,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에 인접해 있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남진을 원하고, 중국 시진핑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서진을 추진하고있다. 이 프로젝트로 중국이 파키스탄에 막대한 투자를 하게 되자, 미국의 오랜 동맹인 파키스탄이 중국으로 붙었다. 몇 년 전부터 미국은 이에 대하여 매우 분노하고 있다.

이번 탈레반의 성공은 파키스탄이 주도적으로 탈레반을 돕고, 중국이 간접 공조한 결과이다. 미국이 파키스탄-중국 연대를 차단하려 인도를 아프간에 끌어들이자, 인도의 대적 파키스탄과 중국이 전격적으로 미국과 인도를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몰아낸 것이다.

이처럼 지정학적 주요 위치에 있어 세계 강대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개념 없이 행동한 결과 그 앞날이 참혹해졌다. 또한 아프간에는 첨단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희토류가 있다고 하여, 수년 전 막대한 희토류를 보유한 중국이 이를 무기화하려 한 적이 있다. 미국이 대중국 정책으로 아프간 희토류를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탈레반 전사들은 “우리가 무력으로 소련도 몰아냈고 미국도 몰아냈다”며 두 세계적 제국을 이겼다는 자기 자만에 빠져 있다. 무지의 종교의 노예가 된 아프간은 프랑스와 미국을 이긴 베트남과는 전혀 다르다.

우수한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와 문화의 유산을 가진 인구 8천만의 이란도 시아 이슬람 종교에 갇혀 40년 이상 경제적 고립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단일 민족 북한은 주체사상, 즉 결코 사상적으로 통합할 수없는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두 사상의 변태적 변증법에 갇혀 50년 이상을 고집스럽게 굶주리고 있다.

따라서 탈레반은 무작정 고집을 부리지 말고, 빨리 국제사회가 수용 가능한 입장과 로드맵을 정리해 공포하고 속도감 있게 정상국가 기조와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전쟁만 했는데 앞으로 20년 동안 다시 전쟁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바울 선교사
40년 이상 이슬람을 연구하고 활동한 이슬람권 전문가이다. 서울대, 고려대, 아세아연합신학교 강사, 호서대 및 한동대 국제학 교수와 국제중앙아시아학회(IACAS) 회장, 한국중동학회 및 국제 NGO학회 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터콥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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