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지대계 교육 법안, 심야 시간 기습적 의결 참담
공무원 과도한 권한 부여, 도리어 부정과 비리 발생
대한민국, 사립학교 존재할 수 있는 국가 맞나 의문
올바른 교육 발전 방해하는 의원들, 낙선 운동 필요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사학법 개정 반대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사학법 개정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한국교회가 ‘사립학교 교원임용의 자주성은 보장되어야 합니다’는 제목의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고 반대에 나섰다.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 소강석·이철·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김종준 목사, 이하 한장총),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는 공동으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발표했다.

지난 8월 1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사립학교 교원 채용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강제로 위탁’시키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 통과된 바 있다.

정길진 이사장(학교법인 진선학원)의 시작기도 후 한장총 대표회장 김종준 목사가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1885년 선교사들에 의해 배재학당과 경신학당이 설립된 이래, 기독교 학교는 기독교적 건학 이념을 바탕으로 교육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나라 발전의 초석이 되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오늘날까지 이어왔다”며 “일제강점기에도 폐교를 불사하며 정체성을 지켰고, 항일 구국운동과 민족 교육의 요람으로써 역할과 책무를 다해 왔다”고 말했다.

김종준 목사는 “기독교 학교가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기독교 인재를 양성하여 나라 발전에 공헌해 왔던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그러나 평준화 정책 이후 사립학교들은 준공립화되었고, 최근 학생인권조례, 국가인권위원회의 일방적 권고 등으로 정체성을 지키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학교에서는 신앙과 성경 과목을 가르칠 수 없게 되었고, 자체 운영마저 법과 제도로 제한당하는 등 기독교 학교의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사립학교 교원 임용을 교육감에게 강제로 위탁시키는 법안이 여당에 의해 기습적으로 강행 통과됐다”며 “한국교회는 지난해 10월 이 자리에서 사립학교 운영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해당 법안 폐기를 강하게 요청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물론 교육 당사자들과의 기본적 논의도 없이, 해당 법안을 강제로 통과시킨 것에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법안을 심야 시간에 기습적으로 의결하는 행태를 보면서, 부끄러움마저 느꼈다”고 성토했다.

김종준 목사는 “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독교 사학은 교원의 임용권을 박탈당할 뿐 아니라, 건학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반기독교인들, 심지어 이단에 속한 사람들까지 임용할 수 있게 되어 기독교 사학재단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눈앞에서 기독교 학교의 존립 기반 자체가 뒤흔들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해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기독교 학교 교사 임용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천명했다.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사학법 개정 반대
▲이재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이철 감독회장의 긴급 성명서 발표 후 이재훈 목사는 “이번 법안은 한국교회가 사회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간과하고,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하여 불필요한 과잉 입법을 시행한 것”이라며 “자문기구를 심의기구로 조정하고, 교직원의 징계권을 교육청으로 이관시키는 한편, 신규 교원 채용을 교육청에 강제 위탁하는 것은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목사는 “일부 국가 공무원에게 과도한 권한이 부여된다면, 도리어 부정과 비리가 발생하는 것을 역사를 통해 많이 경험했다”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고, 권력의 분산으로 공정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교육감의 기본 채용 논란은 그 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담겨 있는 심각한 자율권 침해 부분을 재고하여 폐기해야 한다”며 “사립학교와 기독교 학교들은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 데 대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일부이지만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학교 운영에 대한 깊은 자성과 하나님 앞에 회개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그동안 ‘1교회 1학교 세우기 운동’으로 대한민국 역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우리 선배들은 ‘교회 옆에 학교를, 학교 옆에 교회를’ 세우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다”며 “무너져 가는 교육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교회와 학교가 연합하여 교회는 학교를 위해 기도하고 지원하며, 학교는 다음 세대를 참된 대한민국 국민으로 온전한 신앙인으로 양육하기 위한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국에 세워진 500여개 기독교 초·중·고·대학에서 온전한 기독교 교육이 이뤄져, 대한민국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며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성도님들께서 함께 기도와 지원을 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사학법 개정 반대
▲박상진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대한민국이 사립학교 존재할 수 있는 국가인지 심각하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평준화 이후 학생선발권이 사라지면서 사립학교 위기가 시작됐지만, 기독교 사립학교를 비롯한 모든 사립학교들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후 교육과정이 국가적으로 획일화되고 신앙교육 성경교육을 할 수 없도록 획일화되면서 교육과정의 자율성마저 사라져 버렸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후 개방이사 제도를 통해 사학법인 구성의 자율성 자체가 위협받게 됐다. 등록금 책정의 자율성이라는 고유 기능조차 누릴 수 없는 체제가 됐다”며 “마지막 남은 것이 교원임용 자율권이다. 이는 그야말로 오늘날 기독교 사립학교를 포함한 모든 사립학교가 가진 마지막 자율성인데, 8월 19일 야밤에 교육위원회에서 여당의 단독 강행으로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는 교사이다. 오산학교는 시설과 재정이 아니었다. 남강 이승훈 선생, 고당 조만식 선생이었다”며 “사립학교는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교사들에 의해 존립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이러한 건학이념을 구현할 고유의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더 이상 사립학교가 존립할 수 없는 체제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개탄했다.

박상진 교수는 “다양한 사립학교가 존재함으로써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획일적이 아닌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헌법 제31조(교육의 권리)가 보장하는 나라”라며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0조도 있다. 이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 교육의 자유도 포함돼 있다. 어떤 종교든 학교를 세워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인데,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을 구현할 인사권을 박탈함으로써 종교계 사학의 기반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번 악법을 막아냄으로써, 얼마든지 복음을 전하고 종교교육을 할 수 있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국가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이번 개정안은 ‘사립학교 공영화’라는 현 정부의 거센 물결 속 하나의 모자이크”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럴거면 아예 사립학교를 폐지하라. 전체 사립학교를 매입해서, 국공립학교로만 운영하라”며 “그래도 사립학교가 필요하다면, 사립학교다운 사립학교가 되기 위해 자율성을 보장하되, 가장 중요한 교원임용권을 보장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처럼 건강하고 다양한 사립학교, 종교적 건학이념을 갖고 올바른 민족 지도자와 하나님 나라 일꾼으로 세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질의응답에서 향후 대책에 대해 박 교수는 “오늘 법사위가 있고, 내일 국회 본회의가 열린다.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향후 모든 합법적 방안을 동원해 폐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여기에는 헌법소원도 당연히 포함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이 땅에 교육의 자주성이 보장되는 존립 가능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교원임용의 자유가 회복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선운동에 대해선 “법안을 제안하고 찬성한 분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향후 선거에서 올바른 방향으로의 교육 발전을 방해하는 의원들은 응당 낙선운동이 필요하다”며 “모든 학부모들, 기독교뿐 아니라 이 일에 동참하는 유권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위 통과를 막을 수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최초 법안 제안자를 비롯해 교육위 의원들에 대해 다각도로 연락을 취했다. 작년 11월 한교총 성명서 발표 이후 계속 문제를 제기했고, 최근 교육위를 전후해 만나고 설득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며 “이번 개정안은 국가주의적·사회주의적 교육으로 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자율성을 철저히 제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적 임용권 박탈 법안 내용에 대해선 “현 시행령에는 ‘교원임용권자가 필요할 때 교육청에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신규 채용의 경우 필기시험을 보도록 하고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해야 한다’고 강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엄청난 차이”라며 “임용에 대한 모든 권한이 임용권자에게 있음에도, 필기시험으로 규정한 것부터 문제다. 필기시험 성적 순으로 뽑으라는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기독교 사학의 경우 반기독교인, 이단 등도 임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사학법 개정 반대
▲이철 감독회장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앞서 발표한 성명서에서는 “개정안은 교원임용을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하도록 강제함으로써 학교법인의 인사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이는 ‘사립학교 설립과 운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부정하는 동시에,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행사하는 학교법인의 고유한 인사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독교학교는 기독교적 건학이념으로 세워진 학교로서, 그 설립이념을 구현하는 것이 학교의 본질적 존립 이유”이다. 따라서 기독교학교는 ‘기독교적 건학이념 구현’과 ‘학교 발전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 인사권이 반드시 자주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향해 △‘사립학교 교원 임용의 교육감 위탁 강제’라는 위헌적 독소조항을 완전 철폐할 것 △사과 및 철회에 응하지 않을 시 낙선운동과 헌법소원 등 합법적 수단 동원해 책임 물을 것 등을 천명했다. 한국교회 차원에서는 △역량을 하나로 모아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공동 대응할 것 △도덕성과 투명성을 높여 사학 존립을 위한 자정적 노력에 기꺼이 동참할 것 등을 다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들 외에도 예장 통합 변창배 사무총장,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 숭실대 박광준 이사장과 함승수 교수(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또 위 단체들 외에도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 기독교학교협의회, 교목전국연합회, 한국기독교학교연맹,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가나다 순)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