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미나
▲온라인 병행으로 진행된 북한인권정보센터 세미나 현장. ⓒ유튜브 디비티비[DBTV] 화면 캡쳐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북한 인권 정보 데이터베이스화를 넘어,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등 사법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첫 단계로 19일 세미나에서는 북한 인권 가해자 데이터 구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책임 규명 방안을 모색했다.

신영호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은 먼저 개회사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심층 면접을 불허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북한인권 정보를 입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고, 끝내 북한인권백서와 북한종교백서 발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시 한 번 정부 방침의 재고를 촉구한다”며 통일부를 규탄했다.

이어 “이제 NKDB는 북한 인권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에 머물지 않고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사법 활동을 추진하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마련해 실천하고자 한다. 이 세미나가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그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한 ‘북한인권 책임 규명을 위한 가해자 파일’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또 300명의 신규 탈북민에 대한 설문조사(탈북민 30명은 심층 면접)도 공개했다.

강제송환, 구금 등은 현재진행형
가해자와 가해기관 정보 체계화

이번에 추가된 탈북민의 대다수는 2018년(45.3%), 2019년(47.7%)에 탈북했으며 성비는 남성 44.7%(134명), 여성 55.3%(166명)이고 연령은 30대(27.3%), 50대(26.7%), 20대(22.7%), 40대(17%), 60대(5.7%), 70대 이상(0.1%)으로 전 연령대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재북 당시 종교나 외부 정보를 접했다는 이유로 처벌 당한 적 있던 비율이 2.3%로 나타났다. 탈북 시도 중 체포 또는 강제 송환된 비율은 16.3%, 조사 및 구금시설에 수감된 경우는 38.1%에 달했다. 가족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이들도 있었다.

또 북한, 중국 등 제3국에 거주하며 득문한 반인도범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35%가 구금 및 신체적 자유 박탈을 겪었고 22%는 고문을 당했다. 또 살해에 대한 목격 혹은 득문도 48.3%로 나타났다.

30명에 대한 심층 면접 조사는 기관 근무자(구금시설 포함)와 증언자(피해자 포함)를 대상으로 했다. 심층 면접 조사에 응한 탈북민의 66.7%는 2019년에도 탈북했으며 2018년은 20%, 2017년은 10%, 나머지 3.3%는 2016년에 탈북했으며 20대가 3.3%, 30대가 36.7%, 40대가 30%, 50대가 20%, 60대가 10%다.

교화소 보위부 북한인권 가해자
ⓒ북한인권정보센터
특별히 NKDB는 이번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직접 가해자의 소속 기관, 직책, 가해 행위의 자발성 고의성, 가해기관 관련자 정보, 가해기관 명령체계 등을 조사했으며, 이를 통해 확보된 약 350명의 신규 가해자 정보와 누적된 DB 간 교차 검증을 통해 가해자 인물과 사건 파일을 정리했다. 아울러 사건과 인물의 신뢰 수준, 사건과 인물 유형화 적합성, 가해자 규정 적합성 여부를 살피고 북한 법률 적용시 위반 수준 및 처벌(여부)도 검토, 향후 추가 조사 및 보완 필요 사항을 정리했다.

NKDB 측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가해자 정보 확보 시도에 대한 협력 구도를 마련하고 효과적인 북한인권 책임규명을 위해 요구되는 가해자 및 가해기관 정보를 확보했다”며 “또한 북한 당국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필요했던 ‘인권 피해 사건’ 및 ‘가해자 정보’를 정리해 국제 사회의 책임규명 작업에 효과적인 형태로 제작됐고, 복수의 자료들과 효율적인 연계가 가능하도록 가해자 인적 정보 및 관련 사건을 체계화했다”고 성과를 전했다.

아울러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인권 상황을 개선하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구도에 동참하고, 70여 년간의 반인도적 정책 및 행위에 대한 북한 정권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성과를 낳았다”며 북한인권 책임규명에 대한 이해 제고 및 필요성을 환기했다.

한편 구금시설 수감자들의 경우, 소위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게 됨에 따라 자신을 취조한 인물, 구금시설 책임자의 인적 정보를 파악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고문과 폭행, 협박이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환경 속에서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해 가해자의 인적 정보를 파악해야겠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나타나 가해자의 정보를 상세히 파악하고 기억하는 데 한계도 지적했다. 정부기관 근무자였던 조사 참여자들도 재북 당시 직장에서 발생한 사건을 진술하는데 주저하는 경향을 보여 구체적 진술을 확보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이에 NKDB는 “북한 주요 기관에 소속된 근무자들이 적어도 수십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3만여명에 불과한 탈북민들이 동일한 가해자를 여러 차례 증언할 가능성은 확률상 크지 않고, 증언자들이 기억하는 가해자의 인적 정보 수준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여러 명의 증언자들이 한 명의 가해자에 대해 각자 파편적인 정보들을 제공할 경우 그러한 정보들이 결국 동일한 가해자에 관한 것이었음을 판단하기까진 매우 정교한 분석과 검증이 요구된다”고 했다.

비공개 인권 침해 급증… 통일부 비협조
문재인 정부, 북한 인권 문제에 무관심해

한명섭
▲한명섭 변호사. ⓒ유튜브 디비티비[DBTV] 화면 캡쳐

이후 한명섭 변호사도 북한인권 정보 수집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북한 인권침해 기록의 기능(또는 필요성)은 첫째, 북한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관심을 두고 북한 당국을 상대로 문제점을 지적하여 스스로 인권 개선을 해나가도록 촉구하고, 둘째로 남북한이 통일되었을 때 제기되는 과거청산을 위한 기능을 할 수 있고, 셋째로 기록 그 자체가 북한 내 인권침해의 예방적 기능을 한다”고 했다.

또한 통일부의 뷱한인권기록센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 변호사는 “형사소추 기능이 없는 통일부에서 인권침해 관련 사실을 기록을 위한 전문성을 얼마나 갖추었고 얼마나 구체적으로 기록을 하였는지의 내용적 측면은 물론이고, 형식적인 측면만 봐도 오히려 법 제정 이전보다 북한인권기록 활동이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10월 이후 활동 내용은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2019년 5월 20일자 서울경제 기사를 보면 법무부가 수집하고 있는 북한 인권침해 사례가 1년 만에 2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 수뇌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통일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20일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186건의 북한 인권침해 사례가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92건) 건수 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도에 대해 법무부는 그 다음 날인 21일 즉각 ‘이관받은 북한인권기록 관련 자료는 186건으로 작년 같은 분기의 92건보다 약 2배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수집.기록하여 이관하는 북한인권 기록 관련 자료에는 북한 인권침해 사례라기보다는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실태 정보만 기록된 자료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즉 법무부로 이관되는 자료에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자료만 있는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정부 업무의 구체적인 통계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인권기록센터는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들을 면접 조사해 정책 수립 참고용으로 비공개 보고서만 발간했고,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그 직전년도 인권실태보고서를 비공개 내부용으로 발간했다. 이에 대한 비판을 인식해서인지 통일부는 2020년 9월 17일 공개용 보고서 발간 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지만, 며칠 뒤 이를 번복하고 결국 공개용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법은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법 제1조),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설립목적을 북한주민의 인권상황과 인권증진을 위한 정보를 수집·기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법 제13조 제1항). 그런데 이러한 정보를 3급 비밀정보로 취급하면서 내부 비공개 자료로 하고 공개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입법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 역시 우리의 분단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역사로, 이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특히 가해자에 대한 정보수집은 그 자체로 북한인권기록의 본래 기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북한 인권 기록은 통일 이후의 사회통합과 미래지향적인 통일한국을 건설하기 위한 과거청산 과정에 필요한 작업이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하여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