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분단과 냉전, 동북아 역사의 끝이 아니다
한일 종교시민사회, 한반도 평화와 통일 이뤄야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 짓는 희년의 기쁨 창조를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플랫폼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이하 플랫폼)’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8.15 광복/패전 76주년 한일 종교 시민사회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플랫폼은 한일 간 갈등을 해소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20년 7월 발족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시민사회와 종단을 중심으로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양국 22개 연대체와 10개 단체가 핵심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동대표로는 김경민 사무총장(한국YMCA전국연맹), 이홍정 목사(NCCK 총무), 정인성 교무(남북하나재단 이사장), 한충목 상임대표(한국진보연대), 오노 분코(종교자 9조의 화), 타카다 켄(전쟁반대·9조 수호 총동원행동), 노히라 신사쿠(피스보트), 미츠노부 이치로(일본 천주교 정의와평화협의회) 등이 있다.

인사를 전한 이홍정 총무는 “우리는 한반도의 분단과 냉전이 동북아시아 역사의 끝이 아니라는 신앙고백 위에 서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치유되고 화해된 세상,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만물의 생명이 풍성함을 누리는 세상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재창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다시 맞이하는 미완의 해방 76년 8.15에 플랫폼의 이름으로 연대한 한일 양국의 종교시민사회가 한반도 평화와 상생과 통일을 이루고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짓는 희년의 기쁨을 창조해 갈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충목 상임대표는 “8월 6일과 9일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날이었다. 당시 30만 명의 민간인이 죽었고, 그 중에는 4만 명의 조선인도 포함되어 있었다”며 “우리는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과거 청산이다. 한국과 일본 종교인들, 시민사회가 앞장서 과거를 치유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 공동 번영의 길, 젊은 세대들이 미래를 개척하는 일에 함께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동성명서의 취지와 내용을 전한 김경민 사무총장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계기로 한일 종교 및 시민사회는 많은 대화와 공동행동을 함께해 왔다. 특히 종교계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시민들 목소리를 더욱 크게 만들어내자는 공감이 플랫폼 탄생으로 이어졌다”며 “종단과 시민사회를 망라한 한국과 일본의 연대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초안을 중심으로 4차례 정도 일본 측과 의견을 공유하며 최종안을 만들었고, 일본에서도 오늘 함께 공동성명을 발표한다”고 소개했다.

김 사무총장은 “성명서의 중요 취지는 남북, 일본, 중국, 러시아가 친구로서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는 의지 표현”이라며 “일본에서 강행되는 헌법 개정이 일본 시민사회의 문제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와 민주주의에 중요한 지렛대이고, 동시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일이 일본에서도 함께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성명서에서는 일본 정부를 향해 △‘전쟁 가능한 나라 만들기’ 시도와 헌법 9조를 비롯한 헌법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 △식민지배와 강제동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직시하고 반성하며,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 △재일 한국인에 대한 민족 차별을 멈추고 조선학교 수업료 무상화와 유치원·보육원 보육료 무상화를 즉시 적용하라 △재일 한국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방치하지 말고 ‘표현의 부자유전’에 대한 방해를 간과하지 말라 △오키나와 기지 문제를 직시하고 기지가 없는 오키나와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라 등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남북 공동선언을 이행하여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노력하라, 한국과 미국 정부에게는 △2018년 남북, 조미 합의를 조속히 이행하라, 한일 양국 정부에게는 △중국 봉쇄를 위한 쿼드 체제 참여를 즉시 중단하라 △올바른 역사인식과 과거 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공동으로 진상규명에 임하라, UN과 미국에 대해서는 △반인도적·반인권적 대북 제재를 즉각 중단하라 등을 요청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8.15 광복/패전 76주년 한일 종교·시민사회 공동성명서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은 한일 간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로운 동아시아 공동체를 함께 만들기 위해 2020년 7월 2일 발족하였으며 2020년 8월 12일, ‘8.15 광복/패전 75주년 한일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일 년이 지난 2021년 현재 동아시아의 상황은 여전히 평화를 향해 나아가지 못한 채 대립과 갈등 속에 머물러 있다. 한일 간 대립의 골은 더 깊어지고 확대되고 있어, 한·일 시민사회 곳곳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15 광복/패전 후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한국과 일본의 전후 질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과거를 덮고 오히려 전략적 동맹자로 삼았으며, 남한을 분할 점령한 미군은 항일 독립운동을 이끌어 온 민족 세력을 철저하게 탄압했다. 결국 8.15광복은 한반도가 두 동강 나는 비극적 분단 76년의 출발점이 되었다.

아베·스가 정권은 ‘미국과 함께 전쟁 가능한 나라 만들기’를 지향하면서 일본 헌법 9조를 비롯한 헌법 개악의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같은 일본의 국가주의와 지역패권을 추구하는 극우정치는 한국, 중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 주변 국가의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일본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평화헌법 9조를 지키고 살리는 일은 동북아의 평화이자 한일 시민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헌법 개정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평화 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 시민사회의 투쟁이 동아시아에 평화의 노래로 퍼져나갈 것임을 믿으며 공동의 연대와 협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한국전쟁의 종식은 여전히 실현되지 못했고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성과인 남북, 조미 합의는 2019년 하노이 조미회담의 결렬 이후 사실상 멈춰 선 상태이다. 다행히 2021년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 성명을 통해 바이든 정부가 싱가포르 선언과 판문점 선언을 계승하기로 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작동을 위한 불씨는 확보하였지만, 대북제재와 한미연합군사훈련, 그리고 코로나 상황 등이 그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적대적 개입이 볼턴의 회고록과 스가 정부의 미일정상회담 등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일본 종교·시민사회의 지지와 연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현의 귀중한 자산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한편, 7월 27일 남북 통신 연락선이 복원되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남북의 소통 재개를 환영하며 복원된 통신 연락선이 남북 간 교류 협력과 북미 간 대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한국의 종교·시민사회가 전개하고 있는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캠페인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선결 과제임을 공동으로 확인하며 세계시민사회와 함께 적극 참여해 나갈 것이다.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외교·군사적 압박은 심화되고 있으며 미중 대결은 동아시아 평화 질서에 중대한 위험이 되고 있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전략과 쿼드를 통한 대 중국 봉쇄에 일본은 이미 참여하고 있고 한국도 쿼드 플러스 참여를 요청 받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한 점증하는 미국의 요구와 주한미군 역할의 재조명, 확대 등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전면적으로 흔들고 있다. 이에 우리는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미국이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의 대화를 존중하기를 기대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여전히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비롯된 과거청산의 과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나아가 역사를 왜곡하고 피해자를 모욕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집요한 공격, 계속되는 조선학교 차별, 올림픽 욱일기 문제, ‘혐한’ 정서의 확산 등은 일본 정부의 퇴행적인 역사인식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도 국가주의와 애국주의가 점점 힘을 얻어 적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로에 대한 오해나 작은 대립마저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기 일쑤이다. 이같은 국가주의적 대립은 각 국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일 양국의 대립과 갈등, 나아가 동아시아 각 국의 상호 인식 개선과 평화 공동체 만들기는 시민 민주주의와 평화 세력의 확대를 통해서만 근본적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램지어 논문 문제로 드러난 역사수정주의자들의 행태와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를 위해 한일 양국에게 피해자를 배제하고 역사 인식을 유보한 정치적 화해를 압박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세력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고 식민지주의의 극복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동아시아 평화 실현에 필수불가결한 올바른 역사인식의 공유를 위해 한일 양국 청소년과 시민을 향한 역사 교육과 평화교육을 확대하고 청년 문화 교류와 상호 방문 등과 같이 작지만 중요한 실천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현재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해결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평화를 바라는 양국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실천하며 평화를 위한 연대의 발걸음을 함께 걸어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

△일본 정부는 ‘전쟁 가능한 나라 만들기’시도와 헌법 9조를 비롯한 헌법 개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와 강제 동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직시하고 반성해야 한다. 또한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재일한국조선인에 대한 민족 차별을 멈추고 조선학교 고교 수업료 무상화와 유치원보육원의 보육료 무상화를 즉시 적용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재일한국조선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를 방치하면 안되고 “표현의 부자유전”에 대한 방해를 간과하면 안 된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의 기지 문제를 직시하고 기지가 없는 오키나와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헤노코 신기지건설을 즉시 중지하고 난세이제도의 군비 강화를 중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여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2018년 남북, 조미 합의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
△한일 양국 정부는 중국 봉쇄를 위한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이에 근거한 쿼드 체제에 참여하는 것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한일 양국 정부는 올바른 역사인식과 과거 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공동으로 진상규명에 임해야 한다. 특히 일본정부는 역사교육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중단하고 ‘화해와 평화를 실현하는’ 역사 교육을 해야 한다.
△UN과 미국은 반인도적, 반인권적 대북제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은 종교·시민사회를 잇는 가교가 되어 평화 세상을 실현하는 지렛대로서, 그리고 화해의 마중물로서, 한일 양국의 현안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와 아시아 민주주의의 귀중한 씨앗임을 자각하며 평화를 이룰 때까지 연대하고 협력하여 공동의 행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