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도둑질 일삼는 그들에게 사랑·믿음 보여
하나 둘 감화되고 삶 바뀌자 가족들까지 전도돼
13년 만에 세운 교회 ‘쿨하게’ 현지 교단에 이양
현지 교계에 ‘로마니인 선교’ 들불처럼 번지기도

김수길 선교사 조숙희 선교사
▲최근 세계한인선교사대회 준비를 위해 방한한 김수길 선교사(왼쪽)와 조숙희 선교사(오른쪽). ⓒ송경호 기자
“선교는 현지인 중심이 돼야 한다”는 말은 선교계에 널리 알려진 주요 교훈 중 하나지만, 막상 그것을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현지인들의 교육이나 의식 수준이 높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리스의 김수길-조숙희 선교사(GMS) 부부도 오랫동안 이 문제를 놓고 씨름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현지인들에게 변함없이 보여 준 사랑과 믿음에, 현지인들도 응답하기 시작했다.

김수길 선교사 가정은 약 25년 전 그리스로 파송받아 테살로니키 지역에서 로마니인(집시족) 선교를 시작했다. 로마니인들은 대체로 거짓말과 도둑질을 잘 하고 쉽게 변화되지 않기에, 그들을 상대로 선교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로마니인들이 외부인들을 적대시하니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조선 땅에 왔던 언더우드 선교사처럼, ‘이러다가 한 명도 전도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교회를 처음 개척하기까지 무려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김 선교사 등은 첫 개척한 이 천막교회를 현지 교단인 그리스복음주의교단에 이양하기로 결단했다. 그래서 해당 교단에서 보내 준 현지인 사역자와 3년을 동역하겠다고 약속하고, 3년 뒤에는 정말 ‘쿨하게’ 떠났다. 16년이나 사역한 열매를 다 주고 떠나니, 오히려 해당 교단 관계자들이 염려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 선교사 부부는 “하나님께서 준비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올림푸스산에 있는 카테리니라는 지역으로 사역지를 옮겼다. 이곳에서도 교회를 세우고 첫 주일예배 때부터 현지인 사역자를 초청해 함께 사역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이전처럼 우왕좌왕하지 않고 말씀을 전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카테리니의 영적 상태는 마치 중증 환자와 같았다고. 그래서 김 선교사 부부는 “이 지역을 어떻게 해야 부흥시킬 수 있겠느냐”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이들에게 “로마니인들을 부흥시켜, 그들의 영성을 지역에 흘러보내게 하리라”는 마음을 주셨다.

물론 처음엔 쉽지 않았다. 로마니인들은 어떻게든 김 선교사 등을 속여 돈을 더 받아내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대놓고 거짓말을 반복하는 그들 때문에 스트레스로 병이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사랑과 믿음을 보여 주는 김 선교사 부부의 모습에 현지인들이 하나 둘씩 감화돼 제자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주와 도둑질과 가정 폭력 등을 일삼던 이들이 교회에 나와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가족들도 전도됐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지역 전체를 떠들썩하게 한 큰 사건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교인들에게 자신의 죽은 친척의 집 청소를 부탁하며 “쓸 만한 것이 있으면 가져가도 좋다”고 했는데, 뜻밖에도 청소 도중에 한화로 약 2,500만 원에 달하는 숨겨진 돈이 발견된 것이다.

이 교인들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돈을 발견한 뒤 김 선교사 등과 상담한 결과 이 돈을 경찰서로 가져갔다. 심지어는 청소 일을 했던 이들 뿐 아니라 그들의 부인들까지도 모두 이 일에 동의했다.

김수길 선교사
▲김수길 선교사는 최근 로마니인 교인들이 변화돼 지역사회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간증했다. ⓒ송경호 기자
“이 일이 지역 신문에까지 보도되고 널리 알려지면서, 온 도시에 각성이 일어나고 교육 붐까지 일어났습니다. 로마니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정작 같은 로마니인들에게는 ‘왜 바보 같은 일을 했느냐’고 조롱당해 상심한 것을 보고, ‘너희들이야말로 내 스승이고 좋은 신앙인들’이라고 격려해 줬습니다.”

김수길 선교사 부부의 로마니인 사역은 그리스 현지 교회들에게도 큰 도전을 줬다. 그들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했던 로마니인들이, 오히려 그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찬양하고 예배드리며 변화된 모습을 보고, 로마니인 사역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김 선교사 등이 철저히 현지 교단과 동역한 결과, 현지 교단은 그들이 외국인으로서 어려움을 겪을 때 우산 역할을 해 주기도 하고, 필요할 때 동역자를 보내 주는 등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김 선교사가 최근 열렸던 한인세계선교사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아 대회 준비를 위해 몇 달간 한국에 와 있는 동안에도, 현지인 교인들은 스스로 주중 성경공부와 주일예배 등을 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김 선교사는 “선교를 할 때 독단적으로 하지 않고 함께 세워가려 해 왔고, 또 내 것이라 여기지 않고 다 주고 떠났더니 하나님께서 더 크게 채워 주셨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선교 원칙을 잘 지키며 사역하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김 선교사는 GMS선교사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