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 “방호복 착용 예배, ‘저항’ 의미 있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법원 운영중단 취소 판결 후 첫 주일예배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 고민하다 방호복 착용
더 이상 어떻게 안전하게 할 수 있겠나?
무조건 예배 금지? 정부가 법 어기는 것

▲성도들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한 채 예배드리는 모습. ⓒ은평제일교회
▲성도들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한 채 예배드리는 모습. ⓒ은평제일교회

법원에서 운영중단 취소 가처분 판결을 받은 서울 진관동 은평제일교회(담임 심하보 목사)가 그 이후 첫 주일이던 지난 1일, 성도들과 심하보 목사 모두 ‘방호복’을 입고 예배에 참석했다.

심하보 목사는 이에 대해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4단계라 19명만 예배드리라고 한다. 하지만 목적이 방역 아닌가. 그래서 가장 안전한 게 뭘까 고민하다 방호복을 입으면 가장 안전하겠다고 생각했다”며 “하루종일 확진자들을 상대하는 의료진들도 이것 외에 방법이 없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도 방호복을 입었다. 방역이 목적이라면 이렇게라도 해야겠지만, 통제가 목적이라면 이것도 소용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3차례 주일 낮예배와 저녁예배까지 성도 600-700명이 다녀갔으리라 예상한다는 심 목사는 “방호복 착용은 교회들에 대한 통제에 대해 저항하는 의미도 있다. 기독교는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아닌가”라며 “예배드리지 말라고 하면 무조건 안 드려야 하나. 드릴 방법을 찾아서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찾은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더 이상 어떻게 안전하게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날도 공무원들이 찾아왔지만, 그냥 돌아갔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여러분들의 말을 이제 더 이상 따라줄 수 없다고 했다”며 “4단계 동안에는 계속 방호복을 입고 예배드릴 것이다. 우리 교회는 보통 4단계 수칙에 더해 전신소독도 하는 등 2배 이상 방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방호복은 교회에서 개인에게 지급한 것이다. 갖고 돌아가신 분은 다음 주에 다시 갖고 오실 것”이라며 “이것도 위험하다면, 국가가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직권남용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렇게 입고 환자를 볼텐데, 감염된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래도 지하에 숨어 예배드리던 로마 시대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방호복을 착용한 성도들 모습. ⓒ은평제일교회
▲방호복을 착용한 성도들 모습.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는 1일 주일예배 설교 ‘VICTORY(요 16:1-33)’에서 “예배에는 특권이 없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이라면 누구나 와서 쉼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며 “어떤 교회는 20명만 모여야 하니 장로님만 예배드린다. 저는 신앙양심상 그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그랬더니 ‘대면 예배 강행’이라며 고발당했다. 저는 강행한 적이 없다. 그냥 예배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심 목사는 “작년에는 집합금지를 당했는데, 이번에는 운영중단을 당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흔들림 없는 용기를 주셨다. 무엇보다 모두 함께 기도해서 승리했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승소해 오늘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며 “그렇지만, 아직도 인원 제한이 있다. 이치에도 과학에도 맞지 않는 방역지침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그는 “19명으로 제한하는데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며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것은 헌법을 어기는 것이다. 우리가 법을 어긴 게 아니라, 정부가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넓은 성전에 19명만 들어오는 것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역인가? 부산 한 백화점에서 집단감염이 생겼을 때, 전국 백화점을 다 막았는가”라고도 했다.

심하보 목사는 “이 무더운 여름날, 이렇게 방호복을 입고 있다. 죽음이 두려워서? 병균이 무서워서? 아니다. 세상을 이기기 위해서. 이렇게라도 모두 함께 와서 예배드리기 위해서”라며 “방호복은 의료진이 감염 방지를 위해 입는 것이다. 불편하지만, 감사한 것이 있다. 이 옷을 입고 수고하시는 의료진과 봉사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고 권면했다.

심 목사는 “방호복 착용은 하나님 앞에 예배드리면서, 동시에 세상을 향해 시위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것 자체도, 사실 세상(사탄)에 대항하는 것 아닌가”라며 “예배를 중단시켜선 안 된다. 감염 확산을 염려한다면, 정부도 방호복을 입고 근무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교회에 올 때도, 정말 감염이 우려되면 방호복을 입고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초대교회처럼 지하 무덤에 숨어서 예배드리는 것은 아니다. 그때는 모두 잡혀갔다. 지금은 여차 하면 저 혼자 잡혀가면 된다. 그래서 혹시 구치소에 가면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고 있다. 10권 정도 읽으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언제까지나 교회를 핍박하진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핍박당할 때 예수님을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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