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2021년 8월 첫째 주
▲8월 1일 예배 모습.
“바람이 불면 불꽃은 더 타오른다.”

지난번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방역대책 논의를 위해 총리실에 갔을 때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는 달리 저는 정부의 일방적, 획일적 방역조치에 강력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특별히 천주교 이용훈 주교회의 의장님께서 같은 의견을 이야기를 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는 중대형교회 같은 경우 100명이내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무 협의에 참여한 한교총 사무총장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이번 주에는 본당에 19명을 유지하되, 다만 가용 가능한 공간별로 19명 이내로 더 드릴 수 있도록 협의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다음 주부터는 5% 이내로 드릴 수 있도록 세분화된 방역 조치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제가 그 전화를 받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누구보다 국민 보건을 위해 정부의 방역에 협조하고 교회도 국민적 고통을 나누며 양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교회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배려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좀 더 유연한 조치를 하기로 했으면 다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조치라도 해 줬어야 하는데, 다른 공간에만 들어갈 수 있도록 약간의 조치밖에 안 해 준 것입니다.

이런 방역 회의 결과를 몇몇 총회장님들께 알리니까, 그 분들이 저에게 항의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화가 나서 주무 장관님께 전화로 강력하게 항의를 하니까, 출국 전이라 공항에서 전화를 받으시며 오히려 장관님이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목사님, 저 자신도 이해가 잘 안 가는데 목사님은 얼마나 화가 나십니까? 다음에는 반드시 완화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부겸 총리 간담회
▲(왼쪽부터) 소강석 목사가 김부겸 총리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그날 저녁에 너무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항의를 해 온 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도 개교회 목사라면 얼마든지 저만의 길을 갈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교회를 섬기는 대표자로서 한 번 판단을 잘못해 버리면 한국교회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국민적 저항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매우 섭섭하고 분하지만 어쩔 수 없이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를 살피며 방역본부와 협의를 하는 것입니다. 원하시면 제 자리를 양보할 테니까 저를 대신해서 역량을 발휘해 보시겠습니까?”

그랬더니 이튿날 그분들로 부터 이런 격려 전화 및 문자가 왔습니다. “목사님, 사실 우리도 교단 목사님들로부터 항의를 받다보니 그랬습니다. 소 총회장님이 열심히 하는 것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정말 이번에 정부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조치는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가 무조건 현장예배를 강행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철저하게 방역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예배를 드리겠다고 하는데, 너무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방역조치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됩니다. 법원에서는 오히려 한국교회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저도 그 분들의 말씀에 백번 찬성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방역조치를 거부하고 우리만의 길을 가버린다면 사회적 비난과 부정적 여론의 역풍을 맞고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삼국지에서도 보면 싸움도 못하는 장수들이 전략도 없이 전공을 세우려고 함부로 나섰다가, 오히려 자신도 죽고 패전을 하게 하는 빌미를 주었지 않습니까?

다음날 몇몇 대형교회 목사님들과도 전화로 논의를 했더니 “지금까지 잘 해 왔는데 조금만 더 인내를 합시다. 한 주 더 연장된다고 끝난 것은 아니니까요”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또 어떤 중형교회 목사님은 “그나마 이번 주에는 70명이라도 예배를 드리게 되었네요. 총회장님 덕분입니다”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위로인지 비웃음인지 분간이 안 되었습니다.

그러는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거의 1,900명에 육박한 것입니다. 또 한 번 뒤통수를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다음 주에는 더 완화된 조치가 나올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원망하고 불평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엑시트>라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암흑의 상태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는 ‘루트 파인딩’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이어령 교수님께서도 삶은 END가 아니라 새로운 꽃봉오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바람이 불면 불꽃은 더 활활 타오릅니다.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 강력한 부족공동체의 불을 타오르게 하며 주님의 제단에 꽃봉오리 하나를 피워야 하겠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