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2021년 7월 셋째 주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예배를 인도하고 있는 소강석 목사.
“누런빛 소와 보랏빛 소가 어우러지는 목회를 하겠습니다.”

지난 화요일 저는 총리 공관을 다녀왔습니다. 총리님의 면(面)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교회의 입장을 대변했고, 또한 최소한의 현장예배 재개를 요구하였습니다.

함께 참석한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당연히 정부의 방침에 협조해야 한다고 하였지만, 저는 펄펄 끓는 심장으로 강력하게 “정부가 교회를 향하여 획일적으로 방역을 강요 하지 말고, 예배의 존엄성과 신성함을 지킬 수 있는 유연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총리님도 그 자리에서 확실하게 답변은 못해도 추이에 따라 저의 주장을 적극 반영하여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날부터 확진자가 1,600명이 넘어 버리느냐는 말입니다.

갑자기 작년 연말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중대본과 협의하여 성탄절 예배 회복이 어느 정도 합의가 되어갈 무렵,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셧다운이 계속 되어 버린 것입니다.

사실 이번에도 비수도권은 50% 예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 뻔하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느닷없이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그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저에게 왜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지 않느냐고 항의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교총이 앞장서서 한국교회가 현장예배를 강행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목사로서 그런 주장을 당연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아니 그 용기와 의협심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너무나 많은 이미지 파괴와 브랜드 실추, 공신력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수많은 불신자들이 한국교회를 이기적인 서클로 오해한 면이 너무나 많았지 않습니까?

이런 오해가 축적이 되다 보면 선교의 역기능과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저에게는 많이 있습니다. 아니, 제 마음에는 더 큰 우려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장담한 대로 연말에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면 과연 한국교회의 예배가 얼마나 회복 될지….

다른 생활필수 시설이나 문화예술 공연계는 다 회복이 되는데, 한국교회 예배만 회복이 안 된다면 목회자들에게 집단 우울증이 올지도 모른다는 염려 말입니다.

지금은 코로나 핑계라도 대지만,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는 코로나 핑계도 댈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고 비난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산발적 움직임보다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되어 ‘코로나 아웃’을 위해 기도하고 철저한 방역 매뉴얼을 만든 다음, 적절한 때를 ‘코로나 아웃의 D-day’로 정하여 예배 회복 운동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움직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전체가 더 큰 데미지를 입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당분간 개교회적으로는 방역수칙을 잘 지키며 이웃의 생명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저는 작년부터 우리 교회를 그러한 모델 교회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특별히 작년 8-9월에 우리 교회 주변은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하여, 캄캄한 도시가 되어 버렸지 않습니까? 또 연말에도 우리 교회 주변에는 엄청난 감염의 회오리가 지나갔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현장 예배를 강행하여 버렸다면 우리 교회에서도 엄청난 감염자들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 보랏빛 소의 전략의 일환으로 메디컬 처치를 시작하고, 소상공인들을 위해 선한소통상품권을 나누는 운동을 한 것이 너무나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저는 오히려 선제적으로 월요일부터 온라인 특별새벽기도회와 화상 줌 특별저녁기도회를 선포하고 모든 집회를 제가 직접 인도하고 있습니다.

동시간 대에 유튜브로도 수천 명의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화상 줌으로도 참여하고, 라이브 톡을 활용하여 예배 시간에 실시간으로 성도들이 댓글로 참여하고 소통하였습니다.

비록 화상 줌과 유튜브를 통한 기도회이긴 하지만, 성도들의 교회와 예배를 향한 간절함과 사모함이 서로 연결이 되어 전혀 새로운 부족공동체를 이루고 영적 역설적 슈퍼 처치를 이루어가는 것을 봅니다.

기도회에 참여한 성도들은 새벽집회에서 강해한 빌립보서와 저녁집회에서 강해하는 에베소서를 필사하며, 몸 된 교회와 현장예배를 더 절박하게 사모하는 새로운 부흥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 안에는 현장 예배를 더 소중히 여기고 주장하는 전통적인 누런 소의 모습도 있지만, 세스 고딘이 제안한 보랏빛 소의 전략도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제 안에 있는 누런 소의 정체성은 비대면 예배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참담해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변화에 발맞추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보랏빛 소는 쟁기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안에는 누런 소와 보랏빛 소가 어우러지는 조화와 균형이 계속 될 것입니다. 감염 상황이 심할 때에는 칼빈처럼 보랏빛 소의 전략을 구가하고 그러면서도 예배 세움의 길을 꾸준히 열어나갈 것입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