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만이 우리 구원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교리 더하는 건,
의도 어떻든, 또 다른 율법주의 아닌가?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김재성 | 언약 | 240쪽 | 13,000원

기독교의 진리, 복음의 기본 구조는 이신칭의(以信稱義)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신칭의의 복음을 통해 죄인들은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희생하신 순종을 통해 이루신 대속 사역을 믿는 믿음만으로 의롭다 함을 받고 구원을 받는다.

한국교회에 이신칭의에 기초한 복음이 전해짐으로써, 인간의 율법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순전한 은혜에 의해 구원을 받는 복음을 시인하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어찌된 일인지 복음과 윤리가 화합하는 것이 아니라 결별되는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저자는 “성경이 증언하는 진리의 기본구조는 부패한 인간 사회의 회복을 위한 복음이다.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도 썩고 부패한 인간의 죄악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저명한 정치인들이나 경제계 인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목회자들이나 교육자들도 연루되었으며… 기독교 교회 안에도 추악한 세속화의 물결이 확산되어져 있다(228-229쪽)”는 탄식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탄식은 결국 돌파구를 찾고 찾다가, 마침내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이라는 신학사상을 끄집어내었다. 이것은 이신칭의의 진리를 더 정교하게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순종을 세분화한 것이다.

저자는 “칭의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서 죄를 씻어버리는 일과 죄에 대한 형벌을 면제해 주신다는 선언(41쪽)”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일평생 동안 지속해서 율법의 요구를 완전히 충족시키고자 살아간 것을 “능동적 순종”, 반면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마지막에 죽임을 당하는 것을 “수동적 순종”이라고 구별했다(54쪽).

그리고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들에게 수동적 순종을 통한 속죄(속량)의 은혜와 능동적 순종을 통한 그리스도의 의를 전가해주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칭의론과 의로움의 전가 교리는 기독교의 정체성을 바르게 세우고, 무너진 교회를 살려내는 참된 교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저자에게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은 왜 중요했을까? 왜냐하면 ‘바울에 관한 새관점’을 주장하는 신학자들이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 있으며, 또한 신자의 칭의가 장래 심판대까지 유보되는 것이기에 어느 누구도 현생에서 구원을 받았다는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교리 때문이었다. 저자는 새관점주의자들의 교리엔 배울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68쪽).

김재성 박사
▲저자 김재성 박사. ⓒ크투 DB
저자는 이신칭의를 두 가지 기둥으로 이해하고 있다. 첫 번째 기둥은 우리는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는다(칭의론)는 것이고, 두 번째 기둥은 첫째 아담과는 달리 전 생애 동안 율법에 순종하신 그리스도의 의로움이 우리의 것으로 전가된다(전가교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가 우리를 대신하여 율법에 순종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제멋대로 살아도 되는가?’라고 질문하면서, 우리 또한 그리스도를 본받아 율법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냄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선한 목적들을 이루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215쪽).

하지만 저자의 이런 결론에는 좀처럼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왜냐하면 사도 바울을 통해 로마서에서 계시된 복음은 율법 외에(without the law) 나타난 하나님의 의다. 율법과는 별개로, 율법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님의 복음의 역사인 것이다.

주 예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하신 일이 우리의 칭의에 기여했다는 것은 전혀 성경적인 사상이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 율법에 순종하신 그리스도의 의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을 통해 이루어진 하나님의 의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 의해서 주어진다는 것이 성경의 선언이다(롬 3:22).

만일 일생 동안 율법을 지키신 그리스도의 순종이 우리를 의롭다고 선언하는 일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면, 만일 그것이 정말 필수적인 사안이고 유일한 토대라면, 어째서 성경은 그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것인가?(윌리암 켈리, 하나님의 의란 무엇인가, 18-41쪽).

사실 은혜만이 우리 구원의 유일한 희망이다. 나는 어떻게 의롭다 하심을 얻었는가?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 이루어진 속량과 하나님의 은혜로 되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4)”.

여기에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 교리를 더하는 것은, 의도가 어떻든 결국 신자를 율법의 멍에 아래로 다시금 몰아넣는 또 다른 율법주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결국 이신칭의의 진리는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다. 크리스천의 윤리 문제는 결국 성화의 교리에서 다루어야 할 부분이고, 앞으로 한국교회가 풀어가야 할 난제다.

이종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의정부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