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방역 속 감염 발생 없는 예배 노하우 있어
금주부터라도 유연한 조치 해줄 것 간곡히 부탁
김 총리, “확진자 수 추이 살펴보면서 검토” 지시

김부겸 총리 간담회
▲(왼쪽부터) 소강석 목사가 김부겸 총리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이자 예장 합동 총회장인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있었던 종교계 지도자들과 김부겸 총리와의 긴급 간담회를 마치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소 목사를 비롯해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손진우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 7대 종단 대표들이 참석했다.

김부겸 총리는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영적 방역 당국이라는 책임감으로 위기 극복에 앞장서 달라”며 “종교활동 현장에서 신도 간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고, 방역 수칙도 철저히 준수하도록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소강석 목사는 SNS를 통해 “방금 총리공관을 다녀왔다. 처음에는 제가 이 자리에 안 가려고 했다. 가도 욕먹고 안 가도 욕먹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우리 한국교회 입장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갔다. 물론 저 혼자 간 게 아니라, 우리 한국 종교 7대 종단 대표들과 함께 갔다”고 전했다.

소 목사는 “총리님의 모두발언의 말씀이 있으셨다. 그 후 지명하신 대로 원행 스님이 말씀하셨고, 천주교 이용훈 수원 대교구장이 말씀하셨다. 그분들도 나름 내부의 애로사항을 피력하셨다”며 “이후 제가 참지 못하고 ‘이번에는 제가 발언을 하겠다’고 했다. 먼저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수고하고 계신 총리님께 감사드리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총리님과 이 자리에 배석한 방역본부 관계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덕담했다. 그러고 나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강력하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김부겸 총리 간담회
▲김부겸 총리가 종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한 모습.
“금번에 4단계 격상 조치가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교회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치 정치가 종교를 어거하고 다스리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물론 종교계가 국민보건에 앞장서고 상처받은 국민을 위무시켜 드려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보건을 위해서라면 종교가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그래서 특별히 저희 한교총은 정부의 방역에 최대한 협조를 했습니다. 그리고 안전한 예배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또한 일부의 강력한 불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신 접종 캠페인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것은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교회의 예배를 통한 감염은 거의 안 나왔지 않습니까?

지난 경험을 통해서 보더라도, 한교총은 물리적 방역보다 중요한 것이 심리적, 정신적, 자발적 방역이 중요하다는 걸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러므로 중대본이 획일적, 도식적 방역보다는 국민 모두가 자발적으로 방역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교회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무조건 비대면 방침보다는 유연한 방역을 하면서도 감염이 발생하지 않는 노하우를 우리 한교총에서는 다 갖고 있습니다.

지난번 비대면 때도 100석 미만은 10명, 그 이상은 20명이 예배를 드리는 상황 속에서 단 한 명도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지난 과거의 케이스를 적용하되 수천 석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예배당을 가진 교회는 조금 더 모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문화공연은 허락하면서 왜 예배만 제재하느냐고 항의를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시를 쓰고 문학을 하는 목사로서 문화예술 공연을 열어주신 것에 대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예배는 그 어떤 문화예술 공연보다도 안전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구나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가장 존엄하고 신성한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제1대 종교인 기독교인들의 정서적, 영적 환기와 정화도 방역에 큰 보탬이 된다는 사실을 아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가다가 한국교회 안에서 산발적 저항 운동이 일어날 수 있음을 교회 내부에서도 염려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어제 짧고, 굵게 4단계 방역을 끝내겠다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우리 한교총에서는 한국교회가 철저한 방역을 하면서 안전한 예배를 드리도록 지도하고 권고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금주부터 최소한의 예배가 드려지도록 총리님께서 큰 결단과 배려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김부겸 총리 간담회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국무총리실
소강석 목사는 “총리님께서는 ‘우리 한국교회의 고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답변하셨다. 그리고 ‘공연도 아무 공연이나 허락하는 게 아니라, 6개월 전부터 신청한 소수의 공연들만 허락하도록 했는데, 소 목사님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씀을 하셨다”며 “다만 ‘오늘 확실하게 답변을 못 하는 것도 이해해 달라. 지금처럼 계속 1,200-1,30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종교계에만 특혜를 주는 모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소 목사는 “김 총리님은 ‘그러나 추이를 보면서 소 목사님의 제안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반영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배석한 중대본 방역본부 관계자들에게도 추이를 살펴보면서 검토를 하도록 말씀하셨다”며 “저는 다시 한 번 강력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소 목사의 발언은 아래와 같다.

“지금 답변을 못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추이를 보면서 지난번 비대면 케이스를 적용하시되, 주말에 확진자 수가 떨어지면 금주부터라도 유연한 조치와 배려를 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그는 “자리에 배석한 중대본 관계자와 실무자들에게도 강력하게 촉구했다. 금주 안에 최소한이라도 예배가 드려지도록 합리적인 조치를 검토하여 총리님께 보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기도 했다”며 “끝나고 나서 다른 종교 지도자 몇 분들에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강력하게 어필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인사를 받았다. 아무튼 저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예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