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 성경 말씀


이는 다름 아니라 너희가 각각 이르되 나는 바울에게, 나는 아볼로에게, 나는 게바에게, 나는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라 하는 것이니 그리스도께서 어찌 나뉘었느뇨 바울이 너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혔으며 바울의 이름으로 너희가 세례를 받았느뇨(고전 1:12-13)

1. 봉사의 능력을 위한 성령세례 유형을 소개합니다.

성령세례론의 유형들은 교단과 교리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최소한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개혁파에 속하는 성령세례론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그 중의 한 가지는 봉사의 능력(power for service)을 위한 성령세례입니다.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라 볼지어다 내가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리니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으로 입혀질 때까지 이 성에 머물라 하시니라(눅 24:48-49)

이 유형은 주로 근대 개혁파 성령운동의 한 특색으로서, 성령세례를 받게 되면 봉사와 거룩한 삶에 있어서의 능력을 받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무디(Dwight L. Moody)와 그의 동역자인 토레이(Reuben Archer Torrey)를 들 수 있습니다.

무디는 자신이 1881년에 저술한 ⌜은밀한 능력⌟(Secret Power)에서 신자는 봉사의 능력을 얻기 위해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디에 의해서 강조되어지던 성령의 능력에 대한 가르침을 신학적으로 체계화한 토레이는 성령세례가 죄로부터 정결케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봉사의 능력을 위해서 주어진다고 강조하였습니다.

1930년대 평양 장로회신학교의 성령론 교재로 사용되던 ⌜성령론⌟(聖靈論)의 저자 가옥명(賈玉銘)은 성령세례가 중생 이후에 성령에 몰입되고 충만케 되는 체험, 즉 성령의 권능을 받는 체험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개혁파 신학계에는 성령론에서 있어서 중생과 성령세례를 분명히 구분하는 하나의 큰 노선이 있습니다. 이러한 노선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가옥명의 ⌜성령론⌟과 초대 한국교회 부흥시대의 성령세례론, 그리고 더 올라가서는 근대 개혁파 성령운동의 ‘봉사의 능력’으로서의 성령세례론의 전통을 이어 받은 것으로 봅니다.

2. 그리스도의 전인적 통치로서의 성령세례 유형을 소개합니다.

이 노선은 근대 개혁파 성령운동에 근거를 두었지만, 무디나 토레이와는 달리, 성령세례의 주된 목적을 그리스도에 의한 전인적 통치에 둔다는 점에 특징이 있습니다. 윌리암 보드맨(William E. Boardman)은 말하기를, 그리스도께 대한 온전한 헌신을 하고 난 후 신자는 ‘그리스도께서 거하신다는 의식적인 증거’를 얻게 되는데 이를 두 번째 회심으로서의 ‘성령세례’라고 불렀습니다.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3:16)

이 외에도 프레드릭 마이어(Frederick B. Meyer), 앤드류 머레이(Andrew Murray)와 같은 케직(Keswick) 운동의 지도자들 역시 ‘그리스도의 전인적 통치로서의 성령세례’를 강조하였습니다. C&MA의 창시자인 알버트 심슨(Albert Benjamin Simpson)도 역시 ‘성령세례’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였습니다.

심슨은 성령의 사역과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십자가의 대속사역 사이의 관계성을 크게 강조하였습니다. 그는 그리스도께서 신자 안에 이루어주시는 성결은 성령세례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신자 안에 오시는 체험이며, 성결의 체험을 통해 신자는 그리스도와 연합함으로 크리스천의 생활에 능력과 승리가 주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의 전인적 통치로서의 성령세례’를 강조하는 저자들 중에 특히 머레이와 심슨은 한국 교계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의 번역된 경건서적들은 현재까지 한국 기독교계에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3. 중생=성령세례, 이후 성령충만 유형을 소개합니다.

중생한 자는 이미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사람이며, 성령의 충만은 중생과 관계된 성령의 최초적 은사인 성령의 세례와는 마땅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같은 성령론 노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 외국 신학자들로는 우선 찰스 핫지(Charles Hodge)나 벤자민 워필드(Benjamin B. Warfield) 등을 들 수 있는데, 그들은 초대교회 이후 성령 은사의 중단성(中斷性) 그리고 중생과 연관하여 성령세례의 단회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iper), 리차드 개핀(Richard B. Gaffin), 존 스토트(John R. Stott) 등의 영향도 역시 이 노선에 힘을 주었습니다.

만일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너희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롬 8:9)

이러한 외국의 정통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는 박형룡 박사가 중생과 성령세례의 동시성을 강조하는 노선의 저술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박형룡의 성령론이 한국 장로교의 정기간행물 중의 하나인 ⌜신학지남⌟에 실리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인데, 그는 중생한 자는 이미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사람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성령의 충만은 중생과 관계된 성령의 최초적 은사인 성령의 세례와는 마땅히 구별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박형룡의 저술을 필두(筆頭)로 중생과 성령세례의 동시성을 강조하는 노선의 저술들이 신성종, 김해연, 박형용 등을 통해 한국 신학계에 잇달아 소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대중적으로 국내에 큰 영향을 끼친 CCC의 빌 브라이트(Bill Bright)나 부흥사 빌리 그래함(Billy Graham)도 역시 명확한 ‘중생=성령세례, 이후 성령충만’의 노선을 견지하였습니다.

 어려운 용어 풀이: 근대 개혁파 성령운동과 정통 개혁주의 성령론

19세기 후반 미국의 개혁파 성령운동 노선에서는 웨슬리안 성결운동의 죄성에 대한 제거설(Eradication)을 부인하고 일반적으로 죄의 경향성에 대한 반작용설(Counteraction theory)이나 또는 억제설(Suppression)에 입각한 성결 관념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근대 개혁파 성령운동은 성령의 능력을 받아 살아갈 때 지속적으로 죄로부터 승리할 수 있다는 차원으로 성결의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이 운동에서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와의 연합’과 ‘봉사의 능력’(power for service) 중심의 성령세례를 강조하였습니다. 이 노선에서 두각을 나타난 인물들 중에는 홉킨스(Evan Hopkins), 모울(Handley C. G. Moule), 마한(Asa Mahan), 피니(Charles Finney), 무디(Dwight L. Moody), 토레이(Reuben A. Torrey), 고든(Adoniram J. Gordon), 심프슨(A. B. Simpson)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인 정통 개혁주의 성령론의 노선이 있습니다. 이러한 개혁주의신학의 대표자들은 카이퍼(Abraham Kuiper), 핫지(Charles Hodge), 워필드(B. B. Warfield), 개핀(Richard Gaffin), 스토트(John Stott) 등으로 대표되는데, 이들의 영향을 받은 한국인 신학자들을 통해 정통 개혁주의신학이 한국에 가르쳐져 왔습니다.

개혁주의신학의 영향을 받은 한국 개혁파 계통의 신학교들은 정통 개혁파 성령론에 따라 성령 은사의 중단성(中斷性)과 함께 중생과 연관하여 성령세례의 단회성을 강조하는 성령론의 한 노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러므로 그동안 개혁파 계통의 교회와 신학교 내에서 일어난 성령론 논쟁들은 이 두 노선 상의 갈등관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성령사역을 위한 질문

1. 개혁파 신학 노선에 속하는 성령세례 이론의 세 가지 유형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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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리스도의 전인적 통치로서의 성령세례’란 어떤 의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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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생=성령세례, 이후 성령충만’ 유형의 성령세례 이론은 어떤 뜻을 지니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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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적용을 위한 기도

1. 오늘날의 신학계가 이론과 교리 논쟁에 지나치게 힘을 빼앗기지 않도록 주님께 간구합시다.
2. 성령론의 다양한 이론들을 잘 이해하며 조화를 이루어 성령론의 성숙한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신학계가 되도록 간구합시다.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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