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 Ilya Repin 성화 야이로 딸 부활
▲러시아 화가 일리야 레핀(Ilya Repin)의 작품 ‘야이로 딸의 부활’.
“예수께서 이르시되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이르시되 달리다굼 하시니 번역하면 곧 내가 네게 말하노니 소녀야 일어나라 하심이라(마가복음 5장 34, 41절)”.

회당장이란 유대인들이 예배나 교육, 집회의 장소로 사용하던 회당의 최고 관리 책임자를 말합니다. 그는 회당의 모든 관리뿐만 아니라 말씀을 가르치거나 강해할 자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 당시 야이로는 회당장이었습니다. 야이로는 갈릴리 가버나움 회당의 회당장이었습니다. 당시 가버나움의 회당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회당이었다고 합니다. 가버나움은 세관이 있을 정도로 큰 마을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이 가버나움을 복음 전파를 위한 전진기지로 삼으셨던 것입니다.

특히 회당은 유대인들이 안식일에 모이는 곳으로, 기도하며 성경을 읽고 설명하며, 예배드리고 종교재판과 징벌이 이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의 교회와 같은 역할을 담당했던 곳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사렛을 떠나 가버나움으로 거처를 옮기신 후, 그 곳에서 줄곧 복음을 전파하셨습니다. 가버나움은 예루살렘이나 유대보다 가장 먼저 예수님의 복음을 보고 듣게 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가장 낮은 자들이 가장 먼저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가버나움에서 설교하시고 많은 이적을 행하셨습니다.

그 후 예수님께서는 다시 배를 타시고 맞은편으로 건너가셨습니다. 바닷가에 계실 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계신 곳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많은 인파들 중 회당장 야이로는 예수님을 보고 그 발 아래 엎드렸습니다. 어린 딸이 죽게 되었으니, 오셔서 그 위에 손을 얹으시고 살려 달라고 간절하게 애원을 합니다. 당시 야이로는 회당장으로 율법에 철저했던 인물이지만, 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예수님 밖에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야이로 회당장은 요즘 같으면 유지라고 할까, 꽤 존경받는 사람이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병마와 처절하게 싸우는 딸의 아버지로서,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딸의 병을 고쳐주실 것을 간곡히 청원한 것입니다.

앞서 열두 해 동안 하혈하는 혈루증을 앓던 여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여인은 율법에 따라 공동체 바깥에 머물러야 했지만, 가느다란 한 줄기 희망을 갖고서 군중 속으로 파고 들어 염치 불문하고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댔습니다.

여인은 어떠한 의사도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시달리며, 열두 해라는 긴 기간 동안 자신의 재산마저 다 허비하고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때 예수님의 기적적인 치유능력에 대한 소문을 듣고, 낳고자 하는 신실한 마음으로 군중 속을 헤집고 주님께 다가가 옷을 만집니다.

그녀는 낫고자 하는 애틋한 열망, 그리고 예수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용기와 믿음으로 나아가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들의 간절한 마음은 오늘날 코로나19를 비롯하여 개인적인 아픔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간절함과 별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이런 아픔을 아시는 주님께서는 그 간절한 마음을 헤아리시고, 눈길을 돌려 그녀를 보시고 발길을 돌려 회당장의 집으로 가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들을 병에서 구원하시고, 죽음에서 소생케 하셨습니다. 참으로 간절한 마음은 주님의 눈길과 발길을 돌리게 합니다.

물론 주님께서는 단순히 육체의 의사만은 아닙니다. 주님은 사람들의 간절함이 신앙이 되도록 이끌어 주시고, 여인의 치료를 넘어 참 평안과 건강의 축복을 이루게 하시며, 딸아이의 손을 잡으시고 “일어나라” 하고 부드럽게 속삭여주십니다.

마가복음 5장 39절에는 “들어가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어찌하여 떠들며 우느냐 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실제로 죽었 있었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지배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가지신 예수님에게는 죽음에서 일으키시는 일이, 마치 잠자는 자를 깨우는 것 같은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이는 곧 소녀가 잠에서 깨어나듯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는 말씀입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는 물론이거니와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평안을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나아가 영적인 평화까지를 건강에 포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참다운 건강이란 인간이 평생도록 건강하게만 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이며, 주님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우리 역시 주님의 눈길과 발길을 돌리게 하는 간절한 마음과 기도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님의 손을 잡고 일어서서 살아가는 방법도 배워야 하겠습니다.

오늘날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감염병과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또한 오늘 내가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에서 하루 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사모하며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질병이 찾아 올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고, 지금 아픔과 고통 후에 또 다른 아픔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깊이 깨달아, 오롯이 믿음으로 살아가는 지혜의 삶도 터득해야 하겠습니다.

고통과 아픔 속에서도 주님의 손을 놓지 않고, 주님의 손을 꼭 붙잡고 일어나 살아가는 법을 깨닫고 배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궁극적인 치유와 완성은 오로지 주님 안에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오롯이 그 분만을 붙잡고 그 분의 삶을 본보기로 나를 내려놓고 그 분께 전적으로 의탁하는 믿음의 사람으로 다시 일어서야 하겠으며, 오늘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그런 믿음을 우리도 간직하며 실행에 옮겨야 하겠습니다.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