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유업으로 얻는 천국

부모가 자식에게 유업(an inheritance, 遺業)을 상속하는 것은 그가 자기 핏줄, 곧 ‘아들’이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 외에 어떤 다른 것, 예컨대 그의 인간 됨됨이나 탁월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부모는 누가 아무리 인격적으로 훌륭해도 아들이 아닌 이에게 유업을 물려주지 않으며, 동시에 아무리 못나도 자기 아들이라면 유업을 물려준다.

마찬가지로, 하나님도 ‘천국’을 그의 ‘상속자(heir, 相續者)’ 아들에게만 유업으로 주신다(마 21:38). 그 외에 다른 조건 같은 것은 보지 않으신다. 성경은 하나님의 유업을 받을 상속자를 ‘아들’로 못박았다. “아들이면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유업을 이을 자니라(갈 4:7).”

아브라함이 자신의 여종 하갈(Hagar)에게서 난 이스마엘(Ishmael)에게 유업을 허락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가 아브라함에게 이르되 이 여종과 그 아들을 내어 쫓으라 이 종의 아들은 내 아들 이삭과 함께 유업을 얻지 못하리라(창 21:10, 갈 4:30).”

오늘 그리스도인이 ‘천국의 상속자(heir, 相續者)’가 된 것은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율법의 종’에서 ‘하나님의 아들’이 됐기(요 1:12)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도 어렸을 때에 이 세상 초등 학문 아래 있어서 종노릇 하였더니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 나게 하신 것은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그러므로 네가 이 후로는 종이 아니요 아들이니 아들이면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유업을 이을 자니라(갈 4:3-5, 7).”

또 성경은 ‘천국의 유업(an inheritance of heaven)’을 받을 자로 ‘거듭난 자(a new birth)’를 꼽는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진실로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요3:5).”

이는 ‘천국 상속인’의 자격에 있어, ‘하나님의 아들 됨’과 ‘거듭남’ 두 자격을 구비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둘은 같은 개념이다. ‘거듭난 자’란 ‘종에서 아들로의 신분 변화를 받은 자’이다.

성경은 또 ‘천국의 유업’을 받을 자를 ‘믿는 자’라고 했다. “하나님이 세상에 대하여는 가난한 자를 택하사 믿음에 부요하게 하시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나라를 유업으로 받게 아니하셨느라(약 2:5).”

“이 사람의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하고 가로되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생각하소서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눅 23:41-43).”

이 역시 유업을 받는 또 하나의 조건으로 ‘믿음’을 첨가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아들’,‘거듭난 자’와 같은 범주 안에 있다. 말하자면, ‘믿음’이 그를 율법의 종에서 ‘하나님의 아들’로 거듭나게 해(요 1:12, 갈 3:26), ‘천국의 상속자’가 되게 했다.

◈실력과 천국 유업

‘천국의 유업(an inheritance of heaven)’을 ‘도덕성’이나 ‘자기 실력’으로 획득하는 것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다음 구절들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먼저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 19:24)”이다.

그러나 이 구절은 전후 문맥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즉 “예수를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마 16:6)”로 고백한 베드로에게 “천국 열쇠를 네게 준다(마 16:19)”고 한 앞의 말씀과,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할 수 있느니라(마 19:25)”는 뒤의 말씀과 더불어서 이다.

그것은 단순히 ‘부자(the rich)는 천국에 못 들어간다’는 뜻이 아니라, ‘불신자 부자(the rich unbeliever)는 천국에 못 들어간다’이다. 곧 불신자는 부가 그에게 우상이 되어 그리스도를 믿지 못하므로 천국에 못 들어간다는 말이다.

‘부(富)’뿐만 아니다. 그가 가진 모든 것, 예컨대 ‘그의 명예, 권세, 능력, 의로움’ 등 그의 모든 것이 다 그의 우상이 되어 있기에, 그리스도를 믿을 수 없고 따라서 천국 입성도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뒤의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할 수 있느니라(마 19:25)”는, 신자(信者)는 ‘비록 그가 부자일지라도’ 부(富)를 의지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만을 의지하기에 하나님의 능력으로 천국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또 “천국은 침노를 당하나니 침노하는 자는 빼앗느니라(마 11:12)”는 말씀 역시, ‘피 터지는 투쟁으로 천국을 획득한다’는 뜻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힘입어 담대히 천국에의 진입을 도발하므로(provoke) 그것을 획득한다는 말이다.

비유컨대 이스라엘이 가나안 목전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여호와께서 그 온 땅을 우리 손에 붙이셨으므로(수 2:24)”,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민 13:30)”며 담대히 가나안 진군을 도발하여 정복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신약적으로 말하면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어 새롭고 산 길(히 10:19, 20)로 천국에의 진입을 도발하여 그것을 획득한다(gain)는 뜻이다. 한 마디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므로 천국을 획득한다(gain)는 말이다.

또 ‘양(羊)과 염소의 비유(마 25:35-45)’에서,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은 ‘오른편의 양(羊)’과 상속받지 못한 ‘왼편의 염소’는 일견 ‘선행(善行) 여부’로 그것이 구분되는 것처럼 보이나, ‘양(羊)과 염소’는 ‘신자와 불신자’를 상징하며, 둘을 가르는 판단 기준도 ‘믿음’이다.

‘양(羊)이 행하는 선행(善行)’, 곧 “내가 주릴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주었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벗었을 때에 옷을 입혀 주었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아 준 것(마 25:35-35)”은 단지 세상의 가난하고 병들고 억압당하는 자들을 도왔다는 뜻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런 선행을 하는 세상의 많은 도덕가(道德家) 박애주의자(博愛主義自)들 모두가 다 천국에 들어간다는 말이며, 그렇게 될 때 천국 가는데 반드시 ‘예수 신앙’이 필요치도 않다.

그것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선행’이 아닌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당하는 자를 돕는 신자의 ‘신행(Faith Works)’, 즉 ‘믿음의 열매(the fruit of faith)’이다. 이는 그것을 행하는 이들을 예수님과 동일시한데서도(내가 주릴 때에, 마 25:35)’알 수 있다.

그것을 행하지 않은 자 역시 ‘일반의 선행’이 아닌,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당하는 자들을 돕지 않는 ‘신행(Faith Works)’이 없는 자를 일컬음이다. 뒤이어 나오는 “내(그리스도)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는 예수님의 말씀에서도 확인된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무지한 ‘불신자(不信者) 염소’는 믿음이 뭔지도,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당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기에 당연히 그들을 도울 수 없다.

반면 구원받은 ‘신자(信者) 양(羊)’은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알기에 그들을 돕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믿는 자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는 ‘불신자인 염소는 천국에 못 들어가고 신자인 양(羊)은 천국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천국은 자기 실력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믿음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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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대표,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