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주류로 올라선 웹툰과 웹소설 현상
장르소설 주된 목적, 기본적으로 현실도피형
비현실적 해피엔딩 정당화 위한 설정과 장치
삶의 유한성 적극 잊게 하고 ‘대리만족’만 줘

이태원 클라쓰
▲웹툰 원작 드라마로 한국과 아시아 각국에서 커다란 인기를 모았던 <이태원 클라쓰>(2020).

◈원천 콘텐츠 웹툰: 원천 콘텐츠 풀로 자리잡은 웹툰 플랫폼

최근 유튜브에서 방영되어 화제를 불러모은 <머니게임>처럼, 웹툰 콘텐츠를 원작으로 삼는 영상 콘텐츠가 연이어 제작되는 중이다.

특정 웹툰의 영화화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고, 약 3-4년 전부터는 그 영역을 드라마까지 넓혀가고 있다. 드라마는 통상 전문 드라마 작가들과 PD들의 협업으로 제작되는 것이 상례였는데, 이 구도가 점차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웹툰 기반 드라마 가운데는 이미 커다란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여럿 존재한다. 작년 초 방영되어 한국뿐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박서준(박새로이), 김다미(조이서), 유재명(장대희), 권나라(오수아), 안보현(장근원), 이주영(마현이) 등이 출연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가 대표적이다.

동명의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삼는 이 드라마는 웹툰 콘텐츠와 TV 드라마의 포맷이 절묘한 케미를 이룬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올해도 지상파, 종편, 케이블 할 것 없이 인기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제작 중이거나 방영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점점 더 확고하게 굳어질 전망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웹툰 플랫폼은 각기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원천 콘텐츠 풀로서 자리를 잡았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 드라마 작가들보다 웹툰 작가 혹은 웹툰 스토리 작가들의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된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약 3-4년 전부터 웹툰 업계 내부에 새로운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바로 웹소설의 미디어 믹스, 즉 웹툰화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향이 즉각적으로 드라마 제작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웹소설, 이른바 양산형 장르소설의 심한 서브컬쳐성 때문에 웹소설 자체의 드라마화나 웹소설 원작 웹툰의 드라마화는 지지부진한 편이었다.

그나마 웹소설의 드라마화가 성공을 거뒀던 사례로는 박보검(이영), 김유정(홍라온), 진영(김윤성), 채수빈(조하연), 곽동연(김병연) 등이 출연한 <구르미 그린 달빛>(2016, KBS 2TV)과 박서준(이영준), 박민영(김미소), 이태환(이성연), 표예진(김지아), 강기영(박유식) 등이 등장한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tvN) 정도를 들 수 있다. 드라마 시청자들 가운데 여성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까닭에, 여성향 웹소설의 내용이 드라마로 이전되어서도 각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남성향 웹소설 즉 무협, 이세계, 게임, 퓨전, 현대 기업극, 회귀, 환생, 대체역사 소설 같은 경우 웹툰계에서는 어느 정도 원작 콘텐츠로서의 위상을 확보했지만 영상화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도 올해를 기점으로 조금씩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인생 회귀 정치, 법정소설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드라마 제작사 삼화네트웍스를 통해 제작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송중기 씨가 출연을 검토중인 환생 기업극 <재벌집 막내아들>이 jtbc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이렇게 현대 대한민국 현실에 기반을 둔 남성향 판타지 장르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되기 시작한 상황인 만큼, 향후 무협이나 게임, 대체 역사 소설 작품도 드라마로 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
▲여성향 웹소설 원작 드라마로 큰 성공을 거둔 <구르미 그린 달빛>(2016).

◈원천 콘텐츠 웹소설: 해피엔딩에 모든 것을 건 장르문학

한국 웹소설은 크게 남성향 웹소설과 여성향 웹소설로 나뉘어 있다. 웹소설 콘텐츠 대부분이 기존 양판형 소설의 계보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한국 양판형 소설은 미국, 중국, 일본의 장르소설들을 무단으로 번역, 각색해 주로 만화방 중심으로 대여하면서부터 널리 읽히기 시작했다.

기억하기로 1970-80년대 당시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었던 만화방에는 남성을 위한 양판형 무협소설, 여성을 위한 로맨스 소설이 다수 구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해외 작품을 번역, 각색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이후 몇몇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시장이 커지면서 점차 한국 작가들만의 독창성이 확보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중반에는 이런 양판형 소설들의 고급화가 이루어졌다. 일부 작품들이 서점에 소매판매용으로 유통되기 시작했고, 장르도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작가층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기존 한국 장르소설들은 소수 유명 작가와 그 문하생들, 즉 고스트 라이터(대필 작가)들의 폐쇄적인 도제식 협업을 통해 생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중반 PC통신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신흥 장르소설 작가들이 등장해 큰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1993)이나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1998)가 있다. 이런 작품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남성향 장르소설계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이전에 거의 무협이나 기업극으로 한정되었던 장르가 현대 판타지, 그리고 중세 혹은 이세계 정통 판타지로 다변화되었다.

퇴마록 드래곤 라자
▲초기 PC통신 장르소설의 대표 성공작, <퇴마록>(1993)과 <드래곤 라자>(1998).

거의 같은 시기 일어난 도서 대여점 열풍은 장르소설 시장이 급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도서 대여점 열풍이 가라앉은 2000년대 초반에는 조아라, 문피아 등 온라인 장르소설 플랫폼이 인터넷 소설이 제작 및 유통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신규 작가들이 해당 플랫폼에 일정한 분량을 연재한 뒤, 대중의 호응을 얻으면 출판으로 이어지는 유통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이 시기 한국의 장르소설은 미국과 유럽의 판타지 소설, 그리고 일본 라이트 노벨, 이른바 ‘라노벨’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았다.

해외의 특이한 장르소설 설정들을 거의 무단복제에 가까우리만치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융합시켰다. 이세계, 환생, 회귀, 게임, 대체역사 소설들이 계속 출간되었다.

남성향 장르소설뿐 아니라 여성향 장르소설도 일반적인 현대 로맨스 소설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고, 중세 혹은 이세계 판타지, 환생, 회귀, 대체역사 로맨스 소설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이 시장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국내의 두 거대 포털사,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2013년과 2014년 각각의 웹소설 콘텐츠 플랫폼인 ‘네이버 웹소설’과 ‘카카오페이지’를 개설했다.

이렇게 번듯한 플랫폼을 구비하게 된 장르소설은 이제 단순한 서브컬처의 지류가 아니라, 대중문화 원작 콘텐츠 분야의 주류로 등극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다수의 작품이 웹툰화되었고, 최근에는 드라마화도 점점 더 빈번하게 시도되고 있다.

네이버 웹소설
▲국내 웹소설 플랫폼 양대산맥 가운데 하나인 '네이버 웹소설'.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 이렇게 장르소설이 대중문화 콘텐츠 중심부로 위치를 옮기는 상황은 결코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르소설의 주 목적이 기본적으로 현실도피에 있기 때문이다.

기존 인터넷 소설, 그리고 장르소설의 90% 이상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극단적인 해피엔딩으로 마감한다. 새드엔딩이나 배드엔딩을 용납할 수가 없다. 독자들이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해피엔딩을 정당화하기 위해 온갖 비현실적이고 초월적인 설정과 장치를 끌어온다.

판타지 장르에 자주 등장하는 이교적 신성력이나 마법, 혹은 무협 세계관에 반드시 등장하는 무공은 너무도 일반화돼서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게임 센스, 초능력, 환생, 회귀 등이 그나마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장치들이다.

이런 설정과 장치들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기계장치로 연극무대에 등장한 신)’ 역할을 맡아 모든 고난과 문제를 해결한다.

이로써 장르소설은 삶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을 적극적으로 잊어버리게 만든다. 애초 작품의 목적 자체가 비현실적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데 편향되어 있는 것이다. <계속>

박욱주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