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다운 교회
교회다운 교회

신호섭 | 다함 | 340쪽 | 20,000원

저자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쓴 교회에 대한 책을 일독하였다. 성경이 정의하는 교회와 성경이 규정하는 규범으로 개혁파 신조와 신앙고백서에 근거한 교회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교회와 꿈꾸는 교회 그리고 소망하는 교회를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상상력이 투영된 교회라면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나 교회가 성장하고 많은 사람이 오기를 원하여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다. 내가 섬기는 교회와 목회하는 교회가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 예배가 은혜롭기를 원하며 다양한 활동이 역동적으로 일어나길 원할 것이다.

교회를 섬기는 자들의 이러한 마음은 간절하고 진실하다. 그러나 진정성이 있다고 다 옳은 것이 아니다. 내가 마음을 담아 교회를 세워가지만 그것이 성경과 성경적인 가치관에 어긋난다면 틀린 것이라 말해야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회를 되돌아보고 교회 됨을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교회들도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이제는 못참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필자도 지금까지 교회가 충분히 희생하고 공감하고 양보해 왔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반응이 금단현상 같은 반응이라면 교회와 신앙과는 관계없는 일일 것이다.

교회다운 교회가 무엇일까? 예배 한 번 못드린다고 죽을 것처럼 다 같은 목소리로 함성을 지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교회가 피해를 입고 손해를 본다면 오히려 교회는 예수님의 희생을 떠올리며 감내하고 인내하며 십자가의 길을 가야될 것이다.

반대로 타인이 불공정하고 부당한 대우와 상처를 받는 일이라면 교회는 뱀처럼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하여 법과 제도를 바꾸어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해야 될 것이다.

교회는 지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는 곳이 되어야 하고, 예수님이 이 땅에서 하셨던 일들을 종말까지 수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필자도 목회자이니 교회에 대한 글을 소책자 정도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교회마다 특징이 있듯이 목회자에게도 저마다의 특징과 꿈이 있으니, 그의 은사와 성품대로 교회에 대하여 써내려갈 것이다. 필자 또한 내가 생각하는 교회가 성경적인 교회라고 말하며 교회에 대하여 논할 것이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요즘같이 진리와 영원한 것이 없다고 믿는 시대에 교회 안에 있는 사람이나 교회 밖에 없는 자들도 교회를 말할 것이다. 나에게 유익이 되면 진리이고 불편하면 비진리로 여기는 시대에, 사람이 말하는 교회의 정의는 듣고 기록할 가치가 없다.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마음을 공감해야 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들에게 맞추어 교회를 정의하는 것은 인간 중심적인 것이다. 모두가 말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성경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작은 교회 언덕 해 빛 햇살 구름 하늘 소금
▲교회는 언덕 위의 도성이어야 한다. ⓒ픽사베이
언제부턴가 교회가 서비스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되었다. 필자의 생각에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그러한 교회의 운영과 체제와 제도는 활성화된 것 같다. 지금도 그러한 흐름은 지역 교회 곳곳에 흐르고 있고, 그러한 가치관을 가진 담임이 있는 교회는 그러한 정신으로 교회를 이끌어간다.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어야 하는 교회인데, 세상이 낚은 교회가 된 것 같다. 세상에 있는 사람이 와서 굴복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는데 세상 사람 앞에 굴복하는 교회가 된 것 같다.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지만 엄연히 세상과 다른 곳이고 구별되는 곳이고 차별되는 곳이다. 그렇다고 세상을 배제하고 혐오해야 된다고 오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교회는 거룩한 것이 되어야 하므로, 세상의 정신과 가치관을 배격하고 물리쳐야 한다. 물질주의와 물량주의, 성공주의와 자본주의, 외모지상주의와 여러 이념들이 교회를 지배하지 않도록 교회는 진리로 성도를 보호해야 한다.

세상에 있는 사람이 교회에 왔는데 세상에서 말하는 똑같은 이야기와 가르침과 주장을 교회에서 듣는다면, 그것만큼 수치스러운 일이 없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듣지 못한 말씀을 들려주어야 하고,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창조주와 구원자 되시고 역사를 주관하시며, 자신의 인생이 우연이 아니라 지금도 하나님이 주인되신다는 것을 깨닫고 회개하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해체주의 시대이다. 모든 것을 허물고 모두가 평등하다고 여기는 시대에, 절대자 되시는 하나님 앞에 피조물로서 위치를 확인해야 될 것이다.

교회의 부정과 죄와 실수로 목사와 직분자들도 우습게 여기지는 시대이니 모든 직분들도 없애야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교회의 직분과 질서는 하나님이 정하신 것이니 교회는 회개하되, 인간의 평등과 인권과 인본적인 주장이 우선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거대한 이 세상의 풍조와 사상이 안개처럼 교회를 뒤덮고 있다. 사방의 바람이 불어서 교회를 흔들고 있다. 코로나19도 어쩌면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라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됨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기업 같은 교회와 세상 같은 교회, 신학이 없는 교회와 영적인 질서가 없는 교회로 살아간다면 희망이 있을까. 예배 못드리게 한다고 떼를 쓰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교회가 과연 교회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가 저자의 글을 보며 느낀 것 두 가지가 있다. 저자는 우주적인 교회 즉 그리스도와 연합된 보이지 않는 보편 교회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지역 교회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가 혈연과 학연과 지연 등 여러 인간적인 이유들로부터 교회를 아끼고 지키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리스도께 죽기까지 사랑하여 피 흘리며 사신 교회라는 가치를 붙들고 있고, 그 사랑이 책 전체에 흐르고 있다.

“너희가 예수를 보지 못하였으나 지금도 사랑하고 기뻐한다”는 베드로 사도의 고백처럼, 보이지 않는 교회를 향한 저자의 사랑이 교회다움을 꿈꾸게 하고 그러한 교회가 무엇인지 성경을 근거로 정의하고 있다.

우주적인 교회를 사랑하니 그분의 피로 세워진 지역 교회 또한 저자는 아끼고 사랑한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자는 교회를 어머니로 모시게 되는 것처럼, 저자는 그리스도와의 연합된 교회를 사랑하기에 지역교회를 안타까워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교회의 질서를 소중히 여긴다. 오늘날 교회에 세워진 질서와 직분의 폐해와 부정과 죄들로 인해 질서와 직분이 무가치하게 여겨지고 있다. 필자도 목사직을 받고 살고 있지만 부끄러워 낯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정말 오늘날 교회는 직분의 황폐화를 경험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교회에 세워져서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덕을 세우고 교회를 돌봐야 할 직분을 버리는 것은 비성경적이다. 모두 평등한 인간이고 누구나 존엄성을 가진 존재들이지만, 교회 안에서의 직분과 역할은 다른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 잘못된 권위주의와 은사주의는 교회를 세우기는커녕 허물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교회의 질서의 직분을 성경적으로 정의하고 모든 직분을 소중한 것으로 여기며 그것의 바른 역할을 자신의 경험을 담아 잘 소개하고 있다.

세상이 볼 때 비상식적이고 답답해 보이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성경의 정신을 따라간다면 결코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전원 교회, 이머징 교회, 대안 교회, 새로운 교회, 온라인 교회 등 다양한 교회가 이 시대에 존재한다. 그러한 교회에 구원이 없다거나 그러한 교회는 잘못되었다고 함부로 우리가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와 역사적인 신앙고백서에서 말하는 교회가 무엇인지 알아, 교회가 무엇인지 분별하며 자신을 점검하고 하나님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게 교회를 지키고 세워가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모임이고 공동체이다. 요한계시록에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새 예루살렘은 신부이고 어린 양의 아내라고 정의하는데, 이 말은 하나님의 백성의 공동체인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거룩해야 한다. 거룩은 하나님으로부터 변화받은 자들이 거룩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에 일치하고 말씀에 순종하고 예수를 닮아가는 것이다.

교회다운 교회란 참 정의하기 어렵지만, 이 책을 통해 교회 됨을 깊이 생각해보고 회개하고 작아지고 나눠주고 겸손하고 저항하고 뿌리내리고 단단해지는 길로 가게 되길 소망한다.

방영민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