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성화
일상의 성화

데이비드 폴리슨 | 김태형 역 | 토기장이 | 160쪽 | 11,500원

‘성화’는 신자가 거룩하게 되어가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하나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고 그 아들의 형상대로 의롭게 변화시켜 가시는 주권적이고 은혜로운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보통 성화의 시작을 칭의, 성화의 완성을 영화로 구분하는데, 성경에선 ‘거룩하게 하심’이란 표현을 종종 성화의 시제와 상관없이 사용한다.

그래서 <일상의 성화>에선 과거 시제의 성화(칭의), 현재 시제의 성화, 미래 시제의 성화(영화)로 구분하고, 이 책의 초점을 현재시제의 성화 즉 ‘점진적 성화’에 맞췄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폴리슨은 성경적 상담학의 두 번째 개혁을 일으키고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로, 개척자로 꼽히는 제이 아담스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성경적 상담의 핵심 개념>에서 히스 램버트가 분석한 바 있다(국제제자훈련원, 2015).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성경적 상담학의 부흥을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에서 일으킨 폴리슨은 2019년 소천하기까지 성경적 상담 저널 편집인, 필라델피아 기독교 상담교육원 교수, 상담가 등으로 헌신했고, 국내에서 제법 많은 상담 관련 서적을 공급했다.

도서출판 토기장이에서 이 책의 제목을 ‘일상의 성화’로 붙인 이유는 아마도 폴리슨이 책의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성화, 성도, 거룩, 경건과 같은 말”이 “특이하거나 지나치게 영적이고 종교적인 모습”이 아니라 “이 세상의 일, 현실의 일들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것(18쪽)”이기 때문이다.

성화는 교회 생활이나 성도와의 관계 속에서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성령의 역사가 아니라 삶의 전반에서, 그것도 각자의 특별한 관계와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성령의 인격적인 역사이다.

독자가 책을 통해 받을 가장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교훈이 있다면, 바로 종합적 사고와 균형잡힌 신학을 추구하는 폴리슨의 입에서 이런 말을 여러 번 반복하여 듣는다는 것이다.

교회 사역은 교회가 처한 상황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리의 ‘불균형’을 추구하지만, 신학은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 진리의 ‘균형’을 추구한다(43쪽).

저자는 아내 낸시와 함께 극심한 스트레스 가운데 성령 하나님께서 어떻게 두 사람을 거룩하게 만들어 주셨는지, 하나의 일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성경의 특별한 구절을 통해 성령께서 주시는 위로와 격려를 받았고, 여러 종합적인 교훈이 아닌 그들이 처한 상황과 각각 투쟁하고 있는 싸움 속에 꼭 필요한 맞춤 은혜를 받았다.

폴리슨은 자기 사례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나시고 변화시키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주장하며, ‘이것’만 하면 성화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을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매사에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 예수 안에 새로운 정체성을 되새기는 것, 교회 공동체 안에서 도움을 얻는 것, 은혜의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것, 치열한 영적 전쟁을 치르는 것, 영적 은사를 활용하여 지체를 섬기는 것, 과거의 은혜를 기억하거나 오늘의 은혜를 누리고, 장래의 은혜를 바라보는 것 등 모든 성경적 가르침이 유익하고 올바른 것이 맞지만, 이 중 하나를 유일한 성화의 비결처럼 소개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 이유는 균형 잡힌 진리를 전하려면 일반화되고 추상적으로 다듬은 교훈이 되기 쉽고 그러다 보면 특별한 상황에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방식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폴리슨이 ‘균형잡힌 신학’ 즉 성경의 진리를 구속사로 정리한 성경신학이나 주제별로 정리한 조직신학을 간과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마땅히 치우치지 않은 성경적 진리가 모든 거룩을 이끌어내는 양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천편일률적 방식으로 신자에게 어떤 원칙만 적용하면 자동으로 성화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독자가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성경의 진리, 그것도 독자가 처한 상황에 꼭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령 하나님의 계시(은사 주의적 계시가 아니라 특별계시인 말씀을 통해 역사하심)뿐 아니라, 공동체, 상황, 환경,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강력하게 권면하는 것이다.

폴리슨은 적어도 다섯 가지 요소 곧 진리의 말씀을 통한 변화, 삶의 고난을 통한 변화, 개인의 결단과 삶의 실천을 통한 변화, 주변의 지혜로운 사람을 통한 변화, 하나님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변화를 성화의 다섯 가지 요소로 소개한다(84쪽).

예리한 분석 이후 폴리슨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하나님께서 자기를 과거에 거룩하게 하셨고 현재 거룩하게 하시는지 회고한다.

이후 찰스와 샬롯이라는 완전히 다른 배경에서 자란 두 사람의 사례를 소개하며, 앞서 말한 다섯 가지 성화의 요소가 어떻게 폴리슨 자신의 삶과 두 사례로 언급된 이들의 삶에 풍성하게 그리고 적합하게 이루어졌는지 설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정말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그분이 택하신 자를 각각 어떻게 아들의 형상대로 빚어가시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모습을 그린 성화(렘브란트).
처음에 <일상의 성화>를 펼쳤을 때, 그동안 읽어왔던 수많은 성화 관련 책자와 많이 겹치는 내용이 가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분량이 많지 않은 책이라 일반적인 원칙을 많이 제공할 것이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열어본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까지, 폴리슨의 통찰력과 예리함이 살아있으면서도 성화에 관한 새로운 시각과 폭넓은 관점을 갖게 되었다.

물론 일상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성화시킨다는 것을 대부분의 신자가 이론적으로 알고는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원래 제목처럼 어떻게 성화가 작동하는지(How Does Sanctification Work?),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여러 작동 원리와 요소를 접하고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저자와 소개된 신자의 실제 삶을 통해 지켜보며, 자기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거룩하게 하시는 은혜와 능력을 기대하고 갈망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