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아바타’, 성령은 ‘게이지’로 표현된 게임… 패배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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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게임 ‘I Am Jesus Christ’ (2)

대중성과 몰입감 압도적 강점 갖는 게임 콘텐츠,
‘적극적 참여와 자연스러운 교육적 효과’가 장점
오락적 효과로 온전한 성경 내용 전달에는 한계
성경과 신앙 ‘가상현실화’가 초래할 문제 논의를

▲성경의 복음서를 주된 내용으로 삼는 1인칭 시점 게임, ‘I Am Jesus Christ’.

▲성경의 복음서를 주된 내용으로 삼는 1인칭 시점 게임, ‘I Am Jesus Christ’.

◈복음과 게임 콘텐츠: 기독교 게임 콘텐츠의 강점과 한계

‘I Am Jesus Christ’는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기간 동안 행적과 사역을 주된 내용으로 삼는 게임 콘텐츠이다.

통상 성경의 내용을 소개하거나 교육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많은 게임들과 달리, ‘I Am Jesus Christ’는 1인칭 시점 게임 진행방식을 채택했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가 예수 그리스도의 역할을 맡아 게임을 진행하도록 기획되었다.

2019년 12월 이 게임의 트레일러가 처음 일반에 공개되었을 때, 미국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황당한 심정을 금하지 못했다. 그리스도의 행적을 1인칭 게임으로 만들면, 게임에 몰입하는 플레이어들은 아마 아주 쉽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말씀을 익힐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일개 플레이어가 스스로를 그리스도와 동일시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플레이어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리스도를 사칭하는 적그리스도의 입장에 서게 만든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게다가 게임의 세부적인 내용도 문제가 된다. 특히 병을 고치고 귀신을 쫓는 권능의 원천이 되시는 성령을 ‘게이지’로 표시되는 일종의 에너지처럼 취급하는 점이 기독교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는 삼위일체의 신성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심히 왜곡하는 행태이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I Am Jesus Christ’는 성경 내용의 소개와 교육에 목적을 둔 게임이 아니라, 특이한 매력이 있는 콘텐츠 구현을 위해 성경의 내용을 임의로 차용하고 조작한 게임으로 평가될 수 있다.

게임은 대중성과 몰입감 측면에서 압도적 강점을 갖는 콘텐츠 형식이다. 플레이어의 선택과 컨트롤 행위가 내용 진행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그에 따라 일정 정도의 자유도가 주어지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적극적 참여라는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한 정도의 교육적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제 역사에 기반을 둔 시뮬레이션 게임들인데, 이런 게임에 몰입하는 플레이어들은 해당 콘텐츠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 지역, 사건, 문화요소 등을 학습하는 데 별반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게임이 갖는 이런 교육적 기능을 성경 교육이나 신앙 교육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가능성이 갖는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경과 신앙의 교육이 일반적인 교육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바로 성령의 인도와 역사, 감동과 감화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는 오로지 성령을 받고 성령으로 말씀을 깨달으며 가르치는 자를 통해서만 나타난다.

이러한 확신 때문에 기독교회는 예배와 모임을 매우 중시한다. 기독교인들은 온전한 말씀 교육이 성령을 받아 말씀의 지식을 깨닫고 믿음의 심령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자들에 의한 강론, 혹은 그런 이들과의 교제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모임에 무엇보다도 큰 가치를 둔다. 코로나 상황에서 교회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대면예배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다윗왕의 삶을 다룬 게임 콘텐츠 ‘David’. 킥스타터 펀딩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

▲다윗왕의 삶을 다룬 게임 콘텐츠 ‘David’. 킥스타터 펀딩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

◈교회와 게임 콘텐츠: 메타버스 시대 교회 공동체 형태에 대한 우려

성경과 신앙의 교육을 위해 대중문화 콘텐츠를 활용할 때에도 바로 이러한 점이 문제시된다.

성경에 기록된 말씀, 또는 성령의 인도로 성경을 깨달은 이의 가르침이나 행적을 온전하게 보존해 전달하는 것이 아닌 이상, 특정 대중문화 콘텐츠가 예배 및 성도의 교제에서와 같은 성경 교육 효과를 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성경에 기록된 믿음의 입장에서는 그러하다.

그리스도의 생애나 헌신적인 신앙인들의 삶을 다룬 영화 등을 평가할 때 영화적 각색이 최대한 배제되었으면서도 성경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작품들이 고평가를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경 말씀을 그대로 나레이션과 대사로 집어넣은 <비주얼 바이블: 요한복음>(2003)이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최대한 성경 기록에 맞게 영상화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게임 콘텐츠는 이러한 부분에서 큰 약점을 갖는다.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진행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선택에 따른 자유도가 있다는 점이 오히려 성경과 신앙의 교육을 위한다는 목적 측면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성경과 신앙에 관한 게임의 경우 대부분 멀티 엔딩 구성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엔딩을 따라 스토리가 진행되는 일직선 구성 방식을 선택한다.

성경에 기록된 사실과 가르침을 왜곡하지 않고 내용을 되도록 원본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정해진 서사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게임성이 강조되면 교육적 효과보다는 오락적 효과가 강해지기 때문에 기독교 게임 콘텐츠들은 성경과 신앙의 온전한 내용 전달에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만 기독교 게임 콘텐츠들은 플레이어들이 성경의 내용과 믿음의 정서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성경과 관련된 게임 가운데 괴작으로 평가받는 &lsquo;Bible Fight&rsquo;. 성경의 등장인물들을 대전 캐릭터로 설정한 대전 게임. 게임성을 강조하다, 성경과 신앙과 무관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

▲성경과 관련된 게임 가운데 괴작으로 평가받는 ‘Bible Fight’. 성경의 등장인물들을 대전 캐릭터로 설정한 대전 게임. 게임성을 강조하다, 성경과 신앙과 무관하게 된 대표적인 사례.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내년 발매를 목표로 한창 개발되고 있는 ‘I Am Jesus Christ’는 게임 설정상 심각한 약점을 갖는다.

무엇보다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스도의 사역을 임의로 재현하도록 유도하는 1인칭 시점의 게임진행 설정, 그리고 성령의 역사를 인간이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게임 플레이 요소로 전환한 설정은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 볼 수 있다.

그리고 ‘I Am Jesus Christ’의 설정과 관련해 더 크게 우려되는 점이 있다. 이 게임 콘텐츠는 가상현실 속에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이루려 힘쓰는 인격적 주체를 하나의 아바타로 구현해 놓았다.

이는 향후 메타버스 기술이 일반화되었을 때, 교회 공동체의 형태에 일어날 부정적 변화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신앙인 아바타를 통한 교육, 교제, 모임, 예배의 문제는 현실과 가상의 미묘하면서도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 성경에서 가르치는 참된 교회 공동체 형성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당장 헌신과 봉사라는 측면만 봐도 그러하다. 현실에서 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일은 교역자와 성도들의 커다란 희생과 헌신을 요구한다. 온전한 성경 교육과 전도, 그리고 교제와 구제는 막대한 시간, 물질, 체력, 그리고 심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일들을 위해 인생 전체를 헌신하고서도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쓰지 못해 안달을 내는 것이 많은 믿음있는 교역자들과 성도들의 현실이다.

이렇듯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를 뒤따르는(마 16:24)” 믿음의 행함과 실천이 있는 곳에, 성령의 역사가 일어남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 그리고 많은 믿음있는 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한다.

▲메타버스에서의 활동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가상현실 속 교회 공동체 구현 때문에 발생할 심각한 신앙 왜곡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메타버스에서의 활동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가상현실 속 교회 공동체 구현 때문에 발생할 심각한 신앙 왜곡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로 구현된 가상세계는 현실에서 쉽게 이룰 수 없는 요소들을 단지 알고리즘과 데이터 조작을 통해 쉽게 일궈낸다. 사실상 아바타에게는 고난도, 희생도, 자기부인도, 그리고 순교도 없다.

만일 멀지 않은 시점에 사람들이 메타버스 세상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일상화되고, 기독교 신자들 또한 아바타를 통해 이뤄지는 교제, 모임, 생활을 신앙의 전부로 여기는 상황이 일반화되면 어떻게 될까?

기독교 게임 콘텐츠들과 마찬가지로,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 내에서의 교회 공동체 활동은 교육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라는 특수한 기능을 보조하는 데에 그 강점과 의의가 있을 뿐, 결단코 신앙생활 전체를 대체할 수 없다.

‘I Am Jesus Christ’의 개발 소식은 믿음과 신앙생활을 점차 가상현실 속으로 옮겨 놓으려는 걱정스러운 동향을 감지하게 해준다.

코로나 종식 이후의 상황, 즉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상황에서 교회 공동체의 결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게임 콘텐츠를 통해서도 이 우려를 증대시키는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게임 콘텐츠를 비롯해 궁극적으로는 메타버스 기술 사용이 교회에서 일반화될 때, 이를 어떻게 바람직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치밀한 분석과 예견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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