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 ⓒ에메카 우메그발라시 제공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회의서 나이지리아에 대해 “개혁이 절실한 ‘시한 폭탄’과도 같은 상황”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 종교 자유 문제에 대한 연방정부와 의회에 자문을 제공하는 초당파적 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10일 나이지리아에서 “극단주의와 정부의 무대응”에 대해 논의하는 패널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무슬림 출신 여성인 하프사트 마이나 무하마드 씨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여성인권단체 ‘평화, 성별 및 발전을 위한 선택(Choice for Peace, Gender and Development)’의 창립자인 그녀는 회의에서 보코하람 테러리스트와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키고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또 무하마드 씨는 테러리스트에 의해 강간당했던 사실을 고백하며 “나는 잔인한 구타의 피해자였고 그들이 투옥시킨 희생자였다. 그리고 난 탈출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과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박해를 받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북동부 지역에서는 이슬람교인이든 기독교인이든 상관없이 심각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많은 현지 여성들의 상황에 대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그곳에 있다”며 “그들은 의지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결국 그들이 있는 곳에 갇히게 된다. 한때 살아서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던 상황에서 벗어난 것이 영광”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녀는 임산부가 직접 자신의 배를 갈라 아기를 꺼내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그렇게 버려진 아기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숲 속으로 달려가야 했다고 고백했다.

무함마드 씨는 특히 나이지리아 정부가 투명성과 책임성이 모두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녀는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알고 있던 나이지리아의 정부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법이 통하지 않는다. 종교적 편협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나 불교에 대한 것이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모여 평화롭게 살 수 없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라고 관용과 중재가 부족함을 호소했다.

또한 “나이지리아 정부와 테러리스트 및 지하드주의자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믿는 것을 믿게 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강요하며 고통을 가하고 싶어한다”며 “미국 정부는 나이지리아 정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이지리아의 정치 인사들과 통수권자들이 혼란이 지속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유지되거나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시한 폭탄(time bomb)”과도 같다고 경고했다.

1998년 ‘국제종교자유법’을 도입한 프랭크 울프 전 미국 하원의원은 미국이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나는 대량학살에 대한 개입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공유했다.

그는 “전 세계와 미국이 르완다에서의 대량학살을 무시했을 때,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우리가 무시했던 르완다의 잔학 행위 때문에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말에 르완다로 날아가 르완다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지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일어난다면, 전 세계가 분노하고 반응할 것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우리는 지금 나이지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외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폭력을 위한 국제 비정부 기구인 ‘Search for Common Ground’의 마이크 조빈스 글로벌 업무 및 파트너십 부사장은 “지금이 미국이 행동해야 하는 ‘중대한 순간’”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 전체의 대응이 필요하다. 미 행정부는 이러한 경제적 좌절과 심각한 안보 및 부당함, 결코 인권에 해당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해결을 돕기 위해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박해감시단체인 오픈도어선교회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인구의 약 절반(9,500만 명)이 기독교 신자이며, 이는 이슬람 신자의 숫자와 거의 대등하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에서는 매년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 더 많은 기독교인이 살해되고 있다.

세계테러지수(Global Terrorism Index)는 2020년에 나이지리아를 테러 피해 국가 중 3위로 선정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01년부터 2019년까지 22,000명 이상이 테러로 사망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2021년 연례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에 조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시 “기독교인 대량 학살로 가차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