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2021년 6월 둘째 주
▲소강석 목사가 은퇴목사위로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부럽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오전에는 하남교회에서 있었던 은퇴 목회자 위로예배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저는 얼마나 바쁘던지 예배도 다 끝나지 않은 채, 설교를 마치자마자 바로 한교총 사무실로 가야 했습니다.

그나마 제가 하남교회에 겨우 도착하였을 때는 막 예배가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보고 받기에는 은퇴 목사님들이 350명이 넘게 모였다는 것입니다.

강단에 섰을 때 언뜻 보기에도 거의 70대 중후반에서 80대 초반 목사님들이 많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80대 목사님들이 더 많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분들은 목회하면서 고생하던 모습이 역력히 보이고 연세가 드신 모습이 얼굴에 다 나타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정말 바람이 불면 흔들릴 정도로 노약하게 보였습니다. 그 분들은 시간도 많을 뿐 아니라, 선물도 드리고 약간의 위로비도 드린다고 해서 오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왜 그렇게 그 분들이 부럽게 느껴지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강단에서 그 분들을 바라보며 잠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저 분들이 부러울까. 어쩌면 저분들은 나를 부러워할지도 모르는데… 아직도 나는 건강하고 소리를 쩌렁쩌렁하게 낼 수 있으며, 더구나 맨발의 소명자로 출발해서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교단의 총회장이 되고 연합기관의 대표회장이 되었으니…, 그러나 오늘은 오히려 저 분들이 너무나 부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나이 먹고 몸이 좀 아파도 좋으니 저분들처럼 은퇴하여 격무에 시달리고 신경 쓸 일도 없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빨리 은퇴해서 아무 일 없이 이런 모임에 다니고 마음대로 걷고 싶을 때 걷고 산행하고 싶을 때 산행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만큼 제가 요즘 격무와 여러 스트레스로 힘들다는 심리적 반증이겠지요.

42.195km를 뛰는 마라톤 선수들도 30-35km 지점에 왔을 때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하나로 묶기 위해 연합사역을 하고 있는 저에게도 지금이 30-35km 지점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사실 30-35km는 절반 이상 온 것이죠. 하지만 마라톤 선수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처럼,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일들이 순탄하게만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장애물이 있고 예기치 않은 또 다른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요즘 어쩔 수 없이 교계뿐만 아니라 각계의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것입니다.

“소 목사님께서 작년에 예배와 교회 생태계를 재정비하는데 있어 정말 행보를 잘하셨고, 지금도 너무 잘하고 계십니다. 지금 힘들더라도 꼭 이 페이스를 지켜서 올해 안에 어떻게든지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어야 합니다.”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도 한국 교계의 연합을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생각하였습니다. 은퇴 목회자들을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잠깐이고, 그래도 나는 내 길을 달려가야겠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힘들다고 포기하면 되겠습니까?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회에서 마지막 언덕길이 나타났을 때 젖 먹던 힘을 다해 뛰어서 일본 선수를 앞질렀던 것처럼, 저도 더 비탈진 언덕이 있다 하더라도 온 힘을 다해 뛰어갈 것입니다. 마지막 스퍼트를 하여 골인을 할 것입니다.

일을 하며 너무 힘들고 신경쓸 일도 많지만,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먼저는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대비하고 세운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저는 은퇴 목회자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더더욱 땀을 흘리며 숨 가쁘게 저의 길을 달려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