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사랑하는 우리교회(예장 합동)에서 부교역자로 청년 사역하고 있는 노재원 목사의 글을 연재한다. 노재원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M.Div), 연세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석사)했으며, 현재 ‘알기 쉬운 성경이야기’, ‘기독교의 기본 진리’, ‘영화를 통해 읽는 성경이야기’, ‘대중문화를 통해 읽는 성경이야기’ 등을 유튜브를 통해 연재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별한 건축물
노재원 목사의 <성경으로 공간 읽기> #9

노재원
해병대 전우회 컨테이너
해병대 전우회 컨테이너. 대한민국에만 있는 좀 특별한 건축물입니다. 해병대 전우회란 해병대를 전역한 이들이 구성한 민간단체로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각종 봉사활동을 주로 합니다. 같은 해병대 출신이라는 게 확인되면 초면의 사내들끼리도 금새 가까워지곤 하는데요. 곧이어 서로의 기수를 확인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직업, 학력, 고향을 떠나 기수를 기준으로 선후배 관계가 곧잘 맺어지죠. 이 분들은 비영리 단체다 보니 일반건축물을 사용하기에는 재정이 여의치 않아서 컨테이너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컨테이너는 해병대라는 특수한 경험을 공유한 자들이 갖는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 물리적인 실체로 구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 투박한 외관 만큼이나 사용자들의 남성스러움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자체가 해병 출신들에게 자긍심을 가지라는 무언의 메시지이자 자신들이 강인한 남자임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무의식의 표상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해병대 전우회 컨테이너는 외형상으로는 가장 무뚝뚝한 건물이지만 역설적으로 세상을 향해서 가장 크게 소리치는 건물이기도 합니다.

삼손이 뽑아버린 성문과 기둥과 빗장
삼손.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괴력의 사나이입니다. 그는 가사(Gaza)라는 지방의 기생집에서 잠을 자게 되는데요. 삼손이 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가사 사람들은 삼손을 기습해서 죽이려 합니다. 새벽이 되면 거사를 치를 요랑으로 밤새도록 기생집 근처에서 매복을 하죠. 그런데 삼손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한밤중에 일어나서 성문과 두 기둥과 빗장을 뽑아 버립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메고 산꼭대기에 옮겨다 놓지요(사사기 16:1-3). 학자들은 성문에서 산꼭대기까지 대략 60㎞정도 되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는데요. 삼손은 이렇게 자신의 괴력을 곧잘 과시하곤 했습니다. 남성들의 힘자랑이란 이렇게 유서 깊지요. 삼손이 뽑아서 들어다 옮겨놓은 것들이 오늘날의 해병대 전우회 컨테이너 같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군생활 어디서 하셨어요?
대한민국 남자들이 모이면 곧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군생활 어디서 하셨어요?’ 원칙적으로 병역의 의무가 모든 성인 남성에게 부과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제대 후에도 어느 부대 소속이었는지를 기어이 확인하려 드는, 그러다 같은 해병대 출신이라는 게 확인되기라도 하면 강력한 동질감으로 결속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모습이란, 그네들의 집단 무의식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같은 군부대 출신임을 자랑스러워 한 바울
성경에도 같은 군부대 출신임을 자랑스러워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울 사도는 함께 일하던 에바브로디도라는 사람을 빌립보 교회로 돌려보냅니다. 그러면서 그를 가리켜 바울 자신의 ‘전우’라고 말합니다. “나는 에바브로디도를 여러분에게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나의 형제요 동역자요 전우이며 나의 필수품을 공급해 주라고 여러분이 보낸 사자입니다.”(빌립보서 2:25)
바울과 에바브로디도가 전우라니요? 여기서 전우라는 말은 마치 군대가 적군과 전투를 벌이듯이 바울과 에바브로디도가 함께 싸웠다는 뜻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해서 말입니다. 마치 전장에 함께 던져진 전우들처럼 목숨을 걸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함께 일했다는 뜻이죠. 바울 사도가 에바브로디도와 친밀한 것은 당연합니다.

예수님의 좋은 병사가 되어라
바울 사도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도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의 좋은 병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너는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병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으라”(디모데후서 2:3)
우리가 함께 예수님의 병사가 된다면 해병대 전우회 못지않은 결속력이 자연히 생기지 않을까요? 해병대 전우회 컨테이너가 자신들이 강인한 남자임을 과시하는 물리적 장치라면 하나님 나라에 마련될 하나님의 군사들의 거처는 눈에 보이는 이 땅의 컨테이너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광스럽고 아름다운 곳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