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상징’ 대학 캠퍼스, 지난 1년간 적막감 가득
‘교육은 이제 온라인’ 진단에도 비대면 한계 분명
올해 1학기, 주변 우려 불구 100% 대면으로 전환
학생들 만족도 대폭 상승… 감염 확산 걱정도 불식

“변증·융복합력, 인격, 사회성은 공동체로만 가능”

한국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김선배 총장
▲한국침례신학대학교는 고민 끝에 2021년도 1학기부터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했다. 정부의 요구를 뛰어넘는 엄격한 방역 조치를 실시함은 물론이다. 김선배 총장은 “아무리 AI 시대라 하지만, 비대면은 대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인격과 윤리성, 창의력은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지난 1년, 젊음의 활기가 넘쳐야 할 대학 캠퍼스들에는 적막감만 가득했다. 신입생들의 생기 있는 웃음도, 창의적 교육을 이끄는 대학 특유의 뜨거운 토론도 사라졌다. 코로나19로 대다수 학교들의 수업이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한국침례신학대학교(김선배 총장, 이하 침신대)도 이 초유의 상황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렇게 어느덧 두 학기가 지났다. 침신대는 발 빠르게 대응한 화상 수업 시스템도 제법 안정되고 “교육의 패러다임은 이제 온라인”이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하지만 토론을 통한 변증능력, 융복합 능력을 키우며 김선배 총장이 제시하는 ‘창의적 집단지성’을 함양시키기에 비대면이 주는 한계는 너무나 분명했다.

고민 끝에 김 총장은 결단했다. 2021년도 1학기 강의를 시작하면서 전면 대면수업을 실시한 것이다. 비슷한 고민을 한 전국 대다수 학교들이 대면과 비대면을 혼용한 반면, 침신대는 100% 대면 수업을 결정했다.

이 같은 의지를 밝히자 학기 초에는 감염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방역을 실시했다. 1학기가 마무리되는 시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만족도는 대폭 상승했다.

수업 집중도는 15% 상승한 80%로 나타났으며, 강의의 질이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66.4%가 그렇다고 답했다. 중도 탈락률(자퇴율)은 지난해 1학기 대비 33.4% 감소했다. 반면 학기 중 확진된 학생이 다녀가기도 했지만, 추가 감염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김 총장은 “코로나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동기부여는 됐으나,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이라며 “지식보다 중요한 변증능력, 융복합 능력, 인격, 윤리성, 사회성 등은 공동체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대면수업으로의 전환과 함께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교육 방식 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생들의 창의성 계발을 극대화해 침신대가 직접 개발한 C-LTM(Creative-Learning, Thinking, Mentoring) 방식이다. 교수가 제시한 주제를 학생들이 직접 연구해, 주도적 역할을 하며 발표하고 토론하며 논리를 정립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집단 지성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학생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강의실과 도서관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창의적 공간, 공유와 협력이 이뤄지는 학습공간으로 전면 리모델링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새로운 발돋움을 하고 있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

1년간 교육 프레임 붕괴… 학력 저하 뚜렷
교육은 일방적일 수 없고, 학문은 융합돼야

한국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침신대는 교수학습방법을 혁신해 탐구와 소통으로 학습하는 ‘창의적 집단지성 수업’인 C-LTM(Creative-Learning, Thinking, Mentoring) 방식을 개발했다. 수업의 70% 이상을 토론으로 진행하면서, 교수는 학습을 촉진하는 넛지(nudge) 역할을 하고 참여자 전체는 발표와 토론에 집중해 서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사고를 확대하며 집단 지성을 구축한다.
-지난 한 해 코로나의 광풍이 불었다. 대학들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육 방식의 변화를 요구받았다. 어떠셨나.

“당혹스러웠다.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다. 개강을 1주간 연기하는 것조차 교수들과 난상토론을 벌였다. 한 달 동안 연기가 계속되면서 긴급히 동영상 강좌로 준비했지만, 그렇게 1년이 흘렀다. 교육 프레임이 붕괴됐고 패러다임이 변화됐다. 거의 모든 학교가 이를 대처할 능력이 없었다. 다행히 우리 대학은 코로나 사태 직전에 강의실 환경을 전면 개선해 놓은 상태였다. 언제든지 실시간 영상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웹캠과 네트워크, 전자교탁 등을 마련했다. 교수들은 평소 하던 것처럼 수업을 진행했다.”

-어느 학교보다 빠르게 비대면 체제에 대응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한 이유는.

“아무리 AI 시대라 하지만 비대면은 대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 인격과 윤리성, 창의력은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학문도 마주하며 서로 융합되어야 한다. 교육은 일방적일 수 없다. 티칭과 러닝이 함께 가야 한다. 특히 대학은 변증이 필수다. 토론이 절대 필요하다. 이것이 1년간 실종됐고, 수치로 제시하기 어려울 뿐 학력 저하는 분명하게 나타났다. 더군다나 공동체 훈련은 신학대의 필수 영역이다. 흔히 혼자서만 기도하는 이들은 이단이나 무당이 된다는 말이 있다. 동기가 없고 친구가 없는 학생들은 위험할 수 있다.”

방역 당국 요구보다 훨씬 강도 높은 조치 취해
160명 교수진이 700여 강의 개설해 학생 분산

한국침례신학대하교 (침신대)
▲지난 4월 외부에서 감염된 학생이 다녀갔지만, 학내 추가 감염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이 제시하는 수준보다 훨씬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 온 덕분이었다. 매주 700여 개의 강의를 개설해, 대면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수를 최대한 분산했다. 채플은 좌석의 1/3만 참석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콘서트홀, 강의실에 분산시켜 진행한다.
-코로나 감염 및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을 것 같다. 방역 조치는 어떻게 실시하고 있나. 확진자가 나온 적은 없는가.

“지난 4월 외부에서 감염된 학생이 다녀갔지만, 학내 추가 감염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방역 당국이 제시하는 수준보다 훨씬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 온 덕분이었다. 학생들은 강의실을 오갈 때마다 발열 및 큐알코드 체크를 한다. 매일 색깔을 바꾸는 인증 스티커 혹은 밴드를 부착하지 않으면 통제받는다. 하루에 두 번 모든 강의실을 철저히 소독한다. 학생회관은 운영하지 않는다. 식당도 칸막이를 설치하고 거리 두기를 철저히 한다. 대학부흥회를 열었을 때 민원이 들어와 시청에서 점검을 나온 적이 있는데, 철저한 방역 조치를 보고 아무 말 못하고 돌아갔다.

매주 700여 개의 강의를 개설해 대면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수를 최대한 분산했다. 52명의 전임교수를 비롯한 160여 명의 교수진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수고를 하고 있다. 채플은 좌석의 1/3만 참석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콘서트홀, 강의실에 분산시켜 진행한다. 매주 긴장하며 방역하고, 비상대응팀을 가동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토론 중심의 C-LTM, 자기주도학습능력 극대화
강의실과 도서관, 학생들 눈높이로 과감히 변화

-침신대는 변화하는 교육 패러다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들었다. 코로나19 이후를 위한 침신대의 교육 비전과 그 시도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변혁에 발맞춘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교육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교육 방법이 변화해야 한다. 정보 전달 위주의 전통적 교수 방식은 학문의 융복합과 소통, 교류라는 대학 교육의 고유한 본질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침신대는 교수학습방법을 혁신해 탐구와 소통으로 학습하는 ‘창의적 집단지성 수업’인 C-LTM(Creative-Learning, Thinking, Mentoring) 방식을 개발했다. 이는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수업의 70% 이상을 토론으로 진행하면서 교수는 학습을 촉진하는 넛지(nudge) 역할을 하고, 참여자 전체는 발표와 토론에 집중해 서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사고를 확대하며 집단 지성을 구축한다.

한국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강의실이나 도서관의 패러다임도 바꿨다. 강의실은 획일적인 모양이었던 것을 모두 각각 다른 형태로 설계했고, 도서관은 전국 40개 학교를 탐방한 뒤 카페형태의 개방형 학습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도서관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김선배 총장.
강의실이나 도서관의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리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창의적 공간, 공유와 협력이 이루어지는 학습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획일적인 모양의 기존 강의실을 모두 각각 다른 형태로 설계했다. 창의력 증대를 위해 3m 이상의 천장 높이를 확보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주황색 조명으로 학습 몰입도를 높였다. 도서관은 전국 49개 학교를 탐방한 뒤 카페형태의 개방형 학습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더 이상 ‘조용히’라는 표지가 어울리지 않는 역동적 분위기를 집중력을 높이고 몰입하는 공간을 창출했다. 소그룹실과 중그룹실을 설치에 토론을 활성화했다. 가장 번잡하지만 가장 집중력 있게 학습하는 신세대들의 ‘학습-놀이-소통’의 융합공간이 됐다.”

교육 당국의 과도한 개입, 대학 퇴행시킬 것 우려
힘든 시기, 내면 강화하면 폭발적 영성으로 전환

-학령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신입생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도 대학을 평가하면서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 대안이 있는가.

“신학대는 변화에 몸부림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의 과도한 개입은 대학의 발전을 퇴행시킨다. 현재 시행하는 대학평가는 각 대학의 설립 목적을 훼손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대학 설립을 가능하게 한 ‘대학준칙주의’는 대학 난립과 양적 증가를 조장했고, 그 후유증은 지금 눈앞의 문제가 됐다. 교육 당국의 정책 실패를 현재의 대학들에 전가하는 게 대학평가제도다.

특히 학생 수 1천~2천 명의 대학과 1만~2만 명의 대학을 구분하지 않고 학과별·전공별 구분조차 하지 않은 채 획일화한 평가를 하는 것은, 각 대학의 고유한 설립 목적과 특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정원과 재정 지원을 제한하면 빈익빈 부익부를 낳기에 보편적 복지 정의에도 어긋난다. 특히 소수정예화하면서 특성화에 주력하는 신학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대학은 자율성이 생명이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같은 위기 속에서 교육 당국의 과도한 개입은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불공정한 대학 평가를 낳는다. 코로나19 시대 교육당국은 각 대학이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설립 목적을 달성케 하는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교회와 성도들, 교육 관계자들에게 한말씀하신다면.

“코로나를 조심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또 다른 기회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스데반 순교의 사건을 통해 교회가 전 세계로 퍼졌다. 이 시기에 한국교회가 내면의 영성을 강화시키면, 때가 되면 폭발적으로 흩어지는 영성으로 전환될 것이다. 온라인도 복음의 전략이 되는 때다. 코로나라는 변수에 담긴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