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성적 회심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성적 회심

알리스터 맥그래스 | 홍병룡 역 | 생명의말씀사 | 320쪽 | 18,000원

한국 그리스도인에게 맥그래스의 입지는 절대 작지 않습니다. 그는 신학자라기보다 과학자의 개념이 더 강합니다.

개인적으로 맥그래스가 어떤 책을 출간했는지 다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번역 출간된 책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가 출간한 책의 주제는 신학과 과학이라는 두 주제를 융합하고, 과학적 관점으로 신학을 변증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그가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신학을 전공해, 두 세계를 조화롭게 통합하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정교하게 조율된 우주>, <고난이 묻다 신학이 답하다>, <우주의 의미를 찾아서>, <인간, Great Mystery>, <도킨스의 신> 등이 대표적 저작들입니다. 맥그래스의 그런 책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신학과 과학이 어우러진 책들은 그에게 잘 어울립니다.

물론 제가 맥그래스의 책 중에서 가장 충격을 받았고 도전이 되었던 책은 개신교의 특징을 잘 보여준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입니다. 2015년 생명의말씀사를 통해 번역 출간된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이신칭의>는 그가 얼마나 칼빈주의적 정통 교리에 서 있는가를 잘 드러내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인문학적 측면에서는 C. S. 루이스의 뒤를 잇고, 영성의 측면에서는 제임스 패커를 따르는 것 같습니다. 소속 교단이나 신학 성향이 비슷한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책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회심 과정과 어떻게 생물학자에서 신학의 길로 들어섰는가를 말합니다. 전체는 3부로 나누어져 있지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부와 2부는 맥그래스의 개인적 삶의 여정을 그립니다. 마지막 3부는 그의 신학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자신이 왜 회의의 바다를 건너 신앙의 항구에 도달하게 되었는가를 풀어냅니다.

C. S. 루이스적이라는 느낌을 받은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2부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맥그래스가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함께 신앙에 대한 고뇌를 하게 됩니다.

이때 발견한 사람이 C. S. 루이스입니다. C. S. 루이스도 맥그래스와 비슷한 신앙의 여정을 밟았고, 동일한 대학교 출신이었습니다. C. S. 루이스의 <그들은 논문을 요구했다>에 들어간 “신학은 시인가?”라는 에세이에 크게 감명을 받게 됩니다.

“그는 나의 추론 방식과 잘 통하는 사람이지만 개념적 이해력은 훨씬 나를 능가했고, 그 문체는 내가 도무지 필적할 수 없는 우아함과 정교함을 보여주는 그런 인물이었다. 나는 그 놀라운 에세이의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두 번이나 쳤다.

‘나는 해가 떴다는 것을 믿듯이 기독교를 믿는다. 그것을 눈으로 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에 의해 다른 모든 것을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눈이 열리는 순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나의 탐구 여행에 함께하는 여행 동반자를 발견한 것이었다(108쪽).”

C. S. 루이스 컨퍼런스 알리스터 맥그래스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가 방한해 강연하고 있다. ⓒ크투 DB
책의 제목을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지성적 회심>으로 번역했는데, 적절한 제목이자 책의 전체 특징을 잘 표현한 제목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3부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맥그래스는 과학자가 어떻게 신앙을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풀어 나갑니다. 그는 1971년을 지금까지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통일된 덩어리로 융합시키는 통찰의 순간(207쪽)”이었다고 표현합니다.

맥그래스는 자신이 얻은 통찰은 C. S. 루이스에게서 얻은 것이며, C. S. 루이스는 “단테로부터 빌려온 것 같다(209쪽)”고 말합니다. 그는 C. S. 루이스를 복음이 실재의 큰 그림을 제공한다는 개념을 명쾌하게 했던 사람으로 칭송합니다. 맥그래스가 말하는 실재의 큰 그림이 뭘까요?

“실재의 ‘큰 그림’이란 우리가 고백할 일련의 교리들이 아니라 실재를 바라볼 때 필요한 렌즈, 우리의 관찰 및 경험의 세계를 그 틀에 넣은 그림, 우리 세계의 다수의 요소들을 다함께 붙들어주는 거미집을 말한다(210쪽).”

맥그래스는 버드란트 러셀과 찰스 다윈, 데이비드 흄과 같은 학자들의 사상을 섭렵해 나가면서, 자신이 가진 지식을 개관적으로 정리해 나갑니다. 분명 논문이 아닌 에세이 형식을 따름에도, 3부에서는 그의 독서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신앙이 깊어가면서 허친스와 도킨스의 주장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합니다. 맥그래스는 그들의 주장이 “도무지 증명될 수 없는 문화적, 철학적 가정들에 의존(239쪽)”하고 있음을 폭로합니다.

사실이 진리는 아닙니다. 역사적 사건이 그리스도인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지성의 각성이 일어나야 합니다. 전혀 새로운 관점, 모든 이론과 해석을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역사적 지도, 지리적 지도, 법적 지도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그곳에 “신학적 지도를 모두 겹쳐놓을 때에야 비로소(263쪽)” 사건과 역사 너머의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만약 무신론적 과학에 함몰되어 신앙을 얕잡아 보거나 그리스도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이들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무신론자들의 미혹에 빠져 믿음이 흔들리거나 갈등하는 이들이 있는 분들도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과학은 이 세상을 연구하지만, 이 세상은 하나님의 피조물입니다.

정현욱
▲정현욱 목사.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