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을 살다
그리스도인을 살다

장 칼뱅 | 정성묵 역 | 두란노 | 136쪽 | 8,000원

장 칼뱅(존 칼빈)은 개혁주의 신학을 정립한 종교개혁자로,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출간된 1559년 라틴어 최종판 직역 <기독교 강요>(생명의말씀사, 2020)를 읽으면서 분명히 알게 되는 것은, 칼뱅이 성도와 동떨어진 교리를 조직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기독교 강요를 쓴 것이 아니란 점이다.

당시 성도를 미혹하는 여러 거짓 교사를 꾸짖고, 그들의 거짓을 진리로 반박하고,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과 예수님, 죄와 구원에 관하여 부지런히 씨름한다. 그리스도인을 진리로 인도하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하다.

또한 기독교 강요의 적용 부분, 성도의 삶과 관련된 부분이 굉장히 두껍다는 면에서도 이는 입증된다. 칼뱅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궁극적인 관심이 있다.

이를 통해 그가 그토록 사로잡혀 있던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이 이루어지고 그분의 영광이 드높여지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을 살다>는 장 칼뱅의 <기독교 강요>에서 길어낸 참 신앙의 기초이다. 영어판을 옮긴 이는 에어런 클레이 덴링거와 버크 파슨스이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을 살다>는 1549년 영국 종교개혁자 토머스 브로크가 처음으로 <기독교 강요>에서 따로 떼어 번역하여 출간한 책으로, <기독교 강요> 영어판보다 10년 빨리 세상에 나왔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미국 등 여러 국가에 소책자 형식으로 보급되었고, 최근인 2009년에도 새로운 역본이 나오는 등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영향을 미친 책이다.

덴링거와 파슨스도 라틴어 최종판을 바탕으로 이 책을 새롭게 영어로 번역했고, 이를 두란노에서 <그리스도인을 살다>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이 책 <기독교 강요>를 쓴 목적에 관하여, 칼뱅은 “경건한 사람들에게 경건한 삶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도록 이끌어 줄 어떤 보편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것(13쪽)”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성적으로 간결함을 좋아하기 때문”에 “단순하고 간결하게 전달하기 원한다(13-14쪽)”고 말한다. 칼뱅이 쓴 기독교 강요의 총 분량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을 살다>는 정말 그가 바란 대로, 간결하고 단순한 내용으로 그가 목표했던 바를 추구한다.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답게 살도록 돕는다.

파렐 칼빈 베자 녹스
▲제네바 바스티옹 공원에 세워진 종교개혁자 석상. 왼쪽부터 파렐, 칼빈, 베자, 녹스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칼뱅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은 크게 두 부분, 육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의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와 어떻게 의를 계속해서 추구할 것인가이다.

둘을 가능하게 하는 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정욕을 십자가에 못 박으셨고 새로운 성품을 주셔서 의를 사랑하게 하신다. 또한 그리스도께서 모든 하나님의 입양된 자녀가 닮아야 하는 모델이 되신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을 산다는 것은 그리스도로 인하여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칼뱅은 복음과 그리스도에 관한 지식에서 그치지 말고, 진정 삶으로 살아내라고 권면한다. 교리가 “마음 속으로 파고들어 일상에 넘쳐흘러 내면에서부터 우리를 진정으로 변화시켜야 한다(22쪽)”고 말한다.

하나님과의 완전한 교제는 육신을 벗어나 가능하겠지만, 어제보다 오늘 더, 매일 조금의 진전이라도 이루어 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라고 선언한다(24-25쪽).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2장부터 자기를 부인하는 삶, 십자가를 지는 삶, 영생을 사모하는 삶, 이 땅의 것들을 옳게 사용하고 누리는 삶을 각각 다룬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께 구별된 존재로서 자기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성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 인기 없는 교리이다. 하지만 칼뱅은 만약 그런 삶을 우리가 거부한다면 이는 하나님께 대한 불충이라고 꾸짖는다(29쪽).

예수님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라 하셨다(마 16:24).

예수님은 고난주간에만 십자가를 지신 것이 아니라, 성육신하셔서 승천하시기까지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사셨다. 칼뱅은 “그분의 삶 자체가 십자가의 연속(63쪽)”이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이 십자가를 지고 산다는 것은 단지 이 땅에서 환난과 핍박을 경험한다는 것이 아니다. 칼뱅이 말한 것처럼 십자가는 우리의 “육신적 자신감을 벗겨 내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며, 무너지거나 패하지 않으려면 하나님만 의지해야 함을 가르쳐 준다(68쪽)”.

이처럼 이 땅에서 겪는 모든 십자가엔 하나님의 특별하고 선하신 뜻이 있다. 영적 기쁨으로 압도되어 십자가의 고통을 달래야 한다(89쪽).

마지막 두 장은 서로 균형을 이루는 내용이다. 하나는 이 땅이 아니라 영생을 사모해야 한다고 말하고, 나머지 하나는 그러나 이 땅에서 사용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을 옳게 사용하고 누리라고 말한다.

칼뱅은 “이 땅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사람”과 “이 땅을 향한 지나친 사랑의 굴레에 갇혀 있는 사람”으로 세상 모든 사람을 나눈다(95쪽).

이 땅의 “허망함을 깊이 느끼기 전까지는 미래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모든 그리스도인의 본향은 하늘이며 그곳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마땅하다”고 선포한다(94쪽).

하지만 동시에 이생은 하나님의 좋은 선물이다. 필요에 따라 하나님 주신 것을 사용하고 누리며, 무엇보다도 주신 분께 감사와 찬양을 돌려드리는 삶이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이 받은 선물에 합당하게 사는 길이다.

또 우리가 받은 것은 청지기로 결산하게 되며, 하나님은 사치, 교만, 과시, 허영을 정죄하시고, 검소, 겸손, 자제를 칭찬하신다(123쪽).

성경은 그리스도인을 나그네 혹은 행인이라고 말한다. 이생의 삶을 안개라고 표현한 구절도 있다. 하나님은 그 아들 예수님을 통해 우리를 영원한 하나님 나라 시민, 그 나라 왕이신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 주셨다. 그 놀라운 진리가 안개 같은 삶의 모든 것을 바꾼다.

가치 기준을 바꾸고, 유한하고 무의미한, 그래서 솔로몬이 ‘헛되고 헛되다’라고 연거푸 탄식하며 외쳤던 인생을 무한하고 영원한 가치가 있는 인생이 되게 한다.

칼뱅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 안에서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 어떤 반전을 맞이했는지, 우리가 보고 감격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삶을 매일 살아내어 하나님의 영광이 오롯이 드러나고 그 은혜의 지극히 풍성함이 오는 여러 세대에 나타나기를 간절히 구한다.

<그리스도인을 살다>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 칼뱅의 바람대로 모든 독자가 진정 그리스도인을 살기를 기도한다.

조정의
▲조정의 목사.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