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B. 필립스의 누가복음 번역을 다시 한국어로
장이나 절 없이, 처음 초대교회 성도들이 읽듯

누가가 기록한 그리스도의 생애
누가가 기록한 그리스도의 생애

J. B. 필립스 | 에드워드 아르디존 그림 | 김명희 역 | 아바서원 | 188쪽 | 8,000원

성경을 현대어로 옮기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습니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단어도 상황 속에서 의미가 변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리는 다루는 성경을 새로운 언어로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늘 문제가 있었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배워 성경을 읽어야 한다면 읽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영적 개혁의 시기 또는 새로운 도약이 일어났던 시기에 성경의 번역도 함께 일어났습니다.

실제로 신약 성경도 구약에 대한 새로운 번역이자 해석이었습니다. 헬라어에서 다시 라틴어로, 라틴어에서 다시 독일어로 번역되어 왔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J. B. 필립스의 <누가가 기록한 그리스도의 생애>는 누가복음을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저자인 J. B. 필립스는 유명한 필립스 성경의 번역자입니다. 목회자인 필립스는 박식한 성경 지식으로 성경을 현대적 언어로 번역해 바른 신앙에 접근하도록 수많은 그리스도인을 도왔습니다.

1956년 누가복음을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김명희 역자가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기존 현대어 성경이나 쉬운 번역 등의 성경과는 상당히 다른 차원에서 번역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의 어떤 문헌이 아니라 마치 얼마 전에 일어난 사건을 바라본 사람들이 사건을 정리하기 위하여 소설 형식을 빌려 쓴 다큐멘터리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두 사람은 진실로 신앙심이 깊었고, 주의 계명과 명령을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지켰다. 엘리사벳이 불임이라 그들에게는 자녀가 없었고, 둘 다 나이는 많았다. 어느 날 사가랴가 제사장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성소 안으로 들어가 분향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누가복음 영어성경
▲누가복음 영어성경.
영어 번역도 훌륭하겠지만, 한글로 읽는 독자들은 한글 번역이 매우 훌륭하고 매끄럽다는 발견할 것입니다.

번역자인 김명희는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IVP에서 편집을 한 경력이 있는 꼼꼼한 번역가입니다. 이번 책뿐 아니라 존 스토트의 다수의 책을 번역했을 뿐 아니라 톰 라이트의 에브리원 주석 시리즈도 다수 번역한 전문 번역가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저자인 헨리 나우웬의 <영성에의 길>도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헨리 나우웬의 글은 어렵지 않지만 그가 가진 독특한 색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쉬운 일이 아닌데, 무난하게 잘 번역했습니다. 그에 비해 존 스토트의 글은 약간 단순명료하면서 딱딱한 면이 있습니다. 색이 많이 다름에도 훌륭하게 번역했습니다.

이 책은 장이나 절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작은 중편 소설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성경이 처음 기록되었을 때는 장이나 절이 없었습니다. 그냥 누가가 쓴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 정도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누가복음에 대한 원초적 색다름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아쉬움이 한 가지 있다면, 저자에 대한 설명이나 본문에 대한 번역 의도 등의 후기나 서두에 남겨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무 설명이 없으니 어떤 책인지 무슨 내용인지, 일반 독자들은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성경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