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중심 칼빈주의, 기독교 세계관 정립 시도
일반은총, 문화 청사진 완성 이끄시는 주요 방법
사적 신앙 되어 버린 복음주의 극복 위해 노력해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이은선 박사)가 안양대 신학연구소 HK+ 사업단과 함께 ‘카이퍼, 워필드, 바빙크의 신학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29일 안양대학교에서 제50차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숭실대 명예교수)가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사상의 현대적 의미: 공공신학으로서의 칼빈주의’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전했다.

그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신칼빈주의는 하나님의 주권 사상에서 나오는 다양한 창조 영역의 주권을 천명하면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에 중요한 사상적 기초를 전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공적 삶 이해에 필요한 신학적·철학적 관점을 통해, 공적 영역에서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영역 주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공공신학의 기반을 제시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김 박사는 “카이퍼는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 사상이 16세기 종교개혁 전통과 정면으로 상충된다고 보고, 자신의 입장을 종교개혁 전통에 충실한 ‘반혁명적 복음주의’라고 천명했다”며 “그는 칼빈주의를 하나님 중심에서 세계를 보고 해석하는 기독교 세계관으로 정립하고자 했다. 창조자에게 순종하는 정신과 반역하는 정신 사이에는 갈등과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를 ‘반립(antithesis)’의 원리’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김영한 박사는 “그럼에도 카이퍼는 회개하지 않은 인간의 긍정적 기여를 감안하는 일반은총(common grace) 개념을 주창했다. 이는 구원의 은사가 아닌, 선인과 악인에게 두루 베푸시는 은사”라며 “그에게 일반은총 은 죄를 억제하는 것 이상이다. 하나님은 죄로 물든 상황 속에서도 이 세상의 문화가 발전해나가는 것을 허용하시고, 시민의 덕목, 가정적 느낌, 자연스러운 사랑, 인간적 덕목 실천, 공공의식 개선, 진실성, 사람들의 상호 신뢰, 경건히 누룩으로서 사는 삶을 찾아 살피는 곳에서 동일하게 작용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일방은총은 선행은총(prevenient grace)과 다르다. 선행은총은 천성적 지식을 인정하여 죄로 타락한 인간 본성의 차원이 보편적으로 자동적으로 개선됐음을 사실로 받아들여, 타락 정도를 대단치 않게 여김으로써 인간 본성의 전적 타락을 부인한다”며 “선행은총은 인간 본성을 개선하는 것으로 본다. 심하게 손상된 인간 능력의 수준을 하나님께 순종하기를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자유를 어느 정도로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조적으로 카이퍼는 일반은총을 인간 본성의 전적 타락에도 불구하고 창조시 설계하신 문화의 청사진을 완성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방법으로 본다”며 “일반은총은 세속 정부 관리의 행정과 불신 예술가의 예술 활동 속에서도 하나님의 창조 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그들의 재능을 활용하시는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하나님의 손길이라고 본다. 그러나 일반은총에는 구원의 능력이 없고, 단지 천지만물을 다스리고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호의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칼빈주의 강연(Lectures on Calvinism, 1898)>에서 카이퍼는 사적(私的) 신앙이 되어버린 복음주의를 극복하고자 했다”며 “그는 칼빈주의를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나던 계몽주의적 자유주의와 세속주의에 대항해, 성경의 권위를 높이고 역사와 인생과 우주와 삶의 전 영역을 이해하는 세계관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칼빈주의는 서구 역사의 여러 국면에서 정치적 자유 도, 덕적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데 영향을 끼친 바 있다”고 밝혔다.

김영한 박사는 “종교개혁자 루터가 주관적·개인적 구원론에 머문 데 반해, 26년 후학(後學)인 칼빈은 이를 발전시켜 우주론적이고 삶의 전 영역에 미치는 하나님 영광과 주권을 강조했다”며 “카이퍼는 이러한 칼빈의 신앙과 세계관을 그대로 계승해 하나님의 주권이 교회 울타리 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사회, 정치, 학문, 예술 등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 미친다고 보았다”고 이야기했다.

김 박사는 “칼빈주의는 하나님 주권 사상에서 교회와 세상과 역사와 우주를 이해하고,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가지고 삶의 모든 영역을 변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포괄적인 사상 체계”라며 “이러한 복음주의적 확신은 왕 되신 그분의 주권자 되심, ‘우리 인간 존재의 범위 전체에서 만물을 다스리시는 그리스도께서 <내 것이다!>라고 외치지 않으실 부분은 한 평도 없다’고 인정하는 공적 신학(public theology)의 확신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칼빈주의는 세계관의 체계로서, 현실 모든 영역에 작동하는 하나님의 주권을 반영한다. 하나님의 뜻이 삶의 모든 영역에 미치려면, 정치체제가 중요하다. 정치는 중립적이 아니라, 어떤 세계관에 의하여 정치하느나에 따라 사회가 달라진다”며 “여기서도 반립(Antithesis) 사상이 중요하다. 정치가의 세계관이 무신론적이나 인본주의적이며 진화론적 세계관이냐, 또는 하나님 중심적인 세계관이냐에 따라 그 사회는 전혀 달라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브라함 카이퍼 영역주권
▲아브라함 카이퍼. ⓒ크투 DB
김영한 박사는 “카이퍼는 정치적 영성(poliitcal spirituality)을 역설했다. 이는 하나님 중심의 세계관(창조·타락·구속의 시각)으로 정치를 하는 태도”라며 “국가나 정치가 자신의 권력을 절대화하지 않고, 하나님의 주권이 세상 각 영역에 구현되도록 쓰임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 박사는 “카이퍼는 하나님 중심의 정치를 강조하면서, 국가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인본주의자들의 국가지상주의를 반대했다”며 “그에게 국가는 일반은총의 기관으로서 그 권위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며, 하나님의 명령에 순복하는 기관이다. 일반은총인 국가는 특별은총인 교회가 복음을 자유롭게 증거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봤다”고 전했다.

그는 “카이퍼가 성직자로서 일반은총 특히 정치적 영성을 역설한 것은 정권 쟁취의 욕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성경 중심의 삶이란 단지 개인적이고 영적인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삶의 전 영역에 미쳐야 한다는 신칼빈주의적 세계관에서 나온 것”이라며 “카이퍼는 국민들이 스스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적 절차를 선호했고, 국민이 지도자에 복종하는 것도 사회계약보다는 하나님에 의해 부과된 것으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김영한 박사는 “하나님이 문화를 주관하신다는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관점은 교회중심적 관점, 세상 중심적 관점을 넘어 하나님 주권적인 전체 관점에서 이 세상의 문화를 보고자 한다. 현실을 하나님 주권이 두루 미치는 영역으로 보고, 이 영역에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적 구원의 차원에만 머무는 교회적 협착에서 벗어나, 현실 전체를 아우르는 공적 신학과 세계관 신학이 된다. 카이퍼의 신학사상은 종교와 제도의 사회적 공공성을 중요시하는 포스트모던 사회인 오늘날 타당한 신학사상”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카이퍼는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구분한다. 제도로서의 교회는 교파와 교단에 묶이는 주일날 예배를 드리는 곳이나, 하나님 나라는 온 우주로서 매일 교회와 가정, 직장과 사회적 삶의 전 영역에서 우리가 처하는 곳에서 실현된다”며 “‘그리스도 나라는 온 우주이다.’ 하나님 나라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나라로서, 신앙공동체인 교회가 그 속에 포함된다. 제도로서의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속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카이퍼는 일반은총의 순기능을 강조함으로써, 지나친 문화적 낙관주의에 지배되고 있다. 인간 본성과 이 세상에 여전히 남은 죄의 세력을 간과하는듯 보인다”며 “모든 영역에서 공동선을 거슬리는 세상의 죄와 반역의 힘은 너무나도 끈질기다. 예수님의 재림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지 않는 한, 이 세상 모든 영역은 상호협력하고 보완하는 역할보다 한 영역이 다른 영역을 침해하면서 끊임없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이퍼가 언급하는 세계관 대결, 즉 국가지상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역사비평과 성경주의, 진화론과 창조론, 자유주의와 복음주의 등은 젠더 이데올로기의 도전을 받고 있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세계관 대결과 영적 대결을 예시해 준다”며 “여기에 카이퍼가 말하는 문화 변혁신학의 사명이 있다. 복음주의자들이 하나님 주권을 믿는 영역주권론으로 우리가 사는 문화의 시스템을 변혁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럼에도 오늘날 카이퍼가 세운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는 카이퍼가 세운 본래의 목적에서 빗나가고 있다.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정신은 1세기가 지나는 동안 자유주의 신학에 의해여 침윤됐다. 카이퍼의 영역주권 사상은 네덜란드에서도 무너지고 있다”며 “2019년 7월 자유대학교 신학부 학장 브링크 교수는 오늘날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가 종교다원주의와 자유주의 교육의 물결 속에서 이슬람 교도인 총장을 세운
것에 대해 119년 전 설립 당시 네덜란드 대학의 세속화의 길을 다시 걷고 있다고 개탄했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사상은 세속주의와 후기현대주의가 더 강력한 시대적 조류로서 기독교 이후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구미(歐美)와 아시아 및 한국 사회에서 새롭게 연구되고 재조명되어야 할 신학 사상”이라며 “카이퍼가 남긴 위대한 신칼빈주의적 유산인 영역주권론과 세계관적 반립사상은 오늘날 문화 대립과 갈등의 시대에 절실히 요청된다”고 정리했다.

이와 함께 “카이퍼는 교회 영역에만 머문 칼빈의 하나님의 주권론을 사회 각 영역에 미치는 영역주권론으로 확장했다. 창조 명령에서 부여하신 문화위임론(the thought of cultural mandate)을 창조 세계의 모든 영역에 미치는 하나님 주권론으로 발전시킨 것”이라며 “신칼빈주의는 교회에만 머무는 신학이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서 미치는 하나님의 정의와 주권을 고백하는 공공신학”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아브라함 카이퍼에 대해 이은선 박사(안양대)가 ‘한국교회의 아브라함 카이퍼 신학사상의 수용사’, 송영목 박사(고신대)가 ‘아브라함 카이퍼와 헤르만 바빙크의 재림 이해에 대한 주석적 평가’, 조영호 박사(안양대)가 ‘신칼빈주의가 함의하고 있는 문화 개혁주의 이해’, 안용준 박사(백석예술대)가 ‘아브라함 카이퍼의 개혁주의 미학이론’, 안인섭 박사(총신대)가 ‘팔츠의 개혁파 종교개혁의 발전: 멜란히톤과 칼빈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이진락 목사(목동반석교회)가 ‘조나단 에드워즈와 만유재신론’을 각각 발표했다.

헤르만 바빙크와 벤자민 워필드에 대해선 이승구 박사(합동신대)가 ‘헤르만 바빙크의 칭의 이해와 그 결과’, 박태현 박사(총신대)가 ‘헤르만 바빙크의 설교론 연구’, 우병훈 박사(고신대)가 ‘바빙크의 일반은혜론의 칼빈 전유’, 박찬호 박사(백석대)가 ‘워필드 창조론 재고’, 김상엽 박사(백석문화대)가 ‘벤자민 워필드의 성경권위 담론 이해’, 류길선 박사(총신대)가 ‘성경의 신적 권위에 관한 개혁주의 해석’ 등을 각각 발제했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회장 이은선 박사 사회로 부회장 소기천 박사(장신대의 기도 후 김남준 목사(열린교회)가 ‘신학을 하는 방식(레 24:1-3)’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으며, 안인섭 박사의 광고 후 이승구 박사가 축도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