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술과 현상, 그 자체로 ‘악이나 선’ 되진 않아
크리스천이 산업자본주의 뒷받침 부역하는 현상도
암호화폐, 기술 개발·향상시켜 투기 완화 방향으로

엘정책연구원 이정훈 교수 (울산대)
▲엘정책연구원 이정훈 교수(울산대). ⓒ크투 DB
이정훈 교수(엘정책연구원 원장)가 주식 투자에 대한 경계에 이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과 관련해 크리스천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별다방’ 코너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해, 직접 투자에 나선 크리스천 청년들도 있고, 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답답해하시는 분들도 있더라”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모든 기술과 현상들은 그것 자체로 악이나 선이 되진 않는다. 가상화폐와 그 근간인 블록체인 기술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면 인터넷으로 음란물을 볼 수도, 설교를 들을 수도 있다. 인터넷 자체가 악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도 악도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도 무작정 빼앗는 게 아니라 잘 활용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하는 것”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도 제도권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정상화시켜야 한다. 투기 목적이 아니라, 양지에서 건전하게 이용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인 시장에 모인 돈이 주식 시장을 넘어섰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과열 투기 현상이 벌어지고, 돈을 날려 목숨을 끊고 싶다는 젊은이가 나오는 등 부작용들도 있다”며 “정부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통해 제도권으로 가져올 가능성이 없고 수익을 내면 과세하겠다면서도, 가상화폐 펀드에 500억원을 투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얼마나 한심하고 부도덕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제도권 안에서 관리되면, 투기와 과열도 막을 수 있다. 주식과 금, 달러도 투기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제도권 안에 있기에 안정적 거래가 가능한 것”이라며 “가상화폐는 돈이 몰려 있지만 제도권 밖에 있어 규율과 관리가 어렵다. 그래서 폭발적이고 위험한 투기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트코인
▲비트코인. ⓒ픽사베이
이후엔 비트코인의 유래를 간단히 설명했다. 버블이 버블을 낳다 터져버린 2000년대 중·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세금으로 금융기업을 지원했는데, 美 국민들은 여기에 굉장히 저항했다. 사고는 월스트리트 거대 금융자본이 치고, 수습은 국민 세금으로 하냐는 것이었다.

이에 국민에게만 짐을 지우는 중앙 금융권력에 대한 거부감과 저항으로, 기술자들이 모여 암호화폐를 만들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으로 2,100만개만 발행했고, 일반인들은 금을 캐듯 컴퓨터 온라인상에서 연산을 계속 풀면 금 캐듯 캘 수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갖고 있으면 금처럼 가치가 생기는 ‘디지털 금’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비트코인 이후 나온 암호화폐는 알트코인으로 불린다. 이더리움과 일론 머스크의 도지코인 등이 있다.

이정훈 교수는 “지금은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지배 자본주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를 이해해야 한다. 암호화폐나 주식, 미국발 금융위기 등이 우리 경제나 금융생활을 지배할 수 있다”며 “이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나왔다. 존 리 대표가 화끈하게 들여오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금융지배 자본주의”라고 했다.

이 교수는 “막스 베버(Max Weber)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말하듯, 기독교 신앙이 근대 자본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노동이 저주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이라는 독특한 의식이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막스 베버는 기독교 신앙과 실천이 어떻게 자본주의와 개인을 형성할 수 있었는가를 설명한다”고 소개했다.

막스 베버 캐스린 터너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기독교와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
이후 최근 나온 캐서린 태너(Kathryn Tanner)의 <기독교와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를 소개하면서 “금융지배 자본주의 체제에서 나타나는 문화형식을 관찰하면서 베버의 연구를 재해석한 책”이라며 “경제 불평등, 자본주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면서 인간의 번영을 새롭게 상상하면서, 인문학·사회과학·신학적 차원으로 깊이있게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경의 가르침에 의해 근대 자본주의 정신이 싹트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발전해서 산업자본주의가 자리잡힌 뒤에는 자본주의 자체의 논리가 크리스천을 지배하게 됐다”며 “성경의 원리에 따라 경제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교회와 크리스천이 자본주의 논리에 지배당하고 산업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데 부역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존 리로 대표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존 리 개인이나 그를 초대한 교회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지배 자본주의’라는 큰 현상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라며 “결혼과 출산을 할 때 크리스천이라면 성경적 고민을 해야 하는데, 금융과 대출과 아파트가 결혼과 출산을 통제하고 있다. 주객전도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훈 교수는 “크리스천이라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율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갈라디아서 5장 1절 ‘다시는 종의 멍에를 매지 말라’는 말씀에는, 정부의 고압적 독재적 권력에 저항할 뿐 아니라 성경 외 다른 규율에 의해 노예화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리스천의 당혹스러운 대응 2가지도 소개했다. 먼저 ‘흐름에 절대 저항하는 것’이다. 그는 “믿음 없어 보인다며 보험도 안 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자신뿐 아니라 이웃도 보호하는 것”이라며 “저항이 극단화되면 반사회적 인간처럼 될 수 있다. 종교개혁 당시에도 재세례파처럼 극단주의가 있었다. 징집을 거부하는 것이 마치 좋은 신앙인 것처럼 잘못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흐름에 절대 순응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회에도 주식과 암호화폐를 도입하자, 투자 지식을 제대로 가르치자’고 하는데, 이래선 안 된다”고 했다.

이정훈 가상화폐
▲이정훈 교수가 이야기하고 있다. ⓒ유튜브
이 교수는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가져와야 한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장점이 무엇인가? 중앙정부에 의해 자의적으로 가치가 변화하지 않는다. 실수를 줄이고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투기 부작용을 줄이도록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다. 거래소가 우후죽순 만들어지면, 누군가 사기를 칠 수도 있고 해킹으로 털어갈 수도 있다. 불안정하니 투기 대상이 되고, 젊은이들이 피해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크리스천이라면, 암호화폐를 투기 목적이 아니라 해당 기술을 개발하고 향상시켜 투기를 완화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 거래 안정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제도화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공할 수 있다”며 “성경이 가르치는 노동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그러므로 암호화폐 기술을 선용하기 위해 땀흘리는 크리스천이 바로 도탄에 빠진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다. 또래 젊은이들이 투기에 빠져 죽어가는 것을 제도와 기술로 건져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렇게 땀흘린 젊은이들이 빈곤을 이기지 못하고 길바닥에 나앉을까? 반드시 하나님께서 결과적 풍요를 선물해주실 것이다. 그렇게 축적된 부가 다시 건전한 투자로 이어지면서 순환될 수 있다”며 “교회에서 암호화폐 블록체인 개발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말씀을 기초로 기술을 선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국부론>의 애덤 스미스가 강자의 편에서 강자의 이익만 대변했다고 아는데, 그는 가난한 이들과 이웃을 위해 어떻게 경제원리를 체계화할까 고민한 사람”이라며 “이는 기독교 문화권 안에서 가능했다. 인간의 이기심을 누르고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공명정대한 관찰자를 염두에 두라고 했는데, 그 관찰자는 바로 창조주 하나님”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하나님을 염두에 두면, 이기심을 조절하고 도덕적 행동으로 이끌리게 된다. 그 길은 성경이 인도한다”며 “크리스천들은 모든 행위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야 한다는 창조 목적과 그분의 통치를 받아들인다는 정체성이 명확하기에, 경제생활에서도 그것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