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교회 현상, ‘새로운 교회’ 출현 촉발 계기
심방 경험 많은 목회자들 ‘역전이’ 잘 대처
대중문화, 위드 코로나 시대 새로운 선교법

실천신학회 80회
▲회장 황병준 교수(오른쪽)가 전 회장 김상백 목사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다. ⓒ실천신학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황병준 교수)가 지난 5월 22일 ‘탈교회 시대의 실천신학적 대응’을 주제로 제80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개회예배에서는 직전 회장 김상백 목사(순복음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사랑을 위한 실천신학’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예배 후에는 황병준 현 회장이 김상백 전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12명의 발제자들이 ‘탈교회 시대에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목회사회/리더십, 설교, 예배, 영성, 상담치료, 교회성장/전도/선교, 디아코니아/기독교사회복지, 교회교육 등 다양한 실천신학적 분야에서 다뤘다.

◈제도화된 교회 밖의 ‘새로운 교회들’

제1발표에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탈교회 현상과 비제도권 교회’라는 제목으로, 교회 위기의 시대에 비제도권 교회의 장·단점을 살피면서 제도권 교회의 개혁 방안을 모색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본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회도 이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며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사회 변화에 따른 적실성 있는 신앙생활을 이뤄갈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취지를 밝혔다.

정재영 교수는 “여기서 중요한 것이 제도화 문제다. 제도화는 종교의 유지와 존속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모든 종교는 창시자 당대의 운동으로 끝나게 된다”며 “그러나 종교 운동이 조직화되고 제도화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관료주의나 조직 유지가 최우선 가치가 되는 목적 전치 현상도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로드니 스타크의 <기독교의 발흥>에 의하면, 초기 기독교는 전염병 유행 가운데 이웃 사랑을 실천하면서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위대한 종교로 성장했다”며 “반면 중세 기독교는 전염병에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교회당에 모았다가, 의도와 달리 전염병을 더 확산시켰다. 본래 정신보다 제도화된 관습을 따르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점에서 제도화된 관행을 극복하고, 교회 본래의 정신과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 갱신에 대한 요구는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다”며 “선행 연구들에 의하면, 근대화가 진전되면서 종교의 영향력이나 사회적 중요성은 약화되고, 결국 종교도 쇠퇴할 것이라는 소위 ‘세속화론’이 발전됐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이들의 전망과 달리, 세계 여러 국가들에서 종교 부흥 현상이 일어나면서 세속화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종교사회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제도화된 종교 자체는 약화되고 있다고 말한다”며 “종교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고, 스스로 종교성을 추구하는 ‘소속 없는 신앙인(believing without belonging)’,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iritual but not religious)’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향의 한국적 현상이 이른바 ‘가나안 성도’ 담론이다. 가나안 성도들이 제도 교회를 떠나는 것은, 오히려 공동체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며 “교회가 제도화되면서 공동체성이 약화되자, 이에 대한 불만으로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천신학회 78회 학술대회 정재영
▲지난 학술대회에서 정재영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정재영 교수는 “이러한 제도 교회의 몰락은 ‘유배’라는 말로 표현된다. 이전의 ‘디아스포라’가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들이 집이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기대가 없는 반면, ‘유배’는 그러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며 “마이클 프로스트는 후기 기독교 사회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유배자들’로 부르면서, 그들의 선교적 삶을 강조했다”고 했다.

또 “기독교 왕국 이후 시대의 교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고 사회에 대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는 한국교회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며 “이러한 탈교회 현상은 제도화된 교회 밖의 ‘새로운 교회’의 출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목회자들이 심방 중 느끼는 감정에 대하여

이순식 박사(웨스트민스터대학원대학교)는 ‘교회 심방에 나타난 목회자의 역전이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발표에서 그는 목회자들이 전문 상담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성도를 만나고 심방하는 사역에서 상담사와 동일하게 ‘역전이’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경험하는 역전이는 지루함, 짜증, 답답함 등 다양했으며,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심방을 회피하거나 일찍 끝내고, 솔직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이가 내담자의 것이라면,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는 상담과정 중 치료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상담자 쪽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상담자의 역전이는 내담자를 이해하는 창문과 같아서 반드시 필요하며, 부정적인 것으로만 여겨질 것은 아니다. 심방 중 성도에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성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 박사는 “심방 경험이 많은 목회자일수록 ‘역전이’에 대한 대처가 잘 되고 있다. 말씀과 기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목회자는 역전이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성숙해지는 모습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목회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 훈련의 부재는 목회자 개인의 몫이 아닌, 한국교회가 함께 지원해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실천신학회 80회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실천신학회
◈8개 분야 12명 발제자 발표 이어져

장혁재 박사(호서대학교)는 ‘탈교회시대 기독교 사학채플의 미래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시대의 주축이 되어야 할 청년계층(MZ세대) 선교는 한국교회가 반드시 풀어내야 할 우선 과제”라며 “MZ세대 소통 주류인 ‘대중문화’는 이미 현실적 ‘이머징 목회’ 현장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주요한 선교도구”라고 주장했다.

장 박사는 “대중문화는 매체를 통해 복음을 효율적으로 전해야 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교방법”이라며 “획일화된 전통 제도와 양식을 벗어나, 새로운 소통매체를 통한 비그리스도인 대상의 선교는 문화사역자와 목회자의 공통된 사명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화사역 거점은 ‘기독교 사립대학’이 가장 적합하다. 이는 포교를 위한 합법적 비기독교인의 집합이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그동안의 복음화 전략과 전술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지 못했고, 도리어 그들을 반기독교인(anti-Christian)으로 변화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장 박사는 “비기독교인 대상 선교에서 ‘문화를 이용한 혁신적 선교방법’이 기독교 사학채플에서 가시적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여기서부터 연계되는 다음 세대의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비기독교인 선교 전략으로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 김경수 박사(강남대학교)는 ‘병리적 정신구조의 형성과 치료적 변형에 관한 연구: 정신분석학과 기독교 영성을 중심으로’, 함영주 교수(총신대학교)는 ‘전통의 계승과 혁신의 창조 사이에 선 교회교육방법’, 최재성 교수(숭실대학교)는 ‘질문을 받는 복음전도: 성경적 복음전도로의 해방’, 권진구 교수(목원대학교)는 ‘탈교회화와 한국 개신교 영성’을 각각 발표했다.

또 김현숙 박사(한일장신대학교)는 ‘개신교 전통 속에서 디아코니아 교회론에 관한 연구: 한국 개신교회의 디아코니아 정체성 정립을 위하여’, 조반석 박사(부평제일성결교회)는 ‘비평적 선교화(Critical Missionalization): 탈교회의 본질적 대응으로서의 교회의 선교적 회심’, 양정호 박사(대전신학대학교)는 ‘패션과 컴패션의 균형을 위하여: 기독교 혐오와 탈교회 현상에 대한 실천신학의 대응을 위한 영성사적 고찰’, 윤성민 교수(강남대학교)는 ‘존 스토트와 토마스 롱이 말하는 설교자’를 이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