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질병이 타락과 하나님에 대한 반역에서 유래
생사 권한 가진 하나님에 대한 믿음 갖고 기도 설득
질병 통해 하나님과 관계 회복돼야 한다고 가르쳐

2021 웨슬리 회심기념 한국웨슬리학회(회장 이후정 박사) &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대표회장 주삼식 박사) 공동학술대회가 지난 20일 오후 ‘웨슬리 리바이벌(Wesley Revival)’이라는 주제로 서울 영등포 대림감리교회(담임 강득환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질병과 치유: 경건주의의 신학적 질문’을 주제로 먼저 발표한 이은재 교수는 “종교개혁의 여파와 더불어 17세기는 30년 전쟁을 비롯해 여러 차례 페스트가 대도시를 할퀴고 지나갔다. 따라서 질병의 문제는 실제적 생활 문제였다”며 “경건주의에서 질병은 신학적 문제이자 신앙적 현실이었다. 상처와 죽음의 혼돈 가운데서, 경건주의를 비롯한 복음주의 진영은 하나님이 부여하신 사명의 완수를 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웨슬리학회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이은재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 교수는 “그리스도는 위대한 의사이시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라는 신앙은, 더 이상 기적과 그리스도의 현현에 의존하지 않고 도리어 신자들의 책임적 결단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동시에 의료보건과 근대적 의미의 병원시설에 대한 요구도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진취적으로 다뤄졌다. 그래서 질병의 문제에 대한 영성적이고 목회적인 사역은 종교개혁에서 전환을 이뤘고, 경건주의에서 실행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17세기 경건주의자들은 질병을 눈 먼 운명이나 우연을 통해 도래한다는 그릇된 입장에 반대해서, 언제나 질병 가운데 ‘하나님의 손’이 관찰된다고 주장했다”며 “모든 질병이 그분께 소급된다는 하나님의 편재 사상으로, 경건주의자들은 하나님의 전능과 섭리를 주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경건주의자들에게 질병은 하나님에 의해 부과된 십자가였다. 경건한 환자들은 인내하면서 질병을 기쁨으로 짊어져야 했다”며 “그들은 질병의 문제가 무엇인지 해결하려는 방식보다, 오히려 주님께서 모든 것을 해결하시리라는 신앙을 통한 위로에 초점을 뒀다. 질병이 참된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여겼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교회 위기와 웨슬리의 영성’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한 박창훈 교수(서울신대)는 “성결운동을 일으켰던 존 웨슬리는 강단에서 신학만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목회 현장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상황과 어려움, 소망을 듣고 믿음의 조언과 격려의 활동을 했다”며 코로나19 시국 가운데 목회자들이 새겨야 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존 웨슬리가 환자를 돌보는 일과 의술을 적극 활용한 것에 주목했다.

박창훈 교수는 “당시 영국은 런던 부유층을 제외한 지방의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되는 의료체계가 발전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웨슬리는 의학지식을 종합한 처방전 <원초적 의술>을 만들었다. 그리고 설교자들에게 부흥운동을 위해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영적인 치료와 함께 가난하고 연약한 육체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의술도 시행할 것을 독려했다”고 전했다.

웨슬리가 쓴 <원초적 의술>에서는 질병에 대한 웨슬리의 신학적 해석을 확인할 수 있다. 웨슬리는 모든 질병이 타락과 하나님에 대한 반역에서 유래했으므로, 생사의 권한을 가진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갖고 기도하라고 설득했다. 박 교수는 “웨슬리는 질병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웨슬리는 부흥운동 초기부터 구빈원(poorhouse)에서 정기적으로 설교했고, 브리스톨 뉴게이트 감옥에서 가난한 죄수들에게 수 차례 복음을 전해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다”며 “그는 브리스톨에서 가난한 환자와 죄수 등 경제적·사회적 계급을 넘어서는 사역을 했다. 나아가 타민족 죄수들에 대한 모금과 구호활동을 통해 영국 사회 주변부와 하층부로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구체적 행동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웨슬리학회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박창훈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브리스톨에서 지독한 기침으로 고생하던 웨슬리는 간절한 믿음의 기도를 통해 고침받음을 체험하고, ‘위대한 의사’이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그는 “웨슬리는 결국 치료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믿었다”며 “질병에 대해 가장 앞선 의학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진지하게 신학적 의미를 묻고, 이를 통해 하나님과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로 나아갈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웨슬리는 병자를 돌보는 것이 아픈 사람만을 위함이 아니라, 신자 자신이 성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 직접 참여할 것을 강조했다”며 “웨슬리는 그리스도인의 경건 영성은 반드시 자비의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비의 일에 참여할 때,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그 은혜를 통해 영성의 깊이를 더해 궁극적으로 성결한 상태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웨슬리는 성도들을 위해 고정관념을 탈피한 사역으로 적극 자비를 실천했다. 그의 옥외설교(Field Preaching)에 대해선 “전통적 교회 건물에 국한되지 않고, 어떠한 자연환경에서도 말씀을 전할 수 있다는 순발력 있는 옥외설교 방법은 현대의 ‘버스킹’과 유사했고, 후에 광장민주주의로 발전한 대중운동의 맹아였다”며 “옥외설교는 정치‧경제적 계급을 초월해 사람들에게 다가가 복음을 전하려는 웨슬리 부흥운동의 문화적 상징이 됐다”고 했다.

노예무역에도 반대했다. 박 교수는 “대부분의 영국인이 흑인노예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시대에, 웨슬리는 하나님의 진노를 선포하고, 사슬에 묶인 자들의 진정한 해방을 기원했다”며 “그의 마지막 편지는 노예무역 폐지론자였던 윌리엄 윌버포스를 향한 것이었다. 그는 윌버포스를 ‘세상에 대항하는 아타나시우스’라며 용기를 북돋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웨슬리는 영적 성숙을 위한 교제 공간인 속회, 기도와 말씀읽기와 묵상 등 영성훈련, 구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도들을 위해 힘쓰면서 직접 ‘자비’의 일에 참여했다.

존 웨슬리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 조지 롬니(George Romney)의 그림(1801).
박창훈 교수는 “질병과 그 치료에 대한 웨슬리의 활동을 보면서 몇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먼저 은혜의 수단에 참여함으로, 예측할 수 없는 하나님의 손길을 고백하며 신앙의 길에서 어긋나는 점은 없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며 “인간의 실존에 갑자기 거세게 불어닥친 불안과 고통의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영성의 깊이를 더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둘째로 “중병을 앓는 사람들, 두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 애쓰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기와 돌보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코로나19의 치명적 희생자들 다수는 노인과 기저질환자, 특히 가난하여 밀집된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셋째로 “예배와 교회의 존재 방식에 대한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신학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웨슬리는 ‘어느 곳에서라도’ 하나님께 나아가는 예배의 역동성을 본 사람이었다. ‘세계는 나의 교구’라는 말을 남긴 웨슬리의 적응성은 바로 지금 우리에게 예배의 영역이 확장돼야 함을 강조하는 구호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예방과 치료를 위한 격리로 인해 파생된 배제, 낙인, 소외를 극복할 공동체적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행할 수밖에 없었던 격리가 만들어낸 배제와 낙인, 소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묻고 답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우리 안에서 이 사태가 누구의 잘못인지 따져 물으려는 인식론적 메커니즘이 기계적으로 작용하기 쉽다. 그러나 질병은 선과 악이라는 흑백논리로 구분할 수 없는 복합적 요소를 갖고 있다”며 “임상의학에 기초한 의술(cure)을 빠르게 발달하지만,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인간의 공동체적 영성을 회복(care)해야 한다”고 했다.

웨슬리학회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학술대회 후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이날 학술발표 후 논찬은 오상욱 교수(서울신대)와 김영택 교수(성결대)가 각각 맡았다.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협회 선교총무 강득환 목사 사회로 이선목 목사(숭의감리교회)의 기도와 한철희 목사(서천감리교회)의 성경봉독 후 이후정 박사가 ‘한국교회와 리바이벌(행 2:1-4)’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경수 총장(나사렛대)은 축사를, 허천회 목사와 이재광 목사는 영상축사를 전했으며, 사무총장 양기성 목사의 인사 후 김명현 목사(이천순복음교회) 축도가 진행됐다.

양기성 목사는 “루터의 성자 신학과 칼빈의 성부 신학에 이어, 성령 신학과 성결복음 운동 창시자이자 종교개혁의 완성자인 존 웨슬리 탄생 318주년, 존 웨슬리 회심 283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한국웨슬리학회와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가 공동 학술대회를 열게 된 것은 주님의 놀라운 선행적 은총이 아닐 수 없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