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예루살렘 전경. ⓒUnsplash

최근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 간 충돌로 수백 명의 부상자들이 발생한 가운데, 교회 지도자들이 평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10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동예루살렘의 3대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에서 충돌이 발생하자, 이스라엘 경찰이 수류탄과 고무탄으로 이를 진압하면서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부상을 입었다.

이슬람 국가의 적십자 기구인 적신월사(Red Crescent Society)는 이날 발생한 충돌로 18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부상을 입고, 8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보도에 의하면, 라마단 기간 다마스쿠스 성문 밖에서 매일 단식을 하기 위해 모인 무슬림들을 상대로 모임 제한이 적용되면서 몇 주 동안 충돌이 이어져 왔다. 앞서 8일과 9일 밤에도 사원에서 충돌이 발생해 13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10일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동예루살렘과 구시가지(Old-City) 점령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을 앞두고 폭력 사태는 더욱 심화됐다.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 성문 인근 셰이크 자라(Sheikh Jarrah)에서 팔레스타인 가족 일부를 추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또 이날 예정됐던 합의안에 대한 법원 심리도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연기됐다.

이에 대해 데오필로스 3세 예루살렘 총대주교는 “모두가 성월의 신성함을 존중해야 한다. 또 예배자들이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국제법이 보장하는 존중과 위엄을 갖고 성지에 자유롭게 접근하여 예배 드릴 수 있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예루살렘의 법적, 역사적 지위와 요르단 왕실 하심가(Hashemite)를 존중해 달라. 예루살렘은 세 종교의 거룩한 땅이며, 이 모든 종교인들은 존중을 받고, 두려움이나 위협 없이 그들의 (종교적) 관습과 전통을 지킬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 부활 삼종기도(Regina Coeli) 연설에서 “이 도시가 폭력적 충돌이 아닌 기도와 평화의 장소가 되길 기도한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충돌은 이제 멈춰야 한다”며 다종교적이고 다문화적인 예루살렘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해결책을 촉구했다.

성지 교회들을 지원하는 ‘국제성묘공동체’(International Community of the Holy Sepulchre)의 아니타 델하스(Anita Delhaas) 최고 책임자는 이번 폭력 사태의 원인으로 급진적인 단체들을 지목했다.

그녀는 “소수종교인들을 겨냥해 오랜 기간 내려온 증오 이데올로기는 견제 없이 허용돼 왔고, 그 결과가 최근 예루살렘에서 목격된 것”이라며 “성지에 대한 빈번한 공격, 예배자들에 대한 위협과 협박, 도시 내 군중들의 행동은 다른 종교 사회에 대한 놀랄 만한 편협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도자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긴급히 다뤄야 할 뿐 아니라 성지에서 고대 공동체를 몰아내려는 급진적 이데올로기에 도전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교회협회의회(WCC) 임시 사무총장 이안 사우카 박사는 “이스라엘은 평화와 안정을 위해 올드시티 성지의 현장 유지를 존중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모든 이들이 더 이상의 폭력, 도발적이고 불안정한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셰이크 자라를 둘러싼 분쟁에 개입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영국 정부는 진정을 호소했다. 영국 외무부의 제임스 클레블리(James Cleverly) 중동 지역 대표는 “영국은 최근 며칠 동안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의 종식을 호소하고 있다. 모든 관련국들은 라마단의 마지막 날 긴장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