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예수님 제자, 동시에 이룰 수 없는 목표
정부·여당 실책으로 2030 등 ‘내집 희망’ 빼앗겨
이 시점에 주식 투자 유도하는 주장, 위태로워
기독교 기관까지 들어와 주식투자 전도 왜 하나

존 리 월세 집 주식 투기 투자
▲존 리 대표의 인터뷰 내용. ⓒKBS 캡처

엘정책연구원과 PLI 성경적 세계관 스터디 클럽을 이끌고 있는 이정훈 교수(울산대 법학과)가 존 리 대표(메리츠자산운용)로 대표되는 주식 투자 열풍에 일부 기독교인들도 동참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잇따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정훈 교수는 “부자와 기업을 적대시하는 문화가 팽배한 시대이다. 이런 흐름에 비판적”이라면서도 “그렇다면, 크리스천이 부자가 되려 하는 것은 죄인가? 나는 단호하게 ‘그렇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크리스천의 동기와 행위 근거는 ‘합리성’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이고, 우리는 그 말씀에 순종할 뿐”이라며 “부자가 되려 노력하고, 선한 부자가 되면 된다는 주장은 자기 기만이요, 욕망에 면죄부를 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하려 하는 자는 시험과 올무와 어리석고 해로운 욕심에 떨어지게 된다(딤전 6:9)”며 “존 리처럼 선한 부자가 되면 된다고 항변하겠지만, 그런 부자를 찾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할 확률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또 “<페이버>의 주인공 하형록 목사님 정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심장이식 수술을 기다리다, 자기 차례를 타인에게 양보하는 분에게 하나님은 디모데전서 6장 9절과 관계없는 ‘부’를 허락하신다”며 “우리는 교회 다니는 부자와, 하나님이 허락하신 부자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정훈 교수는 “예수님은 더 단호하시다. ‘나를 따르려면, 다 버려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수도사가 되라’는 것으로 읽는 분들이 있다(그렇지 않다는 것- 편집자 주)”며 “복음주의 성도들은 직업을 통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그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버리라’는 말은 무소유 수도승이 되라는 말씀이 아니다. 부자가 되려는 목표와, 예수의 제자가 되려는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는 없는 것”이라며 “부자가 되고 싶으면, 예수를 떠나면 된다. 나는 부자를 저주하지 않는다. 다만 부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 또는 부자가 교회에 등록해 똑같이 살면서 교회에 출석에 만족하는 것도 내 소관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크리스천으로서 정치인의 소명을 담당하는 것과, ‘크리스천이라면 권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엄청나게 다르다”며 “이 디테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개념도 정치를 부귀영화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직업 중의 하나로 보는 크리스천 문화 속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 리 월세 집 주식 투기 투자
▲월세에 산다던 존 리 대표는 최근 파주에 주택을 구입했다고 한다. ⓒMBN 캡처

최근 ‘한국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며 각종 언론에 등장하고, 기독교 언론과 교회에서도 강연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존 리의 강연이 교회 밖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언급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존 리 대표가 교회에서 이런 강연을 해선 안 되는 것은, 몇 명이라도 실족시키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존 리라는 분이 유대계 기업이라고 소개한 골드만삭스에 대해, 그레그 스미스는 <내가 골드먼 삭스를 떠난 이유>라는 책을 썼다”며 “골드만삭스는 고객의 공포심과 탐욕을 자극해 부도덕하지만 짜릿한 방법으로 돈을 번다.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들은 이런 고객들을 ‘멍청이’라는 뜻의 ‘코끼리’라 부르고, 고객들의 공포와 탐욕을 이용해 최대의 이윤을 올리는 것을 ‘코끼리 사냥’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탐욕과 공포는 부자도 만들지만, 피해자도 만든다”며 “모든 사기의 원리는 동일하다. 욕망에 몸부림치는 피해자가 있어야 사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 바로 존 리가 말하는 미국식 선진 금융의 실체”라고 했다.

이정훈 교수는 “투자에 재능이 있는 분이 있을 수 있지만, 크리스천에게 골드만 삭스의 ‘코끼리 사냥’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코끼리 사냥’은 극단적 예일 뿐이고, 재정관리를 철저히 해 생긴 돈으로 투자하라는 존 리의 주장이 뭐 그리 나쁘냐고 반문하는 분들에게,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디모데전서 6장 9절을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젊은 목회자들이 몰래 비트코인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긴 말 하고 싶지 않다. 기부를 많이 하는 부자가 ‘선한 부자’라면, 기부를 많이 한 삼성가 사람들과 크리스천 선한 부자의 차이는 무엇일까”라며 “선하다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진정 그의 소유가 되고 싶다면, 성실하게 그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한다. 부를 허락하실지 유명세를 허락하실지, 그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며 “대형교회를 하고 싶어서 하는 ‘진정한 목사’는 없으리라 확신한다. 그 분이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그 삶을 제대로 알고 나면 정상적인 크리스천이 그것을 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멸시의 말이 아니라,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탐욕으로 가득찬 자본의 세계에서, 부자가 되려고 투자기법을 연마해 실행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특별한 투자재능으로 골드만 삭스에 입사했다 해도, ‘코끼리 사냥’을 거부하고 고객을 ‘멍청이’라 부르는 것을 거부해 해고당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세상의 관점에서는 멍청하고 주님의 관점에서는 아주 사랑스러운 그런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엘정책연구원 이정훈 교수 (울산대)
▲엘정책연구원 이정훈 교수 (울산대)

◈월세 살면서 집 살 돈으로 주식 투자하라?

이정훈 교수는 다음 디모데전서 6장 9-10절이 성경적인 해답이라고 본지에 밝히기도 했다.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욕심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파멸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이 교수는 존리 대표 식의 투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 분의 주장 중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 내용이 ‘집을 사지 말고, 월세 살면서 집 살 돈으로 주식 투자하라’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최악의 부동산 정책으로 시민들의 안정된 삶을 파괴했다. 윤희숙 의원의 탁월한 예견처럼, 여당이 다수 의석으로 강행한 부동산 악법들로 인해 한국의 독특한 제도였던 ‘전세 제도’가 사실상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부와 민주당의 정책-입법 실패로 집값과 전세값이 폭등해 2030 청년들뿐 아니라 전 국민이
‘내집 마련 희망’을 빼앗기고 불안한 주거환경에 내몰렸다”며 “희망을 잃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코인시장에 뛰어들어 전국이 투자가 아닌 투기판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을 사는 것을 투기로 단죄해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가, 정작 위험한 투기판 코인시장에는 과세를 주저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와 여당이 전 국민을 투전판에 몰아넣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 와중에 집 사지 말고, 월세 살면서 돈을 몽땅 주식에 투자하라고 가르치는 존 리의 조언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정작 자신은 파주에 작은 집을 샀다고 고백했다”고 폭로했다.

이정훈 교수는 “집은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 투기꾼이 문제이지, 자신의 형편에 맞는 집은 생활의 기반이 된다”며 “은행대출을 차곡차곡 변제하며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것을 범죄처럼 다루고, 선량한 시민들의 안정된 생활을 위협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엉뚱하게 주식투자와 코인투자로 돌리게 만드는데 있어, 존 리의 주장은 기름을 붓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존 리는 장기투자와 저평가 우량기업에 투자하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펀드는 수익률을 위해 자주 종목을 바꿨다. 자신의 주장과 달리 투자 현실 속에서 수익률을 높이려면 결국 투기성 단타에 매달려야 한다는 뜻”이라며 “정작 본인이 운영하는 펀드는 수익률이 나빠 다수의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주식에 손대서 한탕 돈을 벌지 못한 사람들은 비트코인으로, 다시 더 위험한 알트코인으로 흘러들고 있다. 전국이 투전판이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름을 붓고, 정권 입맛에 딱 들어맞는 존 리의 주장들은 더 위태로워 보인다”며 “왜 이 시점에서 이 분이 CTS나 교회까지 들어와 주식투자 전도를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부자가 되기 위해 주식투자에 뛰어들라’는 존 리의 주장에 따라 성도들이 그가 운영하는 펀드를 사더라도, 그 정도 수익률로는 부자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부자가 되려고 투자하면, 반드시 투기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