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는 당사자나 위임 받아야 성립 가능
대통령 욕해 기분 풀리면 좋은 일이라더니
국정 운영 호불호 평가에 국민 고소해서야

청와대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광주글로벌모터스 준공 기념 행사에 참석한 모습. 실내 공간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청와대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 있어야: 여론을 외면한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논평을 3일 발표했다.

이는 최근 대통령 등 정치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30대 젊은이가 고소당한 사건에 대한 논평이다.

교회언론회는 “대통령 모욕죄를 적용한 것 같은데, 경찰도 청와대도 고소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젊은이는 누가 무슨 이유로 고소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고소당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통 ‘모욕죄’는 친고죄로, 피해 당사자나 혹은 당사자의 위임을 받아야만 성립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젊은이가 지난 2019년 대통령 등을 포함한 비판 전단 살포를 한 것이 고소의 이유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국가모독죄(國家冒瀆罪)’가 지난 1988년 폐지됐는데도,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고소를 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사건이 국민들을 당혹하게 하는 것은, 지난 날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대통령은 2017년 2월 모 종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가 원수를 국민들이 욕할 경우, ‘참아야 하며, 국민들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고, 그것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해소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기독교계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은 표현의 범주이며, 이것으로 기분이 풀리면 좋은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들은 “그런데 어찌하여, 누가,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를 고소했다는 것인가? 물론 대통령도 누군가에게 욕을 먹는다면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면, 마음대로 고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교회언론회는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관한 것을 위임한 상태이다. 그러나 호불호(好不好)에 대한 평가와 비판이 있고, 이런 표현들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국민을 고소한다는 것인가”라며 “사실 문재인 정권 4년간의 실정은 이미 국민들의 의사 표현을 통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것은 현 정부가 그렇게도 의지하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에서도 나타나고, 4월 재·보궐선거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고소할 것이 아니라, 그 동안 국정운영에서 실정한 것에 대한 만회(挽回)에 힘써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에서는 높은 비율의 코로나 백신을 맞는 상황을, 부러워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신라의 제48대 경문왕은 귀가 당나귀처럼 길다는 것을 부끄러워해 이 사실을 감췄다. 그런데 왕의 모자를 만드는 사람은 왕의 비밀을 알고,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다가 죽을때가 되어 대나무 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고 한다”며 “백성의 소리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또 “덴마크의 유명한 작가인 안데르센의 단편 가운데 ‘벌거벗은 임금님’이 있다. 새 옷 입기를 좋아하는 임금에게 왕궁의 재단사가 새로운 옷을 만들어 입혔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이라고 했다”며 “임금은 신이 나서 이 옷을 입고 거리를 행차했는데, 사람들은 임금님이 좋은 옷을 입었다고 칭송했지만, 한 아이는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교회언론회는 “대통령은 국민들의 눈높이와 맞춰야 하고, 주변의 비난까지도 들어야 하며, 그것에 귀를 기울여서 국가 발전에 매진하고, 국민들을 평안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제대로 된 나라라면, 어느 나라 국가 최고 권력자가 자기를 비난했다고 국민을 고소한단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끝으로 “이는 세계적인 뉴스가 될 수 있고,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것이 되며, 또 다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대통령께서는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자유민주주의에서 권력의 주체인 국민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