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사랑하는 우리교회(예장 합동)에서 부교역자로 청년 사역하고 있는 노재원 목사의 글을 연재한다. 노재원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M.Div), 연세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석사)했으며, 현재 ‘알기 쉬운 성경이야기’, ‘기독교의 기본 진리’, ‘영화를 통해 읽는 성경이야기’, ‘대중문화를 통해 읽는 성경이야기’ 등을 유튜브를 통해 연재하고 있다.

남향 아파트를 원하신다면
노재원 목사의 <성경으로 공간 읽기> #7

아키바이블

남향 선호사상

우리나라에서 남향집이 좋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남향’이란 남쪽으로 큰 창을 낸다는 건데요. 아파트라면 거실 창이 남쪽을 향하도록 짓는 것이죠. 남향이 좋은 이유는 적당한 양의 햇빛이 하루 종일 잘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실내 분위기가 좋아지고 난방과 조명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겠죠.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향집을 선호합니다. 아파트 가격도 같은 평수라면 남향인 경우가 더 비싸지요. 우리 사회의 남향 선호는 유서 깊고 뿌리도 깊습니다. 오죽하면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가 있을까요.
남향 선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있습니다. 200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조망과 상관없이 남향으로 짓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강남의 한강변에 지어졌는데도 한강 조망을 외면한 채 한강을 등지고 서 있던 것이죠. 남향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문학작품도 있습니다. 『남향집』(2018)이라는 수필은 남향을 찾아 집을 옮겨 다니는 이야기인데요. 단독주택에 사는 주인공은 삼층으로 된 앞집에 가려서 도무지 햇볕을 볼 수 없자 우울증에 걸리기까지 합니다. 결국 동향의 3층 아파트로 이사를 하지요. 오전 내 볕이 드는 집에서 그는 천국을 경험합니다. “햇볕이란 사람의 영혼까지도 따뜻하게 적신다”라며 행복해하지요. 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3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들이 집 맞은편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것이죠. 더 이상 아침나절의 햇볕을 즐길 수 없게 되자 주인공은 다시 이사를 갑니다. 이번에는 남향 아파트 19층으로 말이죠. 이사하고 나니 하루 내내 집안 깊숙이 햇볕이 들어옵니다. 화초에도 생기가 넘치는 것 같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편에 45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게 됩니다. 볕 잘 드는 집을 찾아 이사했는데 가는 곳마다 더 높은 집이 맞은 편에 생긴다는, 시쳇말로 ‘웃픈’ 이야기입니다.

남향이 전부가 아니야

근래 들어 조망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남향 일색이던 아파트에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이든 조망이 좋은 곳으로 향을 잡기 시작한 것이죠. 심지어 남향 세대가 아예 없이 모든 세대가 한강 조망에 맞춰서 북동향으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도 등장했습니다.
이렇듯 향의 문제는 아파트 설계기법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무조건 남향으로 지어서는 한정된 땅에서 최대한의 세대수를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게 되자, 일(一)자로 배치하는 기존 방식의 판상형 아파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죠. 게다가 단조롭고 획일적인 아파트 외관을 지양하자는 우리 사회의 심미적 요구가 더해지면서 Y자 모양의 탑상형 아파트가 생겨나게 되었구요. 그러다보니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북향 또는 서향 세대를 감안하여 판상형과 탑상형을 혼합한 배치방식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를 짓는 건설회사에서는 남향과 조망이라는 어쩌면 상반될 수도 있는 두 가지 요인에다가 용적률, 분양가격, 소비자의 기호, 이런 모든 변수를 감안한 복잡한 방정식을 풀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최근에는 다소 기이한 현상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실내를 넓게 쓰고 싶어서 대부분 발코니를 확장하는데 그로 인해 우리 집 실내가 밖에서 들여다보일 가능성 또한 커지게 됩니다. 자연히 발코니 창을 통해 사생활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걱정 또한 커지게 되었고 마침내 밖에서 우리 집 실내가 보이지 않도록 발코니 창에 필름을 시공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한 거죠. 소위 ‘썬팅’을 한다는 겁니다. 바깥을 시원하게 보고 싶어서 창을 크게 내더니, 이제는 내가 훤히 들여다보일까 봐 가리기 시작한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다니엘의 다락방은 남향이었을까

향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구약성경에 있습니다. 유대인 다니엘은 바벨론이라는 강대국에 포로로 잡혀갑니다. 바벨론 왕은 나라 전체에 명령을 내립니다. 왕 이외에 다른 누구에게 기도를 하는 자는 사자굴에 넣어 버리겠다는 거죠. 그런데 다니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집 다락방으로 올라가서 하나님께 기도를 합니다. 그 다락방에는 예루살렘 쪽으로 창문이 나 있었는데요. 다니엘은 그 창문을 열고 하루에 세 번씩 하나님께 기도를 하지요. 기도하는 다니엘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 당연했습니다. 이 일로 다니엘은 사자굴에 던져지게 되지요(다니엘 6:1-13)
다니엘의 다락방은 동서남북 어느 향에 해당되었을까요? 굳이 말을 만들자면, 예루살렘향일까요?. 아니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곳이니까 하나님향일까요? 당신은 동서남북 어느 방향을 좋아하십니까? 발걸음은 어느 방향을 향해 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