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가족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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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여전히 진행 중인 건강가정기본법 흔들기

○ 「건강가정기본법」은 “건강가정 구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임. 그런데 이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가 제21대 국회에서도 이뤄지고 있음.
- 건강가정기본법의 기본이념을 근본적으로 바꿔,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며 ····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이루려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가족정책기본법」으로 개정하려는 것임.
- 그러한 시도로 2020.9.1.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정춘숙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03381, 이하 “남인순 안”)과 2020.11.2.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남인순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04842, 이하 “정춘숙 안”)이 있음.
- 두 달 간격으로 발의된 두 개정안은 두 의원이 모두 참여한 것으로서 그 내용은 사실상 대동소이함. 이는 향후 입법과정에서 상호 보완 또는 협력하기 위한 의도로 보임.
- 양자를 비교하건대, 나중에 발의된 정춘숙 안은 남인순 안에 대한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됨.

○ 입법형식의 관점에서 볼 때, 위 개정안들은 ‘일부개정’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변경되는 내용의 중요성과 분량 등을 고려하면 ‘전부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됨.
- 단순히 용어나 표현의 변경 차원이 아니라, 법령의 핵심적 부분의 근본적인 개정과 더불어 관련 사항을 상당한 부분에 걸쳐 정비할 경우에는 통상 전부개정의 방식을 취함.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부개정 아닌 일부개정의 형식을 취하는 것은 입법절차를 간략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의뭉스러운 점이 있음.
- 정춘숙 안과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가진 2018년 남인순 의원 개정안은 전부개정의 형식을 취하였음.

○ 현행 대한민국 법체계는 양성평등 이념을 바탕으로 가족제도를 형성하고 있음.
- 헌법 제36조 제1항은 양성의 결합을 전제로 하여 혼인과 가족생활(가족관계 및 가정)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하여야 할 의무를 지님.
- 이에 따라 민법은 부(夫)와 부(婦)의 평등한 결합을 핵심으로 하여 가족 제도와 질서를 마련하고 있음.
- 따라서 이러한 현행 법체계를 교란하거나 부정하는 입법 시도는 어떠한 형태로든 저지할 필요가 있음.

 ○ 이하에서는 남인순 안과 정춘숙 안의 문제점을 찾되, 현행 법체계를 무너뜨리는규정을 찾아 막을 필요가 있음.
- 개정안의 표면적인 표현보다 그 행간의 의미와 숨은 의도를 찾아낼 필요가 있음.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해석(interpretation) 이상의 해독(decipher)이 필요함.
- 개정안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찾기 전에 먼저 그 입법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음.

II. 집요하게 시도된 건강가정기본법 바꾸기

○ 건강가정기본법을 바꾸려는 남인순의 집요한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음.
- 제19대 국회에서 일부개정안(2014.4.11.), 제20대에서 전부개정안(2018.12.7.)을 제출한 데 이어 제21대 국회에서 세 번째 개정안을 제출함.
○ 이번 개정안 내용을 파악하고, 그 의도 또는 향후 입법계획을 미루어보기 위해서는 이전에 발의하였던 법률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음.

○ 2014년 「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
- 법률의 제명을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가족지원기본법」으로 변경함.
- 이 법은 ①가족구성원 간의 민주적이고 평등한 관계, ②가족의 다양성 존중, ③가정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등을 기본이념으로 함(안 제2조).
- “가족”이란 혼인ㆍ사실혼(事實婚)ㆍ혈연ㆍ입양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계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함(안 제3조제1호).
-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가족지원” 등 중립적인 용어로 변경함(안 제3조제3호 삭제, 제15조, 제16조, 제30조, 제34조, 제34조의2 및 제35조).
- 가정 및 혼인과 출산의 중요성 인식, 가족해체 예방 등에 관한 규정을 삭제함(안 제4조ㆍ제8조제1항 및 제9조 삭제).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가족과 가족구성원의 기본적인 복지를 보장하고 가족구성원의 직장과 가족의 양립을 지원하도록 함(안 제5조제4항 및 제5항 신설).

○ 2018년 「전부개정안」의 주요 내용
- 이 법의 제명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하고, ①누구든지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며, ②가족구성원이 서로 존중하고 부양·양육·가사노동 등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함(안 제2조).
- “가족”이라 함은 혼인·사실혼(事實婚)·혈연·입양으로 형성되고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돌봄·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함(안 제3조).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족 형태의 특성을 고려하여 모든 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시책을 강구하고, 모·부성권 보호 및 적절한 출산·육아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함(안 제5조).
- 「건강가정기본계획」 및 「건강가정시행계획」을 「가족정책 기본계획」과 「가족정책 시행계획」으로 각각 개정하고, 가족정책 기본계획은 가족정책의 기본목표·추진방향·추진과제 및 재원조달 방안 등을 포함하도록 함(안 제8조부터 제11조까지).
- 가족정책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하여 여성가족부에 가족정책위원회를 두고,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에 시·도 가족정책위원회를 둠(안 제13조 및 제14조).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 증진 및 가족문화 홍보·가족교육·가족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함(안 제15조부터 제18조까지).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양육, 돌봄 및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을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함(안 제19조부터 제21조까지).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족형태 등을 이유로 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시책과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이혼 전·후 가족, 위기가족 및 1인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적합한 지원 시책뿐 아니라 양육비 이행확보 등을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함(안 제22조부터 제28조까지).
- 가족정책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한 「한국건강가정진흥원」과 가족문제의 예방·상담 등 가족지원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치된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명칭을 각각 「한국가족원」과 「가족센터」로 변경하고 수행 사업 및 업무를 명시함(안 제29조 및 제30조).
- 「건강가정사」를 「가족전문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가족전문사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자가 증명서 발급을 요청할 경우 여성가족부장관은 자격의 요건을 확인 후 가족전문사 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하고, 가족전문사의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보수교육을 실시하도록 함(안 제31조).

음선필 교수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 ⓒ크리스천투데이 DB
III. 무엇을 바꾸려는가?

1. 남인순 안
○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음.
가. 이 법의 제명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하고, 누구든지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며, 가족구성원이 서로 존중하고 부양ㆍ양육ㆍ가사노동 등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함(안 제2조).
나. “가족” 개념 삭제(안 제3조제1호 삭제).
다.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가족지원”, “가족정책” 등 중립적인 용어로 변경함(안 제3조제3호 삭제, 제6조ㆍ제10조ㆍ제12조ㆍ제19조ㆍ제20조ㆍ제32조ㆍ제33조ㆍ제34조ㆍ제35조 등).
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모ㆍ부성권 보호 및 적절한 출산ㆍ육아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함(안 제5조제3항, 제8조 및 9조 삭제).
마. 건강가정기본계획 및 건강가정시행계획을 가족정책기본계획과 가족정책시행계획으로 각각 명칭을 변경함.(안 제15조 및 제16조).
바. 한국건강가정진흥원과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명칭을 각각 한국가족원과 가족지원센터로 변경함(안 제34조의2 및 제35조).
사. 가정봉사원과 건강가정사를 각각 가족봉사원과 가족전문사로 명칭을 변경함(안 제30조 및 제35조).

○ 이전 개정안과 비교할 때 두드러진 점은 첫째, 「가족」의 개념을 아예 삭제한 것, 둘째, 「가정」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대부분 「가족」이라는 용어로 변경한 것임.
- 가족 개념을 삭제하고 이를 대체하는 개념을 두지 않음. 즉 이전 개정안에서는 가족의 정의를 달리하기도 하였으나, 이번에는 가족의 정의규정을 아예 삭제함.

○ 여전히 「건강가정」 용어를 강력히 거부함
- 현행법의 ‘건강가정’ 용어를 강력히 거부하면서 이를 ‘가족지원’ 또는 ‘가족정책’ 등으로 대체하려고 함. 이에 따라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이라는 명칭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변경함.
- 건강가정 용어를 삭제함에 따라 관련 규정의 표현을 수정함.
○ 새로 추가되는 부분이 있음.
-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금지 규정을 마련함(안 제2조).
-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 표현이 추가됨(안 제2조, 제4조 제2항).

○ 조용히(?) 삭제된 부분이 있음.
- 혼인 및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 인식에 대한 국민의 의무(법 제8조 제1항) 삭제
- “태아의 건강보장” 표현(법 제8조 제2항) 삭제
- 가족해체 예방 규정(법 제9조) 삭제

○ 현행법의 일부 규정을 재배치하거나 변경하고 있음.
- 법 제8조를 삭제하고 이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5조 제3항으로 이동함.
- ‘건전한 가정의례’를 ‘양성평등한 가족의례’로 변경함(안 제29조).

2. 정춘숙 안
○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음.
가. 제명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변경하고, 가족정책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하여 여성가족부에 가족정책위원회를 두고,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에 시·도 가족정책위원회를 둠(안 제13조 및 제14조).
나. 혼인 및 출생의 신고를 하려는 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가족교육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토록 함(안 제32조).
다. 가족정책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한 한국건강가정진흥원과 가족관계의 증진 및 가족지원을 위한 서비스·정보·자료제공 등을 위해 설치된 건강가정지원센터의 명칭을 각각 한국가족원과 가족센터로 변경하고 수행 사업 및 업무를 명시함(안 제34조의2 및 제35조).
라. 여성가족부장관은 가족정책에 관한 사업이 효율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가족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가족센터를 평가하도록 함(안 제35조의4).
마. 건강가정사를 가족전문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가족전문사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자가 증명서 발급을 요청할 경우 여성가족부장관은 자격의 요건을 확인 후 가족전문사 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하고, 가족전문사의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보수교육을 실시하도록 함(안 제35조의5).
바. 여성가족부장관은 가족상담, 임신·출산·양육 상담, 이용정보 제공, 서비스 연계 등을 위하여 가족상담 전화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함(안 제35조의6).

○ 이번에 제출된 남인순 안과 대체로 비슷하나, 다음의 점이 다름.
- 여가부의 권한을 더 강화함: 가족정책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하여 여가부에 가족정책위원회를 두기로 함. 가족센터에 대한 평가, 가족상담 전화의 설치·운영을 여가부가 담당하기로 함.
- 가족은 물론, 가정·건강가정 등의 주요 개념에 대한 정의규정 자체를 아예 삭제함.
- 가족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에 대하여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가족에 관한 차별금지법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음.

○ 정춘숙 안은 남인순 안에 비해 더 다듬어진 개정안이라 볼 수 있음. 이 두 개정안은 반대자로부터 공격받을 때는 분산대처하며, 향후 입법과정에서는 합체될 것으로 예상됨. 즉 향후 위원회 대안으로 단일화될 것을 염두에 두었다고 볼 수 있음.

IV. 무엇이 문제인가?

○ 이하에서는 남인순 안을 중심으로 평가하되, 필요한 경우 정춘숙 안을 아울러 검토함.

1. 「가족정책기본법」에서 가족의 정의규정 삭제가 타당한가?

○ 기본법은 관련 법령의 입법 및 해석의 근거가 되는 기본이념을 비롯해서 기본개념의 정의, 당사자의 권리·의무 및 권한·책무, 다른 법률과의 관계, 기본계획수립을 포함한 추진체계 등을 규정함.
○ 그런데 가족 관련 법령의 기본법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가장 핵심 개념인 ‘가족’의 정의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입법론으로 볼 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몰상식한 입법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음.
- 왜냐하면 가족의 개념에 따라 관련 법률의 규율 대상 및 내용, 적용범위 등이 결정되기 때문임.

○ 이전 개정안에서 가족의 개념을 혼인·혈연·입양만이 아니라 ‘사실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계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변경하려고 하였음을 생각할 때, 이번 개정안은 가족 개념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거나, 아니면 향후 법률 개정으로 가족 개념을 다시 추가하되 그 내용을 재정립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됨.
○ 또는 가족의 개념을 해석론에 맡겨둠으로써 여성가족부 또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가정·가족 관련 법률을 적용 또는 집행하려는 의도라고 판단됨.
- 결과적으로, 가정·가족정책의 수립·집행에 대한 여가부 재량이 넓어지게 될 것임.

○ 여가부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통해 혼인이나 부모·자녀 관계 외의 다양한 가족을 제도적으로 포용하고, 이들 가족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提高)하겠다는 사업목표를 내세우고 있음.
- 최근 여가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에 따르면, 가족 다양성 증가를 반영하여 가족의 정의를 재정립하려고 함.
- 즉 가족의 구성방식을 혼인·혈연·입양으로 규정한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 ‘사실혼’등을 추가할 뿐 아니라, 특정 가족 유형에 대한 정책적 차별과 편견을 유발할 수 있는 민법상 가족의 범위 규정(민법 제779조)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봄.
- 오늘날 가족형태의 변화에 맞추어 가족서비스 확장이 필요함에도 현행법의 가족개념에 따라 정작 지원이 필요한 현실의 가족(예로 아동학대 등으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위탁가족, 동거 및 사실혼 부부, 특히 고령사회 대응차원에서 지원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노년의 동거부부 등)이 가족정책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가족의 정의 규정을 아예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함.
- 요컨대 법률혼·혈연 중심으로 규정된 가족 관련법의 가족 정의 규정 개정 및 가족유형에 따른 차별금지·예방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함.
○ 주로 논의의 대상이 되는 사실혼 관계의 경우, 상황에 따라서 일정한 법적 보호가 필요한 것은 사실임. 현행 법체계(배상·보상·연금지급, 기타 사회복지 관련 법령)에서도 사실혼 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음. 따라서 이러한 법적 보호가 더 필요한 경우, 해당 영역의 관련 법령을 개정함으로써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임. 그러나 사실혼 등 다양한 인적 결합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가족 개념 자체를 변경하는 것은 가족 관련 가치체계와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
-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서도 한부모가족, 노인단독가정, 미혼모가정, 공동생활가정, 자활공동체, 위기가족, 1인가구 등에 대하여 각종 지원대책을 강구하고 있음.
-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생활형식이 달라짐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가 형성되고 이에 상응하여 규범의 정비가 필요함(예컨대 한부모가족지원법, 다문화가족지원법 등).
- 그렇다고 하여 가족의 개념을 삭제하는 것은 규범적 혼란을 가져올 따름임.

○ 가족의 정의규정 부재로 말미암아, 사실혼 가족만 아니라 단순한 비혼동거커플이나 동성커플도 가족의 한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음.
- 비혼동거커플이나 동성커플을 사실상의 인적 결합으로 인정하는 것 이상으로, 가족의 한 유형으로 법정화하여 이에 대한 국가적 보호를 의무화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음. 왜냐하면 혼인 및 가족생활(가정)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헌법이 규정하는 것은 혼인 및 가족생활(가정)의 사회적 기능 내지 공동선(共同善)에 대한 기여 때문임을 명심하여야 함.
- 따라서 혼인의 고유한 의미를 갖지 않은 비혼동거커플이나 동성커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해석을 도출하기 위하여 가족 규정을 삭제하려는 입법시도는 경계하여야 할 것임.
- 아울러 가족 정의규정의 삭제가 사실상 여성가족부의 가족정책업무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꼼수라면, 더욱 비판 받아야 할 것임.

2. 도대체 「가정」과 「건강가정」 개념을 배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남인순 안과 정춘숙 안은 공통적으로 「건강가정」 개념을 삭제하려고 함.
- 남인순은 2018년 개정안에서 「가정」의 개념도 삭제하려고 하였음. 2020년 개정안에서는 가정의 정의규정은 남겨두고 있으나, 실제로 거의 모든 조항에서 가정을 가족으로 바꾸고 있음.
- 정춘숙은 가정뿐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모든 현행 정의규정 자체를 삭제하고자 함.
○ 도대체 왜 그리 「가정」과 「건강가정」 용어를 극도로 혐오하는가? 전체적으로 보건대, 「건강가정」 용어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정」 용어도 함께 거부하는 것으로 판단됨.
- 이와 관련하여 건강가정기본법의 제정에 대한 반대론을 이해할 필요가 있음.

○ 건강가정기본법의 제정에 대한 반대론
- 건강가정기본법 제정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김화중의 기고에 의하면, 이혼과 가정해체를 예방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그 건강상태를 향상시켜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하도록 국가가 뒷받침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법적 토대가 바로 건강가정기본법이라고 함.
- 한편 건강가정기본법 제정에 대한 반대론자들은, 건강가정이라는 개념이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과 건강가정 시책이 가족 돌봄의 지원 등 변화하는 가족의 욕구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 등을 반대이유로 제시함.

○ 건강가정기본법 반대론의 기저에는 가족을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근원으로 여기는 급진 여성주의가 자리잡고 있음. 그래서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은 가부장제를 타파하려는 여성주의 관점을 관철하려는 시도로 인식되고 있음.

○ 따라서 이러한 논의는 단지 용어에 관한 견해 대립 이상으로 가정 및 가족에 대한 기본인식과 가치관의 대립을 반영하고 있음.
- 여기서 논의의 핵심은, 전통적인 혼인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가족 및 가정의 형성 외에 사실혼 등의 다양한 가족형태를 동등하게 인정할 것인가의 질문으로 귀결됨.
○ 여하튼 건강가정 개념을 거부하는 자들의 근본적인 오해는 「건강가정」을 가정 관련 정책 및 입법의 지향점(목표)이라 보지 않고, 이를 현실적인 가정의 유형(형태)으로 이해하는 것에 기인함.
- 즉 가정 유형이 어떠하든 간에 모든 가정이 “가족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을 의미하는 「건강가정」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임.
- 이러한 건강가정의 개념은 헌법 제36조 제1항의 가정(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는 가정)을 구체화한 것임. 제36조 제1항의 가정은 헌법 제10조(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가진 개인)와 제11조(법 앞에 평등하고, 성별 및 사회적 신분 등에 관계없이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아니하는 개인)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가정임을 명심하여야 함.
- 이처럼 「건강가정」은 가정 및 가족생활의 목표(지향점)를 가리키는 것이지, 가족형태나 가족유형 또는 가족형성의 계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개념임.
-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가정이라는 표현이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현실적인 차별과 편견을 고려함이 없이 「정상가족」 개념을 강화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봄.
- 건강가족이라는 표현 자체가 하나의 특정한 가족형태를 특권화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건강가족 = 정상가족」이라는 그릇된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임. 즉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가정을 「건강가정」과 「건강하지 못한 가정」으로 구분하여 비판하는 것은 근거 없는 피해의식의 발로라고 볼 것임.

○ 따라서, 다양한 가정의 유형을 인정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건강가정 개념은 가정 관련 법률의 지향점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여전히 편협한 이해에 기인하거나, 아니면 가정 개념 자체를 거부하려는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볼 것임.

○ 현행처럼 제3조에서 「가정」의 정의규정은 그대로 두면서도, 다른 조항들에서는 가정을 굳이 가족으로 바꾸는 것에 집착하는지 대단히 의아(疑訝)함. 이는 가족의 정의규정을 없앴기 때문에 가정의 정의규정만은 부득이 남겨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음. 상식적으로 볼 때, 가정을 가족으로 바꾸려 한다면 오히려 가정의 정의규정을 없애고 가족의 정의규정을 남겨두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하여간 이번 개정안은 입법의 상식에 맞지 않음.
-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가정 개념을 삭제한 셈이 되었음.
- 참고로, 정춘숙 안이 가정과 가족을 비롯한 모든 현행 정의규정을 삭제한 것은 더 황당하지만, 그 숨은 의도를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이해됨.

○ 가정을 가족으로 기계적으로 바꾸다보니 어법상 어색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나타남.
- 현행법에서 규정하듯이,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이고, 가정은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 단위」”임. 즉, 가족은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를 핵심으로 하며, 가정은 생활공동체로서의 기능을 핵심으로 함. 그래서 양자는 차원을 달리해서 사용되어야 하는 개념임.
- 경우에 따라 가족과 가정이 혼용될 수도 있으나, 개념적으로는 구별됨을 주의할 필요가 있음.
- 안 제21조 제2항 5호에서 “직장과 가족의 양립”은 어색함. 생활단위 또는 생활공동체로서 ‘직장과 가정의 병립’이 자연스러움. 또는 ‘직장과 가족생활의 양립’이 그나마 나을 것임.
- 안 제21조 제4항의 ‘노인단독가족’은 부적절함. 가족 자체가 복수적 개념인데, 단독(1인)으로 가족이 된다? 1인 가구는 적절한 표현이나 1인가족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 아닌가?
- 이처럼 기계적으로 가정을 가족으로 바꾸다보니 어법에 맞지 않은 개정안이 되었음. 그래서 입법의 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옴.

3. 다양한 가족 형태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개정안은 “누구든지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며”(제2조), “가족형태를 고려하여야 한다”(제5조 제1항) 라고 하여 다양한 가족 형태를 강조함.
○ 현행법은 다양한 가족 형태로서 한부모가족, 노인단독가정, 미혼모 가정, 공동생활가정, 자활공동체 등을 열거하고 있음(제21조 제4항).
○ 그런데 개정안은 가족의 정의를 두고 있지 않으므로 “사회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가족”의 범위가 하위법령 규정 또는 해석론에 의하여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큼.
- 가족의 정의 규정 부재로 말미암아, 동성 커플(시민동반자, 동성부부)도 가족의 한 형태로 해석될 수 있음.
- 동성커플의 법적 보호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가족 형태의 다양성(diversity of family forms)를 대단히 강조함(예컨대 욕야카르타 지침 24의 ‘가족형성권’)

4. 가족관계의 평등성을 더 강조하면서 가정의 사회적 기능을 약화시키지 않는가?
○ 일반적으로 기본법의 기본이념은 해석론과 향후 입법론의 지침을 제공함.
○ 개정안의 기본이념은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가족구성원 간의 민주적 평등한 관계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이에 반하여 현행법은 개인의 필요 충족과 사회적 기능(사회통합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 개정안은 가정의 사회적 기능과 관련하여 중요한 내용을 삭제함.
-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 인식에 대한 국민의 의무(법 제8조 제1항) 삭제
- “태아의 건강보장” 표현(법 제8조 제2항) 삭제. 또한 안 제5조 제3항에서도 이 부분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음.
- 가족해체 예방 규정(법 제9조) 삭제
○ 이로 말미암아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이 약화되고, 낙태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되며, 이혼 등 가정해체에 대한 예방 노력이 경시될 수 있음.

5. 가족형태를 차별 사유로 하는 차별금지법이 아닌가?

○ “가족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함을 기본이념의 하나로 내세우는 개정안은 사실상 이를 차별사유로 하는 차별금지법으로 작동될 것임.
○ 특히 정춘숙 안 제26조(평등한 가족문화 조성) 제3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가족형태 등을 이유로 발생하는 차별의 개선 노력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동조 제4항은 여가부장관으로 하여금 대중매체에서 가족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편견 등 내용을 점검하여 필요한 경우 관계 기관에 개선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함.
- 이처럼 정춘숙 안은 가족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 편견 등이 대중매체(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등)에 나타난 경우, 이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 관계 기관에 개선을 요청하도록 규정함. 이는 일종의 차별금지법 규정에 해당함.
○ 이와 관련하여 정춘숙 안은 “다양한 가족의 사회적 편견과 차별 개선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것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요구하며(제32조 제1항), “다양한 가족 포용을 위한 모니터링, 교육 등 사회적 인식 확산”을 한국가족원의 주요 사업으로 정하고 있음(제34조의2 제7항 제5호).
○ 이처럼 정춘숙 안은 가족형태를 차별사유로 한 차별금지법으로서 작동하면서, 이와 관련한 계획·정책추진·평가·규제 등의 권한을 여가부와 한국가족원 등에게 부여함.
○ 향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개정안은 이와 함께 가족형태를 사유로 한 차별적 언행에 대한 규제의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것임.
- 설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개정안은 그 자체로서 가족형태를 사유로 한 차별적 언행에 대한 규제의 실질적인 법적 근거가 될 것임.

6. 동성 결합 및 동성결혼의 합법화 근거로 원용될 것이 아닌가?

○ 동성결합 및 동성결혼 합법화의 명문 근거는 발견되지 않음. 그러나 해석론에 따라 언제든지 동성결합 및 동성결혼의 법적 근거로 원용될 수 있는 규정이 있음.
○ 안 제2조(기본이념)의 가능한 해석론
- “누구든지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며” : 여기서 가족의 정의가 법정(法定)되지 않고 해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동성 커플을 가족의 한 형태로 주장할 수 있음.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 동성 커플의 사실혼 관계를 '동성 동반자(same-sex partnership)' 또는 '시민 결합(civil union)'이라는 이름으로 인정하고 있음. 이에 따라 동성 커플을 가족형태의 하나로 인정하려는 해석론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
- “가족구성원이 서로 존중하고 부양·양육·가사노동 등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 : 여기서 「양성 평등한」 아닌 「평등한」 가족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이러한 규정은 동성 커플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
○ 안 제4조(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해석론
- 모든 국민은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 이 부분도 역시 동성커플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음.
○ 정춘숙 안에서도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을 대단히 강조하고 있음. 제2조(기본이념), 제12조(가족의 달과 가족의 날), 제32조(가족교육 등)에서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음.
또한 ‘양성평등’을 의도적으로 ‘평등’으로 대체하고 있음(제15조 제2호, 제26조 제명, 제28조 제2항 제2호)
- 이러한 점을 비춰보면,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에 동성커플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임.
- 즉 평등한 가족(관계)이 “양성”평등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간 평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매우 농후함.

V. 현행 법체계를 무너뜨리지 말라!

○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생활형식이 달라짐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가 형성되고 이에 상응하여 규범의 정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하여 가족의 개념을 삭제하는 것은 민법을 부정하는 등 규범적 혼란을 가져올 따름임.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가족의 정의규정을 의도적으로 삭제시키고, 그 개념을 하위 법령 또는 추후 입법으로 재정의하거나 아니면 해석론으로 이를 확정하려는 것으로 파악됨.
○ 또한 개정안은 「건강가정」을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보며 가정해체를 주장하는 기조 위에서 가정 및 건강가정 용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전반적으로 가정의 사회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음.
○ 그 결과, 남인순 안과 정춘숙 안에는 ‘건강가정’이 없고, 오직 민주적이고 평등한 ‘다양한 가족’만이 강조됨. 즉 가정은 해체되고, 가족은 재구성됨.

○ “가족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함을 기본이념의 하나로 내세우는 개정안은 사실상 이를 차별사유로 하는 차별금지법으로 작동될 것임. 특히 정춘숙 안은 가족 형태를 차별 사유로 한 차별금지법으로서 작동하면서, 이와 관련한 계획·정책추진·평가·규제 등의 권한을 여가부와 한국 가족원 등에게 부여함.
-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임.
○ 향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개정안은 이와 함께 가족 형태를 사유로 한 차별적 언행에 대한 규제의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것임.
○ 그 결과, 설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개정안은 그 자체로서 가족 형태를 사유로 한 차별적 언행에 대한 규제의 실질적인 법적 근거가 될 것임.

○ 개정안에서 동성 결합 및 동성결혼을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은 없음.
○ 그러나 가족의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당사자 간의 “평등”한 가족관계를 강조한 이념적 바탕 위에, 동성 커플의 결합을 ‘사실혼’의 새로운 유형으로 내세우며, 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거부하는 것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음.
○ 이와 같이 개정안의 몇 규정들은 몇 단계의 논리적 조작 또는 연결에 의하여 동성결합 및 동성결혼을 사실상 허용할 것을 주장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임.
○ 이번 개정안이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을 규정한 현행 헌법에 직접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그러한 입법을 진행하기 위한 중간단계라 볼 수 있음. 또한 행정부와 사법부의 해석론으로 동성 결합 나아가 동성결혼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교묘한(tricky) 시도라 볼 수 있음.
○ 그 결과, 남인순 안과 정춘숙 안은 국가 최고법인 헌법과 가족관계의 기본법인 민법을 교란하거나 개변함으로써 혼인 및 가족생활(가정)에 관련한 현행 법체계 질서를 뒤엎으려는 입법쿠데타라고 볼 것임.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