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총회장 비롯해 강재식·김기철 목사
토론 중 이사장 후보로 3인 추천한 뒤 정회
외부 여성 이사진들 경선 통한 선출 주장해

총신대 법인이사회
▲법인이사회가 진행되고 있다. ⓒ페이스북

관선이사 체제를 끝낸 총신대학교가 첫 회의에서 이사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총신대 법인이사회는 27일 오후 서울 사당캠퍼스 본관 제1회의실에서 모여 이사장 선출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날 이사회는 15인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연장자인 강재식 목사(광현교회)가 임시의장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주 안건이었던 ‘재단이사장 선출’ 건에 대해, 이사들은 총회와 총신대 안정을 위해 합의 추대로 선출하자는 안과, 경선으로 선출해 하루속히 총신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이사들은 1시간여 논의 끝에 합의 추대에 실패하고, 강재식 목사와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 총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등 3인을 후보로 추천받은 뒤 정회했다.

이후 일정상 이유로 이사들이 한두 명씩 빠져나갔으나, 남은 이사진들이 논의를 계속했다. 후보인 소강석 목사가 일정상 가장 먼저 퇴정했고, 강재식 목사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후에도 외부 이사들은 경선 선출을 계속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오는 5월 11일 차기 이사회에서 이사장을 선출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정이사 체제 총신대 재단이사 15인은 이송 장로(새동도교회),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이광우 목사(전주열린문교회), 이진영 장로(평안교회),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 송태근 목사(삼일교회),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장창수 목사(대명교회), 김종혁 목사(울산명성교회), 강재식 목사(광현교회), 심치열 교수(성신여대), 김이경 교수(중앙대), 정수경 변호사(법무법인 지혜로) 등이다.

이에 대해 총회장 소강석 목사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밤 1시 30분이 넘은 시간 SNS를 통해 “지금까지 교회에서 기도하다가 글을 쓴다. 저는 부총회장 시절 임시이사 체제를 끝내고 정이사를 도입하는데 가장 앞장선 사람”이라며 “그러나 총신 정상화추진위원장을 맡지도 않았고, 모시던 김종준 총회장님이 하고 싶다고 하셔서 양보했다. 그리고 재단이사 선임을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소 목사는 “이후에도 김종준 전 총회장님을 재단이사에 포함시키려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분이 재단이사장이 되기를 원했다”며 “그러나 결국 선임이 안 되셔서, 총신과 총회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던 제가, 고심의 고심 끝에 몇 달간 이사장 직무대행 역할이라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마저 반대하는 이견의 소리를 듣고 저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앞으로 남은 총회장 임무와 한국교회 예배 회복과 연합기관의 하나됨을 위해 할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렇지만 이 과도기적 상황에서 총신을 섬길 뿐 아니라, 총회와 총신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제게 잠시만이라도 십자가를 져 달라는 주문들이 많았다”며 “앞으로 확대될 정이사 선임에 있어 균형감과, 106회 총회를 앞두고 총신과 총회 간의 소통과 화해, 불협화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잠시 수고를 해야 한다는 요청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총신의 관계자들까지도 그런 부탁을 해 왔다”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는 “모든 걸 내려놓았던 저는 확답은 안했지만, ‘그렇다면 모든 분들이 합의추대를 해 주시면 짧은 시일이라도 십자가를 지고 헌신하고 희생하겠다’는 여지의 답을 했다”며 “그럼에도 저는 정이사로 선임받은 어느 누구와도 통화를 하고 부탁을 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소 목사는 “그런데 회의 현장에 가서 보니, 회의 분위기가 너무 대결 구도로 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저는 누가 되든 합의 추대로 가자고 제안했다. 처음부터 대결구도로 가면, 앞으로 총신 재단이사회는 모든 사안의 의결에 있어 사사건건 하나 되지 못하고 균열되는 현상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당시 발언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총신의 화목과 발전을 위해서 대결구도로 가지 맙시다. 저를 포함해 후보로 거명된 분들이 다 내려놓고 차라리 제3의 인물을 뽑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대립구도로 가지 말고 합의 추대로 갑시다. 이것은 재단 이사중의 한 사람이 아니라 총회와 총신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총회장으로서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어느 특정 단체에서 이사장이 선출되는 것도 우려스러운 면이 있고, 그렇게 되면 내년 총회 선거에도 파장이 미칠까 하는 염려도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대한 부담감도 안고 있는 사람입니다.”

소 목사는 “저는 잠시 밖에서 강재식·김기철 목사님과 담소를 나누다 빨리 끝날 것 같지도 않고 다음 일정도 있을 뿐 아니라, 특별히 이사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분이 되실 것도 염두에 두면서 부득이 이석했다”며 “그런데 재단이사장이 선출되지 않고 회의가 무산된 소식을 듣고 참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간 총신 정상화를 위해 힘들게 뛰었던 지난 날 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제가 총회장이 아니라면, 이런 소회의 글을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말 총회장으로서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끼고, 총회 목사·장로님들께 송구스럽다”며 “처음 뵌 세 명의 여성 이사님들이 총신대와 이사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실지 생각하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고 우려했다.

소 목사는 “지금 같아서는 재단 이사도 사임하고, 밖에서 총신을 위해 더 잘 섬기고 싶다는 마음을 굴뚝같이 표현하고 싶지만, 총회장 임기 안의 일일 뿐 아니라 자칫 무책임한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 마음에 부담감이 커진다”며 “지금까지는 여러 사람들의 주문에 의해 수동적인 자세를 가졌고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맡겼지만, 이제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좀 더 깊이 하나님께 여쭙고 심도 있게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소강석 목사는 “그래서 이 늦은 밤에도 강단에서 기도하다 고뇌가 담긴 소회를 밝히는 글을 올린다. 저를 비롯해 모든 이사님들, 그리고 총회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의 기도가 많이 필요하다”며 “부디 총신이 잘 세워지고 총회와의 관계도 잘 회복되면 좋겠다는 기도를 드리며 잠자리에 들려 한다”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