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자유주간
▲참석 패널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대표, AEI 올리비아 쉬버 연구원, AEI 니콜라스 에벌스타드 대표, 징검다리 김형수 대표, 탈북민 주일경 씨, 탈북민 주경배 목사(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주최측 제공
북한 주민들이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북 라디오 채널은 자유아시아방송(RFA), 미국의소리(VOA), 극동방송(FEBC) 3가지이며, 외부 정보 유입을 위해 채널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DC의 주요 싱크탱크 중 하나인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제18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26일 오후 5시(미 동부시간) 북한 인권 화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탈북자들은 대북 라디오의 효과에 대해 증언하고, 현재 문재인 정부 하에서 대북 방송이 금지될 조짐이 보이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는 AEI 대표인 니콜라스 에벌스타드의 사회로 미국 측 패널로 올리비아 쉬버 AEI 연구원,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이, 탈북자 증인으로는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김형수 씨와 주경배 목사, 고려대에 재학 중인 주일경 씨, 북한민주화위원회 허광일 위원장이 참여했다.

주경배 목사는 미국에 기반한 RFA, VOA와 한국에서 송출하는 극동방송 세 개 채널을 실제 북한 주민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는 방송으로 꼽았고, 자유북한방송 등 민간 차원의 대북 라디오 방송 채널들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내부의 정보 유입과 관련, 그는 국내 탈북자 3만 5천 명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탈북자까지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비공식 집계로 약 20만 명에서 30만 명까지 추산되고 있다.

이에 주경배 목사는 “국내 탈북자만 볼 경우 북한 주민 800명 당 1명이 한국에 온 것이고, 이 수치도 굉장히 큰 것”이라면서 “해외에 있는 탈북자들을 합칠 경우 북한 인구 80명 당 1명으로, 이 사람들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과 실질적인 연결이 이뤄진다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주 목사는 “우리가 미처 다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들은 다 북한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돼 있고 가족들과 통화를 한다”면서 “대북전단을 금지하고 라디오까지 막으려는 현 대한민국 정권 하에서는,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주민들을 활용해 정보를 유입시키는 것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내 기독교 현황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철저하게 종교를 탄압하지만 현실은 그 안에 종교가 살아 있다. 십자가 사건이 부활의 사건인 것처럼 하나님은 살아 역사하시는 분”이라면서 “감옥에 갇혀 있는 기독교인들만 이야기하는데, 현재 북한 내부에는 기독교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니콜라스 에벌스타드 AEI 대표는 토론회 서두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탈북자들을 감시하고,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과 활동을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리비아 쉬버 AEI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의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이데올로기를 위해 백신도 거부한 채 코로나를 이유로 주민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 국회의 대북전단금지법 이후 주민들은 외부로부터의 정보 단절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외부의 요소들이 아닌 바로 북한 내부의 주민들”이라면서 “선군정치로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외부의 정보를 북한 내부에 유입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의 반인권적인 행태를 북한 내외에 지속적으로 고발하고, 수용소 철폐를 위한 캠페인도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탈북자들은 탈북의 계기에 있어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공통적으로 증언했다.

김형수 씨는 이날 증언에서 “저의 탈북에 있어서 가장 희망의 불빛이 됐던 것은 대북 라디오”라면서 “2003년 경제 위기로 굶어 죽어가는 위기 속에서도, 친구가 밀수를 통해 들여온 라디오를 같이 듣고 북한 외부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내용에 대해 “VOA나 RFA, 극동방송 등은 마치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렸다. 한미동맹이나 북한인권법 등은 라디오를 통해서 알게 됐고, 미국이 나쁜 곳이 아니라 우리를 살려주는 곳이라고 느끼게 됐다”면서 “2005년경 한 탈북자가 자신의 월급이 166만원이라며 이를 환산하면 쌀을 400kg을 산다고 했다. 당시 저는 한 달 내내 일해도 쌀을 1.6kg만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좋다는 주체사상을 따르면 더 잘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면서 북한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 크게 느끼게 됐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나라’라는 구호나 3대 세습도 황당하는 것을 그 때 깨닫게 됐다”고 증언했다.

현재 한국에서 대북 라디오 방송을 막으려는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해서는 “대북 라디오는 북한 주민들의 희망의 등대이다. 오히려 주민들보다 고위층이 비싼 돈을 지불해 구입하거나 주민들로부터 압수한 라디오를 통해 더 듣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재의 대한민국 정권은 탈북자를 억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일경 씨는 자신의 가족들이 탈북한 계기가 아버지가 청취하던 대북 라디오 방송이었다고 증언했다. 주일경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9살에 아버지를 통해서 대북 라디오를 많이 들었는데, 그 때 온 가족이 깨어나게 됐다”면서 “당시 서울에서 방송하던 ‘꽃보다 남자’ 드라마를 흑백으로 된 작은 모니터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내의 사형제도에 대해 그는 “2015년 말에 북한 도심 한복판에서 큰 아버지와 큰 어머니가 처형되고 저와 사촌지간인 아들은 행방불명이 됐다”면서 “가내수공업을 하면서 열심히 살던 고모네 가족은 보위부가 어느날 갑자기 새벽에 들이닥쳐 수갑을 채우고 끌고 갔다. 고모부의 할아버지가 기독교 목사였다는 이유였다. 북한 문제는 정치가 아닌 자유와 생명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증언했다.

북한 내 정보 유입 방법에 대해서는 “위키백과와 같이 USB에 많은 정보들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버지가 보던 USB에도 마치 위키백과처럼 키워드를 입력하면 정보가 나오게 돼 있었다”면서 “김여정의 한 마디에 현 대한민국 정부는 대북전단을 날리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북 라디오는 계속돼야 한다. 역사, 종교, 문화, 정치 콘텐츠를 만들어서 기술적으로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광일 위원장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인간의 알 권리를 중단시키는 반인권적인 법을 현 집권 여당이 민주주의 정책을 무시한 채 힘으로 밀어붙였다”면서 “이 정권은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탈북자 편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 편”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존엄과 자존심은 깨진 지 오래”라고 개탄했다.

니콜라스는 “인권을 권장한다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의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