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기로서 인간이 생육, 번성, 충만하고
땅의 다른 피조물을 다스릴 능력 주신 것
인간, 하나님의 뜻 최적 수준까지 이뤄야

박윤선 성주진
▲성주진 교수의 과거 강연 모습. ⓒ크투 DB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이승구 교수) 제76차 정기 논문발표회가 지난 24일 서울 개신대학원대학교에서 ‘창조와 환경’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주제발표는 ‘창조와 환경에 대한 언약신학적 이해’를 주제로 성주진 명예교수(합동신대 전 총장)가 맡았다.

성주진 교수는 “기독교를 환경운동의 가장 큰 적으로 규정하는 비난이 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을 정복하라(창 1:26-28)’는 ‘문화명령’이 정복과 약탈과 파괴를 허가하는 면허증으로 사용됐고, 자연 착취를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비난은 기독교인들에게 환경에 대한 성경적 입장을 숙고하는 기회가 됐지만, 정당한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바른 대책은 오히려 창조에 대한 성경적 이해에서 출발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성 교수는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가장 좋은 참조는 ‘창조신학’으로, 여기서는 ‘성경적 언약신학’의 관점에서 환경 또는 창조세계의 돌봄이라는 논제에 접근하고자 한다”며 “특히 비교적 근래에 부상한 ‘창조언약’은 구속언약과 구별되나 분리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창조와 환경의 언약적 함의를 총체적인 언약 구조 안에서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그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말씀에 이어지는 ‘문화명령’에서는 창조세계, 곧 환경과 인간의 역할과의 관계가 패러다임적으로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창조언약’은 환경을 이해하는 기반을 제공한다”며 “‘창조언약’은 하나님이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물과 언약을 맺으시고, 사람과 모든 생물이 함께 번영을 누리도록 약속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러나 사람과 모든 생물이 동등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은 만물을 다스리는 청지기인 만큼, 언약 안에서 사람과 만물의 층위는 같지 않다. 인간은 직접적 언약 대상자이고, 만물은 언약의 참여자로 봐야 할 것”이라며 “자연은 이 언약의 직접적 대상이 되지 못하나, 언약 안에서 보장을 받는다. 이처럼 창조는 언약적”이라고 했다.

성주진 교수는 “‘문화명령’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임재로 복을 받고 생육하고 번성함으로 땅에 충만할 뿐 아니라 땅을 정복하고 만물을 다스리라는 명령을 받는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으로 지음 받은 아담에게 ‘다스리라’는 칙명(fiat)을 내리신 것”이라며 “이 명령은 인간의 사명을 규정하는 것으로, 성경에서 최초로 주어진 소명이며 ‘하나님-인간-만물’이라는 창조질서를 확립해 준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문화명령’은 인간의 타락과 죄에도 불구하고, 성경 전체에서 하나님의 백성에게 반복적으로 주어졌다. 이 명령의 최후적·궁극적 성취는 역시 예수님이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주신 대위임령(마 28:19-20)”이라며 “하나님의 축복 가운데 주어진 ‘문화명령’은 인간이 생육, 번성, 충만할 뿐 아니라 땅의 다른 피조물을 다스릴 능력을 주신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목적을 최적 수준까지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간에게 ‘생육, 번성, 충만하라’고 명하는 단락에서 강조되는 것은 ‘생명을 주는 축복의 능력’이다. 이를 위해 하나님은 인간의 생명을 위해 필수적 먹을거리를 지정해 주신다”며 “생육, 번성, 충만한 인류는 땅을 정복하고 만물을 자애로운 왕처럼 다스릴 수 있다(창 9:2, 시 8:5-8, 히 2:5-9). 인간은 그 지배권을 창조세계를 돌보고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땅을 정복하고(카바쉬)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라다)’는 단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하는가가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 논쟁 가운데 하나”라며 “이 단어들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자신의 창조물에 대한 책임을 긍정적으로 맡기셨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특정 단어의 의미를 정함에 있어, 어원적·기본적 의미뿐 아니라 문맥적 의미도 살펴야 한다. 이 동사들이 축복의 맥락에서 함께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복하고 다스리라(1:26, 28)’는 명령은 ‘경작하고 지키라(2:15)는 명령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서로의 의미를 해석해 주는 관계이다. 두 본문의 상호보완적 성격을 생각할 때, 28절의 ‘지배권’은 자연자원을 소중히 여기는 청지기직을 가리킨다”고 했다.

성령, 자연, 신비, 빛
▲인간은 하나님 창조세계의 주인이 아닌, 청지기이다. ⓒ픽사베이
성주진 교수는 “혹자는 인간이 다른 피조물보다 중요하므로, 창조를 돌보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창조질서에서 인간이 수위를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이 말이 결국 환경을 도외시하는 빌미가 돼선 안 된다. 사람이 환경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 그 결과는 결국 사람에게 해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성 교수는 “환경을 돌봄으로 창조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보존하는 일은 사람을 위해서도 ‘정의’를 추구하는 주요한 부분”이라며 “창조세계에 대한 돌봄 또는 환경보호가 복음전파 등과 같은 과업보다 덜 중요하다고 규정지음으로 자칫 영육 이원론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하나님은 영적 세계뿐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도 관심을 가지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구속의 복음을 나누는 과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이 시대의 에덴을 돌보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며 “하나님의 창조를 돌보는 일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의 한 부분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감당해야 할 필수적인 일 가운데 하나”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청지기직 수행 위임은 인간을 축복하신 결과이지, 생물을 축복하신 결과가 아니다. 창조세계의 돌봄을 위하여 인간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이기적인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대안은 생물 중심주의가 아니라, 인간에게 정복과 다스림을 요청하는 하나님 중심주의”라며 “하나님의 창조물을 잘 다스리는 것은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하나님의 것을 관리하는 청지기는 자연의 다스림에 대한 무제한의 허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법과 양심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지배권을 행사할 자유를 가진다”며 “대리인은 주인을 가장 잘 섬길 수 있는 방식으로 일을 보아야 하므로, 인간은 이 일을 맡기신 분에게 도덕적 책임을 지게 된다”고 했다.

성주진 교수는 “인간은 창조세계의 관리자요 청지기로서, 환경의 파괴자가 아니다. 이에 따라 인간은 하나님을 대신해 만물을 다스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언약의 하나님을 섬긴다”며 “따라서 성경이 환경파괴를 조장한다는 것은 근거없는 비난이다. 환경파괴는 성경 말씀이 아닌 기독교인 스스로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파괴는 자연을 보호, 관리, 활용하라는 성경 사상의 세속화”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정복을 파괴와 남용으로 오해한 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역사적 기독교의 잘못은 문화명령을 오해하는 전천년주의 세대주의의 잘못된 종말론과 연관이 있다”며 “창세기 1장 28절의 ‘다스림’은 대리인으로서의 다스림이지, 무분별한 정복이나 착취, 낭비나 약탈이 아니다. 오히려 창조 세계를 보살핌으로 하나님과 인간을 섬기는 다스림이다. 나아가 환경파괴는 일반은총 차원에서 자연계시의 훼손이자, 교사 앞에서 교과서를 찢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하나님은 창조주요 소유주이자 통치자이시므로, 사람은 하나님이 요청하는 방식으로 창조를 돌봐야 한다. 먼저 창조질서를 따라 다스려야 한다. 인류의 생명과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창조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일을 지양해야 한다”며 “하나님의 형상에 부합하도록 하나님의 지식과 의를 좇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중심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 교수는 “노아 언약은 창조언약의 갱신으로, 죄와 심판으로 파괴된 창조세계를 새롭게 하고 보존한다. 인간의 죄로 위협받고 홍수의 심판으로 파괴된 창조에서 인류와 창조를 유지시키는 것”이라며 “이렇게 노아 언약은 창조 언약을 갱신하고 구속 언약의 길을 준비한다. 어떤 의미에서 노아도 창조 세계의 청지기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성주진 교수는 “환경에 대한 신학적 이해는 창조세계의 돌봄이라는 실천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는 ‘21세기 제자도’의 일부”라며 “남용과 오용을 금하고, 탐욕과 이익을 절제하는 일은 기독교 윤리의 기본적인 덕목으로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생활양식을 바꿀 필요성도 대두된다”고 권면했다.

성 교수는 “인간의 생명도 다른 피조물에 의존한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이 출생률을 낮추고 태아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과 같다. 나아가 지금 급한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할 것이 아니라, 영적 민감성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며 “칼빈도 창조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인식하고 축하한다는 점에서, 창조와 환경 문제에 대한 기독교적 입장을 확인해 준다. 그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권위 아래에서 사람뿐 아니라 창조세계도 함께 감안하는 기독교적 창조세계 돌봄을 시행하는 일에 믿을 만한 안내자”라고 덧붙였다.

논문발표회에서는 이 외에도 안동일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팬데믹이 되려면: 코로나19 출구전략, 그리고 그 이후’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했다. 이후 구약·신약·조직·역사·실천·상담·윤리·선교·교육·음악 등 분과별 주제발표와 자유발표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