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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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있는 아이들이 있다. 얼굴의 표정이 어두운 아이들이다. 우울증 있는 아동은 얼굴의 표정만 어두운 것만이 아니라, 내면의 심리도 어둡다. 밝게 자라야 할 아동이 우울하다면, 벌써 병리적 증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우울한 증상은 여러 가지 원인의 결과로 드러나는 것이므로, 잘 파악하여 서둘러 개선해 주어야 한다. 우울증이 있는 아동은 생기 없는 아동, 외로움을 경험하는 아동, 내면에 분노가 가득한 아동이라는 특징이 있다. 우울증 있는 아이들은 다음 상태를 중심으로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1. 부정적 정서의 문제

우울증 있는 아동은 부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또래관계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역기능적 인지는 그대로 부정적인 사고를 유발시키고, 다시 부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원리이다.

이것은 성별에 따른 우울증상과 사회성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에서 남녀 모두에게 우울증상과 사회성은 유의미하다는 것에서 입증되고 있다. 우울증이 있는 아동일수록 사회성이 낮다.

또 우울한 집단은 비우울 집단보다 남과 어울리지 않는다. 또래 친구 간에 인기가 없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또래 친구가 없다고 느낀다. 대인관계에 소극적이고, 자기비하와 대인기피증 같은 부정적인 특징이다.

이와 함께 우울증 있는 아동은 품행장애, 적대적 반항장애와 같은 행동 문제와 공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동의 우울증상이 심해질수록 공격성도 증가함을 밝혔다.

아동의 우울증상은 소극적이고, 위축된 행동과도 관련이 있다. 그렇지만 부정적이고 반항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또래관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멘과 루돌프(C. Hammen & K. D. Rudolph)의 연구에서는 우울증 있는 아동들에서 다음과 같은 결과가 드러났다.

사회적 상황에 대한 생리적, 행동적, 인지적 반응 모두에서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다. 사회적 유능성이 낮았다. 우울증상이 높을수록 교우관계를 비롯하여 교사, 학교, 환경에 대한 취미, 특기, 학업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학교적응이 떨어졌다.

2. 자존감 저하 상태

우울한 증상은 이미 존재가치 저하를 나타낸다. 아동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다지 가치감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울은 아동으로 하여금 대개 자신의 결핍, 자신이 중요하지 않음, 자신의 의미없음과 직면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우울의 증상은 사실상 아동에게는 견딜 수 없는 생각에 대한 거부이며, 그것을 보상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런 증상은 물론 병리적 현상으로서는 전술한 박탈감과 다르지 않지만, 여기서의 박탈은 전술한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 만든 박탈이라는 점이다.

아동이 스스로 자신을 대수롭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동의 발탈감은 대개 자신이 스스로 행동한 어떤 것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이 타인에게 가치 없는 존재라고 느껴진 결과이다.

이러한 박탈감에 기초한 존재에의 가치감을, 심리학적으로 우리는 ‘열등감’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은 아동이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는 이런 열등감은 대개 초기 유아기 때 겪은 자기애적 상처로 인한 자기애적 고착에 기반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런 존재 무가치감이 마음에 걸리므로 다른 아동에 대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순순하게 활동에 참가하거나 친구들이 함께 노는 데 낄 수 없는 것이다.

3. 부정성 축적

우울증 있는 아동은 부정적 정서가 내면에 축적된 결과로 보아야 한다. 부정적 정서는 아동으로 하여금 사고의 기능을 방해하며, 내부와 외부로부터의 억압을 경험하게 만든다.

나아가 우울증이 있는 아동에게는 자신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우울증 있는 아동은 자기비난, 슬픔, 흥미 상실, 지속적인 외로움과 슬픈 감정, 고독감 등의 부정적 정서를 느끼며, 슬픔이 뚜렷한 이유 없이 지속되고, 모든 일을 귀찮아하며,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등 부정적인 정서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것은 우울한 집단이 우울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슬픔, 분노,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정서들을 많이 느낄 뿐 아니라,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울증상이 생활 불안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생활 불안전이 우울증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여러 연구결과들도 있다.

정서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은 사회적 적응과 정신건강에 기여하지만, 정서를 조절하는 데 실패하면 다양한 정신 병리로 발전하게 되는데, 정서가 불안정할수록 우울증상을 더 많이 겪고, 문제 행동을 더 많이 보이며, 특히 슬픈 감정의 불안정은 우울증상과 관련이 있었다.

이는 생활 불안전이 우울과 같은 내재화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실제로 맥파란드와 뷸러(C. Mcfarland & R. Buehler)의 연구에서 정서조절능력은 우울과 부정적 상관이 있었으며. 사회적 철회, 불안, 우울 및, 정신 신체적 반응과 같은 내면화 문제행동(internalizing problem behavior)이 부정적 정서를 조절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는 것을 밝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충렬
▲한국상담치료연구소에서 만난 김충렬 박사.
4. 정리

우울증 있는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전술한 원인을 참고해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을 한다 해도, 반드시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