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만찬
주의 만찬

바비 제이미슨 | 김용국 역 | 디사이플 | 88쪽 | 8,000원

매주 주의 만찬을 기념하는 교회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은 그 교회를 목회하는 목사로서, 주의 만찬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제정하신 예식이자 은혜의 방편임을 확신한다.

그러나 교회와 신학교, 여러 탁월한 책을 통해 주의 만찬의 중요성을 확인하면서도, 실제로 교회 현장에서 주의 만찬이 간과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이 괴리감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성경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떡과 잔을 통하여 “나를 기념하라”고 명령하셨음을 분명히 밝힌다(눅 22:19). 사도 바울은 주께 받은 명령을 고린도 교회에 상기시켜주면서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전 11:26).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의 교회는 주가 오실 때까지 주의 만찬을 통하여 주의 죽으심을 선포할 책임이 있다.

<교회 기초 시리즈> 편집인 조나단 리먼은 교회 중심적인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주의 만찬이 중요함을 알리고, 바비 제이미슨은 캐피톨힐 침례교회 협력 목사로서 주의 만찬의 성경적 정의, 지역 교회에서 주의 만찬의 역할, 실제적 조언을 이 책 <주의 만찬>을 통해 제공한다.

이 시리즈는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설립된 9Marks에서 성경적 교회 회복을 위해 정리한 것으로, 대위임령, 회중의 권위, 교회의 권징, 교회의 지도력 그리고 침례와 주의 만찬으로 구성된다.

교회에게 명령하신 두 가지 예식은 모두 바비 제이미슨이 썼다. <주의 만찬>은 88쪽으로 소책자 분량이지만, 내용은 주의 만찬을 이해하고 적용하기에 충분할 만큼 알차다.

먼저 주의 만찬은 예수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예식이지만, 옛 언약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여호와 하나님께서 제정하여 지키라고 명하신 유월절 예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예수와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에서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 모습.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中
저자는 1장에서 출애굽 시대 제물의 피를 통해 백성을 구원하신 하나님께서 노예 신분에서 이스라엘을 해방하고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 구원을 기념하기 위해 자기 백성에게 반복적으로 행하라고 유월절 예식을 명령하셨다고 말한다.

2장에서는 새 언약의 백성 교회에게 명하신 주의 만찬을 설명하면서, 예수님의 피를 통해 백성을 직접 구원하신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해방하시고 자기 백성으로 삼으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 주의 만찬 예식을 통해 제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이 놀라운 구원을 기념할 것을 명령하셨다고 말한다.

주의 만찬은 과거 그리스도께서 베푸신 구원을 현재로 가져와 구원자 그리스도와 교제하게 한다.

주의 만찬은 단지 그리스도와 교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 된 형제자매 간의 교제도 만들어낸다. 바울은 우상과 교제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면서(고전 10장) 바로 이어서 주의 만찬을 그리스도와 그의 백성과 함께 나누는 교제로서 제시했다(고전 11장).

제이미슨은 이렇게 말했다. “주의 만찬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관해 아름답게 묘사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와 교제하며, 그의 백성과도 교제한다. 우리는 식사를 통해 예수님이 주시는 이 두 가지 교제의 유익을 맛본다(23쪽)”.

또한 주의 만찬은 가장 좋은 미래의 소망과 맞닿아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처음 주의 만찬을 베푸시면서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새것으로 너희와 함께 마시는 날”에 관하여 약속하셨다(마 26:29).

그러므로 주의 만찬은 과거의 경험을 현재로 불러들일 뿐 아니라 미래에 도래할 소망을 현재 붙들게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주의 만찬을 기념할 때, 십자가를 되돌아보며, 곧 도래할 하나님의 왕국을 바라본다. 떡과 포도주는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아픔과 슬픔뿐 아니라, 예수님이 그의 신부와 영원히 연합하는 날, 하나님이 베풀 잔치를 미리 맛보게 한다. 예수님이 가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든 것처럼(요 2:10), 하나님은 마지막에 가장 좋은 것을 주려고 저축해 놓으셨다(31쪽).”

복음 중심적 설교와 예수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늘 강조하지만, 그날 본문에 따라 주일 예배 시간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충분히 강조되지 않을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주의 만찬은 언제나 그리스도의 복음 중심적 예배에 참여하도록 성도를 초청한다.

저자가 정의한 것처럼 “주의 만찬은 떡과 포도주에 참여함을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념하고, 그리스도와 교제하며 교인들 간에 서로 교제하는 교회의 행위이다. 그것은 또한 그리스도의 유익을 받아들이며 그리스도와 그의 백성을 향한 헌신을 새롭게 하는 신자의 행위이다. 그렇게 함으로 교회를 한 몸 되게 하며 세상에 드러나게 한다(33쪽).”

주의 만찬만큼 복음적 의식이 없고 하나님의 백성을 복음으로 하나 되게 하는 표지가 없다.

그러면 주의 만찬을 어떻게 행해야 할까? 제이미슨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 만찬은 교회 전체가 행하는 것이 옳고 거듭난 자 곧 신자가 참여해야 한다.

교회에 속한 침례 받은 성도가 행해야 하고, 죄가 드러난 성도 곧 회개가 필요한 성도는 회복할 때까지 잠시 주의 만찬에 참여하지 못하게 조치할 필요가 있다.

예식은 교회 인도자(목사, 장로)에 의해 집행되는 것이 좋다. 계속 반복하여 드릴 때 그 의미를 상실하여 형식적인 예식이 될 수 있으므로, 의미를 정확하고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횟수에 대하여는 대부분의 가르침이 제안하듯 “자주”라고 말하는데, “매주 행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자주 기념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결론 내렸다(79쪽).

함께 식사하는 사람을 가리켜 ‘식구(食口)’라고 한다. 예수님을 믿는 우리가 한 식구가 된 것은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베푸신 우리 아버지 하나님의 은헤다.

우리는 함께 모여 주의 몸과 피를 상징하는 떡과 잔을 함께 먹고 마시면서, 우리를 한 식구가 되게 만들어 주신 예수님의 죽으심을 기념한다. 그 은혜의 식탁에서 우리는 한 가족임을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또한 우리는 예수님과 더불어 아버지의 나라에서 함께 식사할 풍성한 식탁을 소망하며 기다린다. 주의 만찬을 통해 우리는 복음의 정수를 먹고 마시며 그리스도와 그의 백성과 친밀한 교제를 나눈다.

이렇게 풍성하고 즐거운 식사를 우리가 얼마나 자주 또 의미 있게 가져야 하겠는가? 바비 제이미슨의 <주의 만찬>이 우리에게 묻는 말에, 이제 교회는 대답해야 할 것이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