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광고등학교(학교법인 영락/대광학원), 영훈중고등학교(학교법인 영훈학원), 한동대학교(학교법인 한동학원)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대광고등학교(학교법인 영락/대광학원), 영훈중고등학교(학교법인 영훈학원), 한동대학교(학교법인 한동학원).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난 3월 11일 기독사학법인들의 연합체인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우리나라 기독교사립학교 135여년의 역사 속에 기독교사학의 법인들의 연합체가 구성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왜,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가 필요한가? 이미 사학법인연합회도 있고, 기독교학교 연합기관들도 존재하는데 왜 기독교사학법인 연합체가 필요한가? 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망라하는 기독교사학법인 연합체가 필요한가? 그리고 왜, 지금 필요한가? 이 글에서는 이 질문들에 답하면서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의 필요성을 몇 가지로 열거하고자 한다.

1. 기독교사학의 비전 회복

기독교사립학교의 본래적인 비전을 회복하기 위해서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가 요청된다. 1885년 부활절 아침, 조선 땅에 들어와 첫 기독교학교인 배재학당과 경신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독교적 교육정신을 회복하여야 한다. 선교사들과 초기 한국교회의 토착 신앙인들의 기독교학교 설립운동과 그들을 통해 시작된 복음전파와 하나님 나라 일군 양성의 사명, 학원 선교와 기독교교육의 실천은 오늘날에도 지속되어야 한다. 과연 오늘날 기독교사학이 초기 기독교학교의 정신을 계승하여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가? 다시금 한국 근대교육의 ‘처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초창기 기독교학교의 비전이 어디에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계2:5) 다시금 하나님의 비전을 되찾기 위해서는 설립정신과 정체성을 책임지는 기독교사학법인들이 깨어나 기독교교육의 구심점 역할을 감당하여야 한다.

2. 기독교사학의 위기

오늘날 기독교사학의 위기는 임계점에 도달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기독교사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단순한 사학운영의 어려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학교에서 기독교 신앙교육을 할 수 없는 위기이고, 기독교적 가치관에 터한 교육을 하지 못하게 되는 위기이다. 오늘날 기독교사립학교가 처한 상황은 교육의 자율성의 문제를 넘어서서 헌법에서 보장된 종교교육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 기독교사학은 일반 사학과 공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일반 사학과는 달리 종교교육의 자유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도모하여야 한다. 최근에 기독교사학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교원임용 시 종교란 삭제, 동성애 관련 학교입장 거부, 예배 및 신앙교육 제한, 종교학 교육과정으로의 개편 등은 기독교사학법인 공동체의 독자적인 대응을 요청하고 있다.

3. 한국교회와의 협력

기독교사학은 한국교회의 다음세대를 육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진정한 기독교교육은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주일학교만이 아니라 주중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기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교육을 포함한다. 한국교회는 기독교학교를 통해 다음세대를 선교해야 할 사명이 있고 기독교학교가 건강하게 세워지도록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기독교사학법인공동체는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를 연결하는 고리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기독교학교가 직면하는 ‘종교교육의 자유’의 침해 문제는 한국교회가 연합하여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통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기독교사학법인 연합체는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교회연합기관, 그리고 교단들과 협력하여 기독교학교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일반 사학법인 연합체가 할 수 없는 기독교사학법인 연합체의 독특한 역할이다.

4. 기독교 초,중,고,대학교의 연대 필요

오늘날 기독교학교의 위기는 총체적이고 전면적이다. 전체 기독교사학의 정체성과 건학정신이 훼손되고 기독교사학으로서의 존립이 위태로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초,중등학교가 겪는 기독교적 건학이념 구현의 위기와 대학교가 겪는 기독교사학의 정체성 위기가 본질상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법은 초중등학교와 대학교 모두에게 동시에 적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 기독교사립학교들이 연대하여 강력한 대정부, 대국회 활동을 펼쳐나가야 하고, 기독교사학의 발전적인 방안 모색에 있어서 연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초, 중, 고, 대학교의 구체적인 현장의 차이로 인해 각급학교별 대책이 별도로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공동의 연대를 통해 기독교사학의 정체성을 수호하고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협력하여야 한다. 특히 헌법 제31조에 대학의 자율성은 별도로 규정되어 있는데, 초, 중, 고등학교는 이러한 대학과의 연대를 통해 보다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 기독교대학이 차지하는 높은 비율은 한국교회 전체와의 협력관계를 도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5. 기독교학교자정위원회 설립

기독교사립학교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사립학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이다. 오늘날 상당수의 국민들은 마치 ‘사립’이라는 단어의 연관어가 ‘비리’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에는 기독교사립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몇몇 기독교사립학교들도 비리사학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물론 소위 말하는 사학 비리에는 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분리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사학을 비리 집단으로 치부하는 정부와 언론의 그릇된 관행에도 문제가 있지만, 기독교사립학교가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다. 기독교사학법인 연합체를 중심으로 ‘기독교학교자정위원회’를 출범시켜 적어도 기독교학교는 청렴하고 건강한 학교임을 입증시킬 필요가 있다. 기독교학교는 기독교적인 교육을 하는 학교만이 아니라 기독교적인 경영, 행정, 운영을 하는 학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기독교학교자정위원회를 구성하는 주체가 바로 기독교사학법인 연합체이다. 기독교학교가 명실상부한 기독교사학으로서 일반 타학교의 모범이 되는 학교가 되고자 한다면 기독교사학법인 연합체는 한국교회와 함께 자정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6. 기독교사학 발전의 센터 역할

기독교사립학교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마지막 최종적인 주체는 법인이다. 왜냐하면 기독교사립학교 법인이 설립의 주체이며, 건학이념 구현의 책임을 지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천국에서 기독교학교를 심판하실 때에 첫 번쨰로 누구를 찾으실 것인가? 기독교학교의 법인일 것이다. 보이는 현상으로는 학교의 장일 수도 있지만 그 학교의 장을 임명하고 건학이념대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학교를 운영해야 하는 책임은 궁극적으로 법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기독교사립학교의 법인들은 보다 더 주체적으로 기독교학교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적극적으로 기독교학교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기독교사학법인 연합체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정책에 대해 수세적으로 방어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발전적인 정책과 대안을 개발하여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7. 기독교교육공동체 형성을 위한 협력적 사역

기독교학교가 정상화되고 기독교적 건학이념을 건강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법인이 구심점이 되어서 교사(교수)단체, 학부모단체, 학생단체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기독교학교 안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건학이념이라고 하는 동일한 비전을 공유한 비전의 동역자가 되어야 한다. 최근 ‘사학공영화’ 또는 ‘학교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법인과 학교를 분리시키고, 이사와 교수, 법인과 학생이 마치 갈등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것처럼 상정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인은 최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공동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기구적으로도 기독교교육 진영 안에서 기독교사학법인 연합체가 중심에 서서, 기독교학교의 학교장 단체, 교목연합단체, 기독교사 단체, 기독학부모 단체, 기독학생 단체, 기독교교육학자 단체, 기독법조계 등과 연대하여 함께 기독교교육운동을 힘있게 펼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박상진 소장(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교육대안연구소,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
▲박상진 소장(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교육대안연구소,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기독교사학이 명실상부한 기독교학교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나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사학의 법인들이 책임감을 갖고 연합하여야 한다. 더욱이 ‘사학의 준공립화’, ‘사학 공영화’의 거센 파도는 물론 ‘종교’와 ‘교육’의 분리를 통해서 기독교학교에서 조차 종교적 활동과 교육을 제한하는 다양한 정책의 풍랑에 맞서서 기독교사학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의 출범은 필수적이다. 기독교사학법인들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어, 한국교회와의 협력은 물론 기독교사학 관련 단체들과 연대하여 이 땅에 건강한 기독교교육을 실천함으로 교육의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상진 소장(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교육대안연구소,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