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논리적 선포 대신 이해·설득만 하는 경우도
이찬수 목사는 내러티브, 김병삼 목사는 소통 강조
주일 설교는 30여분이 적당, 넘기면 집중력에 한계
유명인 설교나 인터넷 모방 대신 독자적 영역 구축

정원석 설교가 쉽다
▲정원석 목사는 “설교에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와 신학생, 선교사들을 위해 설교법을 계속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CLC
“처음 설교를 시작할 때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설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설교를 오랫동안 하고 있는 목회자들 중에도 설교를 준비하는 것이 늘 부담된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그 분의 뜻대로 기도하면서 은혜와 사랑, 때로는 질책까지 오롯이 전달해야 하는 것이 ‘설교’이다. ‘설교’와 그 준비는 사실 어렵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이러한 가운데 <설교가 쉽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발간됐다. 책 제목 앞에는 ‘실전적인 설교법의 구조를 알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저자가 말하는 ‘쉬운 설교’는 설교자의 스피치 기술나 인격 등의 문제가 아닌, 설교의 구조와 설교문 작성 등에 한정된다.

전통적인 ‘3대지 설교{3개의 대지(포인트)를 통해 본문이 담고 있는 명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연역적으로 풀어 설명하는 형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저자 정원석 목사는 책에서 설교(문) 작성법과 설교 주제 잡기, 설교 전달법 등을 통해 ‘본문 말씀과 상관 없는 설교’에서 탈피해 체계를 갖춘 설교 준비를 제시한다.

책에서 저자는 현대 설교의 문제점부터 시작해 제목과 대지, 해석 작성을 통한 한 페이지 설교문 작성하기, 설교 주제 잡기, 설교 전달 원칙과 전개 방식 등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다음은 미국에 거주 중인 저자 정원석 목사와의 이메일 인터뷰.

-목사님이 주장하시는 ‘쉬운 설교법’의 특징 3가지를 소개해 주신다면.

“첫째, 본문 중심으로 하나님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므로 본문의 핵심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둘째, 본문을 대표할 만한 제목을 정하고 뼈대가 되는 대지를 뽑으며, 대지 해석은 남녀노소 누구든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쉬운 말로 풀어 성도들에게 은혜를 끼칠 수 있습니다.

셋째, 한 페이지 원고는 핵심 부분만 요약하기 때문에, 시간 절약은 물론 하나의 이야기 식으로 원고를 거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설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목사님이 보시기에 설교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무엇인가요. 3가지만 꼽아 주신다면.

“첫째, 성경 본문과 상관없고 신앙적인 삶과도 동떨어진 세상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즉 성도들에게 현실적으로 관심사가 될 수 없는 지식적 설교를 하면, 믿음이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본문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기 주관적인 소견으로 제목을 정하고, 예화를 선호하여 지나치게 청중의 흥미 위주로 감성적인 설교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성도들에게 영적인 은혜를 끼치지 못합니다.

셋째, 하나님 말씀을 성경적·논리적으로 선포하지 않고, 청중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고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화와 이야기는 전체 설교에서 어느 정도 비율을 넘지 않아야 할까요.

“예화와 이야기는 우화 같은 세상적 흥미 위주가 아니라, 반드시 실제 역사적 사건이면서 신앙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다음 대지로 바뀌기 직전 활기를 불어넣는 간증 등 대지 해석과 관련되는 소재들을 선별해야 합니다. 예화는 전체 설교의 20% 정도 분량 이내로 해야 풍성한 설교의 효과를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설교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달라져 왔다고 보시는지요.

“한국교회는 1970년대까지 연역법 3대지의 전통적 선포식 설교로 교회가 부흥을 거듭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미국 에모리 대학 교수 크레독(Fred Craddock)의 귀납법 설교가 유입되면서, 본문의 의도에서 쉽게 벗어나고 결론을 청중에게 맡기게 됐습니다.

이런 설교가 전체 강단의 80% 이상을 지배했는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확실치 않지만 이후부터 한국교회 성장이 멈추고, 지금까지 퇴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국내 목회자들 중 세대별 대표 설교가들의 특징을 1-2가지씩 뽑아주신다면. 목사님께서 요즘 주목하는 설교자는 누구인가요.

“곽선희 목사님은 1970-1980년대에 설교 결론을 교인들에게 맡기는 ‘귀납법 설교’의 선구자였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은 설교를 ‘십자가의 고통’이라고 하셨으며, 제자훈련으로 교회 성장을 주도했습니다.

이동원 목사님은 성경 해석이 탁월한 강해 설교의 선구자입니다. 이찬수 목사님은 옥한흠 목사님을 닮은 내러티브 설교가입니다. 김병삼 목사님은 청중과의 소통과 행함을 강조하는 내러티브 설교가입니다. 이 분들 모두 귀납법 설교가들입니다.

아직 부각되지 않았지만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광주 겨자씨교회 나학수 목사님을 요즘 주목하고 있습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본문 3대지 설교의 선포 설교를 통해, 설교 전달의 모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요즘 트렌드인 ‘원포인트 설교’와 비교해 ‘3대지 설교’의 장점을 설명해 주신다면.

“원포인트 설교는 성경 본문에서 하나의 핵심 포인트를 택해 복음 중심으로 설교합니다. 하지만 대지나 또는 대지 해석이 없는 귀납법 설교로서, 본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적용 부분이 부족해 성도들이 본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거나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3대지 설교는 연역법 설교로써, 본문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제목을 먼저 말하고, 첫째·둘째·셋째 등으로 본문의 핵심적인 뼈대를 전개하며, 성경 본문에서 나온 대지를 정확하게 해석합니다.

제목과 대지, 대지 해석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집중케 함으로써, 청중들이 쉽게 이해되어 은혜를 받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성도들의 삶에 바로 적용해, 말씀의 감동으로 은혜를 받고 믿음의 성장을 도모합니다.

3대지 설교의 제목에 의문문이나 명령문, 대화체와 미완성 문장을 쓸 경우, 대지나 해석에 연결했을 때 정확한 문장이 되지 못하고 하나의 이야기로 통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어색한 표현이 되어 청중들에게 은혜를 끼치기 어렵습니다. 제 책 31쪽에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원석 설교가 쉽다
▲설교가 쉽다 정원석 | CLC | 376쪽 | 20,000원.
-강해 설교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강해 설교는 3대지로 설교할 수 없나요.

“강해 설교는 성경을 차례대로 설명 또는 해석해 성경 본문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편 같이 길거나 예언서 같은 어려운 내용을 계속 듣게 되면 성경 지식 위주의 설교가 되어, 청중들이 금방 지루하거나 식상해질 수도 있습니다.

강해 설교도 3대지 설교가 가능하지만, 제목과 대지가 본문의 의도와 상관 없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목과 대지가 유기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지 못해, 잘못 하면 3개의 대지가 각각 3편의 설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도 3대지 설교다는 비유를 주로 사용하셨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예수님 말씀의 근간은 비유입니다. 문자적 표현은 직설적이며 단순한 표현에 불과하지만, 비유적 표현은 숨겨진 하늘의 비밀을 나타낸 것으로서 한층 깊은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비유 설교로 대부분 천국과 지옥을 강조하셨고, 경우에 따라 극히 제한된 대상만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교하셨습니다.”

-설교의 적정한 시간은 어느 정도여야 하나요.

“부흥회나 세미나라면 40분 이상, 심지어 1시간 넘게 설교해도 청중들에게 수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볼 때, 일반 예배 설교는 통상 30분 정도가 적절합니다.

30분보다 적으면 너무 단순하게 여겨지고, 30분을 넘기면 사람들이 생리적으로 집중력에 한계가 있어 지루해하거나 무료해져, 청중들에 은혜를 끼칠 수 없게 됩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영상) 예배 설교가 진행 중인데, 대면(현장) 예배와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비대면 예배 설교는 대면 예배보다 영적 감동이 떨어지므로, 화면을 통해 현장감이 있도록 ‘칠판 설교’가 효과적입니다.

설교 전 제목과 성경 본문을 칠판에 기록해 놓고, 먼저 서론을 언급합니다. 첫째 대지를 칠판에 기록하면서 따라하도록 하고, 첫째 대지의 뜻을 해석해 그 뒤에 기록하고 내용을 강론하며, 다시 한 번 제목과 첫째 대지 해석을 강조합니다.

이어서 둘째 대지와 셋째 대지도 동일한 방법으로 칠판에 기록하면서 따라하도록 하고 결론은 제목과 3대지, 그리고 해석을 강조한 뒤 설교를 마치면 됩니다. 책 110쪽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목사님의 주일 설교 준비 과정을 구체적으로 순서대로 소개해 주신다면.

“매일 기도 중 성령의 감동을 따라 먼저 설교 주제를 2-3개 정하고, 그중 제일 감동이 되는 제목과 대지, 그리고 해석과 연결해 이야기가 잘 되고 은혜가 되는 주제를 수요일까지 선택합니다.

이후부터는 작성된 원고를 반복적으로 묵상하며 머릿속에 정리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강단에서 설교 시 가급적 원고를 보지 않고 성령의 감동에 따라 말씀을 선포하게 됩니다.”

-부록에서 소개하신 ‘모범 주제 700선’을 따라할 경우, 설교 준비는 쉽지만 뻔한 내용이 되지 않을까요.

“‘주제 700선’은 설교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설교를 할 수 있도록 준비된 것입니다. 일반 설교는 한 번 하면 다르게 설교하기 어럽지만, 제 설교 작성법은 실제로 제목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주제로 설교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하나님, 인물, 나라, 교회 등 여러 주어 설정에 변화를 줄 경우, 원하는 방향대로 항시 설교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매년 비슷할 수밖에 없는 절기 설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언급했듯 주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설교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목을 하나님(예수님) 편에서 하거나 인물별 설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대지도 바뀌므로 확연히 다른 각도에서 다양한 내용으로 설교할 수 있습니다.”

-셀모임, 가정 예배에서 가볍게 전할 설교를 준비하는 평신도들에게 들려주실 꿀팁이 있다면.

“원고 전체를 쓰지 않고 핵심 되는 부분만 간단히 요약하기 때문에, 셀 모임이나 가정예배에서 제목을 정하고 대지를 정한 후 대지 해석을 설명하면 좋습니다. 또 현실의 삶을 적용하면 15분 가량 본문의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부담없이 전할 수 있다. 책 부록을 참조하세요.”

-목사님의 비전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많은 목회자들이 설교 준비에 있어 독창적이기보다는 유명인의 설교를 인용하거나, 기타 인터넷 자료 등을 참고하는 모방식 설교 준비에 익숙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들이 독자적 설교 영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설교가 쉽다>를 발간했습니다. 책에 담긴 ‘실전 설교’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힘 닿는 데까지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저자 정원석 목사는 한양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뉴욕 지사에서 근무했고, 미국에서 사업을 하다 불혹을 넘어 사역자로 부르심을 받았다. 미국 조지아 크리스천 대학교(Georgia Christian University)에서 석사, 미국 복음주의교회연맹(Evangelical Church Alliance)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뉴저지은혜교회를 개척했다.

풀러 신학대학원(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학 박사(D. Min.) 과정 중 선교 사역에 뛰어들어 과테말라, 아이티, 필리핀, 러시아에서 활동했다. 최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WPA 설교법을 완성해 국내외 다수의 설교 세미나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