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두레마을
▲동두천 두레마을.
두레마을에 아들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아들은 미국의 명문 중 명문인 코넬대학을 졸업하고는 미국에서 연봉 10만 불 일자리를 마다하고 동두천 산골로 들어와 마을이 세운 학교에서 교사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들에게는 세 딸이 있습니다. 맏이가 올해 초등학교 입학하는 나이입니다. 당연히 두레초등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열흘쯤 전에 선생님이 손녀를 데리고 자연 학습을 나가더니 개울에서 개구리 알을 물병에 담아 왔습니다. 손녀는 나에게 물병에 담긴 개구리 알을 자랑스레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낮에 손녀는 물병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새끼 올챙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나는 박수를 쳐주며 함께 즐겼습니다. 도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어린이들은 도저히 체험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병속에서 움직이는 새끼 올챙이들을 반짝이는 눈으로 호기심을 가득 담고 보고 있는 손녀를 보고 참으로 바람직스런 교육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손녀의 아버지인 아들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였습니다. 아들이 초등학생이던 때 나는 화성군 바닷가 교회를 섬기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어느 날 아들은 자기 성적표를 가져 왔습니다. 내가 놀란 것은 완전히 바닥 성적이었습니다. 아들은 공부에 관심이 없고 놀기에만 열중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너가 관심이 있는 것이 무엇이냐?”

아들이 답하기를 곤충을 좋아한다기에, 서울에 온 길에 교보문고에 들려 프랑스 곤충학자 파브르의 곤충기를 초중생용으로 쉽게 쓴 책이 있느냐 물었더니 마침 10권짜리로 출간된 초중생을 위한 <파브르의 곤충기> 책이 있다기에, 구입하여 아들의 생일 선물로 주었습니다.

아들은 그 책을 읽고 읽고 또 읽더니 공부에 취미를 들여, 미국 코넬대학까지 졸업하였습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아들이 아버지가 세운 학교의 교사가 되고 아들의 딸이 초등학교 학생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흐뭇한 일입니다. 3대째 자연을 즐기며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분명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