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문화 선전 의도가 담긴 작품들 살펴보면,
중국 정신문화적 영역은 사실상 거의 반영 안돼
이런 물질적 방식, 역사 왜곡으로 반감만 일으켜

조선구마사
▲중국의 문화침탈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 드라마 <조선구마사>.
◈중국 문화의 침습: 얄팍함을 드러낸 중국식 문화 침공

지난주 논란이 된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폐지는 여러 모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문화 이슈이다.

이 사건은 친중 노선을 굳건히 고수하는 다수 정치권 인사들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우리 국민들 사이에 극렬한 반중정서가 퍼져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준다. 또한 중국의 문화적 우월감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대중문화 콘텐츠 치고 제대로 된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이 없다는 점 역시 확인시켜 준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문화대혁명 이후 자국 문화의 핵심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점 또한 확인되고 있다. <조선구마사>에서 논란이 된 요소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드라마에서 조선의 문화, 나아가 한국의 문화가 중국 문화의 지류 혹은 아류라는 것을 보여주려 동원한 수단 대부분은 복식과 음식, 그리고 배경음악 등 문화의 지극히 피상적인 요소들이다. <조선구마사>와 함께 논란이 된 <빈센조>의 중국산 ‘파오차이’ 비빔밥 역시 마찬가지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문화에는 유형의 문화와 함께 무형의 문화가 있다. 무형의 문화 영역에서는 인간관, 세계관 등 정신문화적 요소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조선구마사>처럼 중국식 문화 선전 의도가 담긴 작품을 보면, 중국의 정신문화적 영역은 사실상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다.

<조선구마사>도 겉포장만 조선 혹은 중국이지, 사실상 서사 전체를 보면 서구식 좀비 혹은 퇴마 서사의 설정들을 엉성하게 짜집기한 것에 불과하다.

서구식 좀비 및 퇴마 서사의 설정들은 그 상업적 흥행력을 이미 전세계에 증명해 놓은 상태이다. <조선구마사> 제작진은 이 흥행력을 가진 프레임 안에 조선과 중국의 피상적이고 물질적인 문화요소들을 이리저리 뒤섞어, 한국 문화의 뿌리가 중국임을 보여주려 한다.

최근 한국의 한복과 김치를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중국 매체들의 근거없는 주장에 국민들이 분개하거나 조소를 보낸 사건이 있었다.

<조선구마사>에 등장한 중국식 문화 요소들은 이렇게 불일듯 일어난 중국에 대한 문화적 반감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고, 결국 시청자들의 극렬한 비난에 밀려 방송 편성에서 폐지되는 수순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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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빈센조>의 중국산 '파오차이' 비빔밥.
여기서 우리는 한복이나 김치 등 한국 고유의 특정 문화 품목을 거짓으로 중국 것이라 주장하는 행태 자체보다, 그러한 문화 침탈 행태가 이루어지는 방식과 성향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의 문화 침탈 방식은 영토, 복식, 음식, 주거양식, 건축양식 등 대부분 유형적 문화요소를 걸고 넘어지는 데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역사를 면밀히 들여다볼 때, 중국 문화의 영향이 가장 두드러졌던 영역은 주로 정신문화 영역이다.

도교, 유교, 중국화된 불교, 그리고 법가사상 등 중국에 의해 탄생하거나 정비된 종교나 사회 사상, 그리고 여기에 근간을 둔 인간관과 세계관 등은 과거 중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강력하게 작용한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전반의 역사적 운명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잡아 왔다.

◈중국 문화의 수준 저하: 정신 문화를 상실한 매력없는 중국 문화

그러나 20세기 들어 이러한 문화적 정세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중국 침탈로 인해 주변국들에 대한 중국의 절대적이었던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그리고 미국, 러시아 등 서구 열강과 일본의 문화적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강해졌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마오쩌둥의 지도 하에 공산주의 사회로 변모했고, 그의 정치적 실책으로 인해 국가적인 위기와 침체를 겪게 되었다. 특히 문화대혁명을 통해 자국의 정신문화 유산을 거의 깡그리 잃어버리고 말았다.

문화대혁명 당시 중국 문화재들이 많이 파괴되고 중국 문화의 정수를 아는 지식인 다수가 사형당하거나 자살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민중들 사이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나름의 깊이가 있는 중국의 정신 문화 유산 전수가 홍위병 양산을 위한 어린이, 청소년 세뇌로 인해 완전히 단절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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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왕별희>에 그려진 문화대혁명 인민재판의 자아비판 장면.
여기에는 마오쩌둥 본인의 나름 체계적인 유물론 사상도 큰 몫을 담당한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이 없었던 북한의 김일성과 달리, 마오쩌둥은 후난성 고등 중학교 수석 졸업자였고, 사범학교 졸업자인데다, 베이징 대학에서 2년간 사서 일을 하면서 철학과 수업을 청강하던 지식인이었다.

마오쩌둥은 당시 마르크스에 의해 창안되고 레닌에 의해 실천적으로 보완된 공산주의 사상을 접하고, 이를 중국식 공산주의 사상으로 개조하는 데 지대한 공로를 남겼다. 권력을 잡기 전 청년 시절의 마오쩌둥은 당시 중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몇 안 되는 높은 수준의 학식을 가진 사상가이자 혁명가였던 것이다.

마오쩌둥의 이러한 공산주의 이론가적 면모는 훗날 그가 정권을 잡았을 때 중국 전통의 정신문화에 오히려 더 큰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마오쩌둥의 체계적인 중국적 유물론은 중국 전통 정신문화를 면밀하게 분석해 비판하고 말살하는 무기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로서 중국 정신 문화의 섬세하고 윤리적이고 인본적인 요소들은 중국의 소수 지식인들 사이에서만 회자되고 있을 뿐, 공산주의 세뇌교육으로 우민화된 중국 민중 전반에서는 거의 잊혀진 구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 정권의 비호를 받는 중국의 문화 자본이 중국 대중에게 설득력을 갖출 만한 주변국 문화침탈을 수행하기 위해 공략 대상으로 선정할 만한 요소는 대개 유형의 문화요소,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문화품목 밖에 남지 않았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니 서북공정이니 하는 역사왜곡과 문화 침탈 방식 전반이 이러한 방법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직관적으로 확인되는 역사 왜곡, 전통 왜곡을 수반하기 때문에 침탈 대상에게 즉각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는데다, 물질적인 것에 얽매여 있어 정서적 감흥도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에 매력도 없다.

이러한 점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으로 볼 때 중국의 문화침탈이 문제시되는 점은 한국의 문화 유산 강탈 시도 그 자체보다, 그러한 시도에서 엿보이는 중국 문화의 유물론적이고 반종교적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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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북공정과 서북공정에 의해 허위로 늘어난 만리장성. 고구려와 발해 역사가 모두 중국 역사의 일부라는 허위주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기독교인에게 좋은 문화란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양심을 가르치는 문화, 물질의 수준을 넘어서는 초월적이고 영적인 실재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문화,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깨우쳐 보다 고결하고 온전한 존재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문화이다.

이러한 문화는 초월자인 신을 의식하고 신앙의 양심을 따라 사는 습성을 기르는 데 유익하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현재 문화침탈을 시도하는 중국의 문화는 나쁜 문화로 판단될 수 있는 요소들을 전부 갖추고 있다.

결코 초월적이지 않은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영토, 인구, 기술력, 군사력, 경제력 등)와 공산당 지도자들을 최고 가치로 두는 행태, 그리고 중국이 세계 최고의 국가이며(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그렇기 때문에 주변국 영토와 문화요소 전체를 마음껏 침탈할 수 있다는 억지스러운 자부심과 지배욕이 현대 중국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문화영역에서마저 오로지 현세적인 것, 물질적인 것만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 오늘날 중국의 현실은 그 안에 사는 모든 인간들에게 커다란 정신적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카라마조프가 형제들>에서 말한 “신이 없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 중국 문화 영역에서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 중국문화의 이런 피상적이고 물질주의적인 성격은 인간을 신앙과 윤리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데 큰 강점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조선구마사>에 대한 우리 시청자들의 반발심 표출과 그에 따른 프로그램 폐지는 지극히 합당한 처사로 여겨진다.

이러한 판단이 적절하다는 점은 중국식 문화침탈 시도의 방법적 측면뿐 아니라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중국문화의 기본적 성향, 즉 중화주의를 보면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본회퍼 신학의 관점으로 볼 때, 중화주의는 본질적으로 나치즘과 크게 다르지 않은 비윤리적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다. <계속>

박욱주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