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노예제 옹호, 지금은 누구도 옳다 말하지 않아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 오늘날 갖는 의미 해석해야
동성애 자연적으로 되는 것, 전환치료 시대 착오적

이동환
▲지난해 1심 선고 후 입장을 발표하던 이동환 목사. ⓒ크투 DB
동성애자 축복식을 인도해 기독교대한감리회 연회 재판에서 정직 2년 처분을 받고 총회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인 이동환 목사(수원영광제일교회)가 “성경에 동성애 관련 구절이 일곱 군데 정도 있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동환 목사는 지난 3월 27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경에 따르면 노예제를 옹호하고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도 성경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었으니까”라며 “성경 구절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는 게 목사들이 할 일이지, 그걸 그대로 가져와서 적용하는 건 악의적”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동성애는 선택 문제라기보다 (자연적으로) 그렇게 되는 거라 생각한다. 존재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뜻으로 만들어진 사람들은 그 모습 그대로 존중받고 인정해야 하는 존엄한 존재들이다. 태어난 그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충분한 권리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동성애에 대해 신앙 관점에서 ‘죄인이지만 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동의하기 어렵지만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귀의 자식이다. 쫓아내자’라고 말하는 사람들과는 대화가 안 된다”며 “동성애를 영적 질병으로 보고 기도로 이런 성향을 고친다는 ‘전환치료’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생각들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전했다.

이동환 목사는 “어릴 땐 동성애를 무서워했고, 목사가 되기 전엔 반대도 했다. 그런데 목사가 된 후 성도 중 한 명이 내게 커밍아웃하면서 흔들렸다”며 “당시 등줄기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고민이 됐다. 그때부터 성경, 의학·심리학에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공부를 하며 편견이 깨졌다”고 이야기했다.

퀴어축제 참석 이유에 대해선 “축제 이틀 전 축복식 진행 섭외를 받았다. 축복기도가 감리교 교리와장정의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면 정직·면직·출교에 처한다’는 조항을 어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조금 고민한 뒤 흔쾌히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축복기도는 목사의 일이다. 대상을 가려서 할 수 있나. 인종·장애는 물론 성적 정체성과도 구분 없이 하나님의 사랑은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그게 기독교 정신이고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교단을) 나간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 교계에도 많은 성소수자 성도·목회자·신학생들이 있다. 그들이 겪을 일을 생각하면 교회를 못 나간다”며 “이 일을 계기로 한국 교회가 성소수자 문제를 더 많이 성찰하고 공부했으면 한다”고 했다.

또 “재판 결과에 달려 있지만, 관둘 생각은 전혀 없다. 무죄 받을 생각”이라며 “그래도 쫓겨나면 사회법으로 징계 무효소송을 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목사의 항소심인 총회 재판위원회는 아직 열리지 못했다. 총회 재판위원회는 당초 지난 2월 22일 첫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재판을 비공개 진행하려던 재판위 방침에 이 목사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재판이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3월 2일로 재판이 연기됐으나, 이 목사 측이 자신의 재판을 맡은 1반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고, 이를 감독회장이 받아들이면서 재판 일정이 다시 시작됐다.

이에 26일 2반 위원회가 재판을 진행하려 했으나, 위원장을 맡은 목회자가 이 목사에 대한 1심 연회 재판 당시 그를 고발한 자격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기피신청을 하면서, 재판부를 새로 구성하기 위해 재판이 다시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