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중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장면. ⓒ크투 DB
“골고다 즉 해골의 곳이라는 곳에 이르러(마태복음 27:33, 마가복음 15:22, 누가복음 23:33, 요한복음 19:17)”.

‘골고다(Golgotha)’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루살렘 근처에 있는 언덕입니다. 라틴어 이름은 ‘갈보리(calvary)’라고 합니다. 골고다는 아랍어로 ‘해골’을 뜻하는 말이며, 갈보리는 벗겨진 머리 혹은 해골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골고다는 성경 사복음서에 모두 나오는데, 사형이 집행된 골고다 언덕은 예루살렘 성벽 밖의 길 근처에 있으며 예수님이 묻힌 무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합니다.

특히 골고다는 이스라엘의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100세에 낳은 아들 이삭과 더불어 신령한 눈으로 바라보았던 소망의 언덕이며, 예수님께서 골고다 언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붉은 보혈의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쏟아 부은 보혈의 언덕이요, 용서와 긍휼과 자비로 세워진 사랑의 언덕입니다.

“이르시되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 … 예수께서 힘쓰시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더라(누가복음 22:42, 44)”.

히브리서 5장 7절은 “그는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렸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자 하나님이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는다는 그 절대적 고통을, 인간인 우리로서는 1만분의 일도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를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신앙의 삶으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신앙을 가진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이제까지의 삶을 버리고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삶을 본받아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신앙의 삶은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모습도 있겠지만, 예수님께서 겪으시고 감당하셨던 수난과 고통도 함께 포함된 삶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수고 없는 영광이 없고, 죽음이 전제되지 않은 부활 역시 없습니다. 우리가 부활을 지향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죽음을 향해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겪으셨던 수난과 죽음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도 부활의 영광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고통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부활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어떤 고통이라도 마땅히 극복해야 하고, 기꺼이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우리의 삶은 이러한 복음적 가르침과는 달리, 고통과 고난을 회피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희생과 수고를 거절하면서, 세상이 주는 달콤한 즐거움 속에 심취해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함을 볼 수가 있습니다.

사순절 시기는 고통받는 그리스도와 함께 아픔을 겪어야 하는 시간들입니다. 지금까지의 편리하고 안일한 삶에서 벗어나 주님의 수난과 고통에 동참함으로써, 현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때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사순절 시기를 맞아 조금은 더 엄하게 더 무겁게 다스리며, 단식과 금욕, 희생과 절제를 실천하는 삶으로서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지기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누가 뭐라 해도 주님을 따르는 군병들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따르는 신앙인으로서 과연 우리가 주님의 어떤 모습을 본받고, 어떤 모습을 따라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부활의 길인 골고다 언덕의 길을 함께 동참하며, 영광스러운 모습을 과감히 버리신 예수님처럼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고 부활을 얻기 위해 실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묵상해 보는 사순절과 고난주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채찍과 조롱, 무거운 십자가 나무의 무게로 두 번이나 넘어지신 예수님께서는 또 다시 넘어지십니다. 멀고도 가까운 골고다로 가는 여정은 너무 힘들과 고통스러웠습니다. 인간의 죄인 십자가의 무게가 기력을 잃은 예수님을 짓눌러 이제 일어날 힘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 과정을 거쳐야 참된 영광의 부활을 누릴 수 있는 것임을 신앙인들은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수난과 고통이 기다리는 저 골고다 언덕길을 넘어서야만 비로소 참된 신앙인으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으며, 예수님 보혈의 뜨거운 사랑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망연자실한 이 시기 더욱 믿음으로 골고다 언덕의 고난을 생각하며,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하나님의 복음을 위해, 지금 겪고 있는 고통과 세상이 주는 슬픔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님의 기도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본다면, 예수님의 삶은 참으로 어리석게 보일 수 있습니다. 남을 이기고 더 차지하기 위해 애쓰는 세상을 향해, 주님께서는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마저 내어주라’, ’일곱 번이 아닌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심지어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셨습니다.

도무지 우리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기도 힘든 말씀을 몸소 실천하심으로 행하신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살고 돌아가심으로써, 우리에게는 아가페 사랑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무한하신 사랑을 죽기까지 지키시고, 끝까지 당신의 십자가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나 같은 죄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시며. 나를 위해 그 무거운 짐을 지시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시며, 고통의 길 골고다 언덕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시면서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그 뜻에 길을 순종하셨던 것입니다.

제자들의 배신, 군중들의 조롱, 무서운 채찍질에도 그 분은 마지막까지 당신의 길을 걸어가시면서, 오히려 침을 뱉는 군중을 위해 기도하시며, 외롭고 힘들지만 위대한 사랑의 길을 선택하시며 골고다 언덕을 향한 십자가가 기다리는 죽음으로 나아가셨습니다.

거짓과 위선이 없는, 공의와 정의가 살아 숨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를 내려놓는 겸손과 고집과 아집, 그리고 교만과 탐심이 없는, 이웃을 나 자신 같이 사랑할 수 있는 배려와 나눔의 시작인 골고다의 언덕에서, 그 의미를 되찾는 사순절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자신을 내어놓는 삶을 통해, 주님께서 걸어가신 골고다의 언덕을 향해 그 분의 흔적을 붙잡고 따라가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걸어가신 그 골고다의 십자가 길은 바로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구원의 길이기에, 신앙인은 이 사순절 기간 동안만이라도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이 땅에 떨어져 핏방울 같이 되는 그 순간까지 기도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 귀한 종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신앙인들로서의 사명을 아름답게 감당하는 이 시대의 크리스천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