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패트릭 몰리 | 김광남 역 | CH북스 | 500쪽 | 18,800원

성별을 초월하여 인권을 보호하려는 거대한 움직임은 분명 성차별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남성에게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권위와 책임을 계속해서 빼앗아 가는 부정적인 영향도 끼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만든 악을 제거하는 것은 정말 좋지만, 가장의 역할과 책임이 함께 제거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가정을 책임지고 보호하고 양육하며 권위를 가지고 섬기는 자로서, 가족 구성원을 끝까지 헌신적으로 사랑하려는 남자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 이 세상은 그런 남성상을 추구하고 길러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리스도인 남성은 어떠한가?

패트릭 몰리는 사업가이자 작가이다. 1989년 이 책 <어떻게 살 것인가> 초판을 출간했고, ‘20세기를 바꾼 기독교 서적 100’에 선정될 정도로 전 세계 수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영향을 끼쳤다.

국내에서는 <거울 속의 남자>로 2001년 아가페 출판사를 통해 처음 소개된 이 책은 거의 20년이 지난 후 CH북스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 남자가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산다는 것>으로 개정됐다. 저자도 25년 만에 개정판 서문으로 “세상은 정말 많이 변했지만 ‘믿음으로 사는 것’의 문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추천사를 쓴 R. C. 스프로울은 이 책이 “남자에 의해, 남자를 위해 쓰였다”면서, 반드시 아내보다 먼저 읽으라고 위트있게 권했다. 아내가 먼저 읽으면 “아주 곤란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그렇다. 이 책은 남성, 그것도 그리스도인 남성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인 ‘Man in the mirror(거울 속 남자)’가 말하듯, 저자 몰리는 독자가 이 책을 거울 삼아 자기의 진짜 모습을 각각의 문제를 다루며 살펴보도록 했고,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깊이 생각하도록 권면한다.

정체성, 관계, 돈, 시간, 성품, 정직한 삶, 이렇게 6부로 이 책을 나눴고, 그리스도인 남성이 풀어야 할 총 24가지 문제를(결론을 포함하여) 다루고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 토론 문제가 제공되며, 부록에 실린 ‘리더를 위한 지침’에 따라 여러 그리스도인 남성들이 함께 자문하고 격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체 내용이 500쪽에 달하지만, 24개의 장으로 나누면 토론 문제를 포함하여 각 장마다 20쪽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 함께 읽고 토론하는데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패트릭 몰리의 책은 누적 판매가 500만 부를 넘고 아마존 기독교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 책의 내용이 지나치게 신학 교리로만 채워진 것도 아니고 반대로 자기계발적 요소에 치우친 것도 아닌, 균형 잡힌 신학과 실질적인 교훈이 적절하게 채워져 있기 때문인 듯하다.

물론 많이 팔린다고 다 훌륭한 책은 아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 책을 사용해 한 세대 동안 남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으시고 그들을 이끄셨다(25쪽)”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바람대로 25년이 지난 지금 이 세대에도 여전히 하나님 손에 들려 독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올바른 성경의 관점을 가지고 남성이 맞닥뜨린 문제를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장 먼저 몰리는 남성을 둘러싼 여러 가지 위협과 유혹과 장애물을 소개하고 눈에 보이는 나, 알려진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 알려진” 진짜 나의 모습을 바라보라고 외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나님은 나의 참모습을 여과 없이 보고 계신다. 조금의 숨김이나 변형 없이 진짜 나를 속속들이 알고 계신다.

혼자 홀로 남성
ⓒBenjamin Davies on Unsplash
초반부터 몰리는 독자가 자신의 참모습을 마주하도록 만들고, 성경을 통해 승리할 수 있도록 교훈을 제공한다.

그가 나머지 장에 제시한 ‘성경 공부’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성경 공부는 실제 당신, 즉 하나님께 알려진 당신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당신이 그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게 한다(61쪽).”

몰리는 또한 성경이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하는 올바른 관점이라는 점을 ‘성경적 그리스도인’과 ‘문화적 그리스도인’과 나누어 설명한다. 교회와 사회에서 세계관의 변환을 수시로 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남성들에게 통일된 ‘성경적’ 관점을 가지고 살라고 촉구한다.

그리스도 예수와 올바른 관계를 맺게 함으로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찾게 하고, 그리스도를 위해 사는 삶의 이유를 발견하게 한다.

이렇게 삶의 거시적인 방향 설정을 제대로 마쳤다면, 이제 성경의 관점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삶의 여러 영역에 걸쳐 잘못된 모양을 제대로 맞추고 승리하는 삶을 사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몰리는 이어서 관계(자녀, 결혼, 친구), 그리고 돈, 시간, 성품(교만, 두려움, 분노, 독립 추구, 고통 회피), 그리고 정직한 삶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한다.

어쩌면 당신은 자기 성찰을 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게 눈앞에 산적한 일을 그때그때 해결하며 매일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가끔 여유가 생기면 세속 세계관과 사상으로 가득 찬 미디어와 정보를 채우는 데 시간을 보낸다.

주일에 교회에서 습관적으로 예배를 드릴 땐 종종 감동과 도전도 받지만, 월요일이 되면 금세 똑같은 삶으로 돌아와 달라질 것 없는 한 주를 숨가쁘게 지낼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자문해 본 적이 언제였나?

그리스도인 남성에게 패트릭 몰리의 ‘어떻게 살 것인가?’가 필요하다. 그들에게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질 필요가 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살고 있는지, 삶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정신 차리고 살지 않으면, 모든 남성이 지금 추구하는 모든 것을 거의 대부분 부러울 정도로 풍성하게 누린 유명한 현자가 말한 것처럼 ‘헛되고 헛되고 헛되고 헛된 인생이었다’고 고백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남자의 역할, 그리스도께서 구원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남자의 책임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지금 삶의 어느 시점에 있든 잠시 멈추고 어떻게 살 것인가 성경을 앞에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패트릭 몰리가 같은 질문을 독자 앞에 두고 거울처럼 삶을 비춰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도록 도울 때, 하나님께서 다시 한 번 올바른 방향으로 살 수 있도록 삶을 조정하고 그렇게 살 힘을 제공하실 것이라 믿는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