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생각 성경과 접목 위한 인문학 포함 콘텐츠
누군가가 디자인해야 한다면, 감당해 보겠다 결심
교회교육, 과연 20-30년 전보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레고 등으로 눈높이 맞춰야… 복음과 구원 가르쳐

박양규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
▲박양규 목사의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는 여러모로 지난해 ‘올해의 책’인 이정일 목사의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를 떠올리게 한다. 문체와 강조점, 시선이 모두 비슷하다. ⓒ송경호 기자

전편에서 밝혔듯 박 목사는 대형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 교회교육 콘텐츠를 제시하는 시대적 사역을 개척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교회교육연구소’와 ‘큐리랜드TV’를 운영하면서 교회학교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그는 이전 교회에서 교회학교를 총괄했으며, <유럽비전트립>, <청소년을 위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등 교회교육 관련 서적을 펴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시대, 박 목사는 왜 홀로 광야로 나와 ‘유튜버’가 됐을까? 다음은 그의 이야기.

-대형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 요즘 하고 있는 사역이 무엇인가요.

“교회교육 컨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고민하던 부분인데, 코로나 때문에 결심을 앞당겼어요. 비대면 시대가 오면서, 교회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때 아니면 안 되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학원에 1주일에 한 시간 다니면, 3년 후 어느 정도 그 분야의 전문가 수준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교회학교 10년 동안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무엇인가요? 없었습니다.

5-10년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말씀을 먹으면 자라나야 할텐데, 교회학교에서 무엇을 채워줘야 하는지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이들의 생각을 성경과 접목할 수 있는 인문학 교육을 포함한 내용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분야이다 보니, 교회 사역을 하면서 함께할 시간을 내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번에 하나님께서 강하게 마음을 주셔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말씀드렸듯, 다들 만류했습니다. 제 생각에도 미친 것 같습니다(웃음). 하지만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제가 감당하겠다고 하반기에 결심했고, 연말에 교회를 나왔습니다.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면 더 오랫동안 할 수도 있는데,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를 듣는다 해도, 아이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설교자의 언어를 쉽게 하거나 구연동화처럼 만든다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통로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레고로 말씀을 전했더니, 아이들이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다른 방법들보다,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레고를 가지고 성경과 교리를 풀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성경 프로그램, 그리고 대영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성경을 접할 수 있는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전부터 그랬지만, 이후에는 교회에 정말 아이들이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백 이후에도 아이들이 공간적으로 교회에 가긴 하겠지만, 심정적으로 무엇을 느낄까요?

지금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지만, 내용을 보면 많은 경우 그저 해치우는 시간 정도가 되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 율동 몇 번 따라하고 말씀 한 구절 보는 것으로 될까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까요? 하나의 스토리만 주면 무궁무진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이, 해치우는 듯한 현재 온라인 예배만으로 신앙을 자라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교회교육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희 어렸을 때와 지금 교회교육이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공과공부 교재 표지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내용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주일학교 교사들은 열정과 사랑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설교학과 교회성장학, 상담학은 어마어마하게 발전하는데, 교회교육에 있어서 누가 투자를 하고 사람을 길러내고 있습니까?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 보니, 지금도 총회 교재를 교육학 전문가들 대신 아웃소싱으로 하고 있다면, 교회교육의 미래는 뻔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신학 교수님들이 코로나19 이후 교회교육에 대한 책을 내셨는데, 구체적인 처방이 없었습니다.

한국교회는 구조적으로 나이 어린 전도사들이 아이들을 맡고, 어느 정도 연배가 되면 담임 목회를 위해 교구 사역으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교회학교 사역이 담임 목회를 위해 거쳐가는 정도인 현실 속에서, 누가 다음 세대를 위해 평생을 걸고 이런 고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부분들이 아쉽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아이가 있는 가정은 거의 교회를 나오지 않고 있지요.

“지금 부모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고민한다면, 얼마든지 교회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교회교육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교회학교에서 ‘성령의 9가지 열매’를 어떻게 가르칩니까? 외우고 써 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거기서부터 의문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양선과 화평과 온유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외우는 게 그저 능사는 아닙니다.

그래서 ‘성령의 9가지 열매’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톨스토이의 9가지 작품을 선정해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보여주면서 양선과 절제 등을 소개하니,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성령의 열매를 어떻게 맺고 살아야 하는지를 이해했다.

9가지 콘텐츠를 넘어서, 90개, 900개 콘텐츠를 만들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콘텐츠 1-2개 봐서 교육이 되겠냐고 하시지만, 300개, 500개가 넘어가면 아이들의 뇌가 정말 많이 달라지는 것을 봤습니다.

교회교육 12년의 긴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먹일 것인가를 누군가는 디자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콘텐츠 300-500개를 만들려면, 시간과 재정의 ‘맷집’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건 구원과 복음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회 다닌다=예수님 믿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적 타락부터 죄, 성육신, 칭의 등을 합한 것이 구원인데, 이런 내용들을 교회에서 전달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예수님 믿고 교회 다니면 구원 받는다고 여기는 아이들에게 하나 하나 구원을 이야기하는 동화를 써서 만들었고, 일본어와 영어로도 번역 중입니다. 이런 과정과 시도들이 10개, 20개가 아니라 100개, 200개 단위가 된다면, 앞으로 한국교회 아이들을 위한 소망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군가 이 일을 해야 한다고 느낀 것은, 교육 세미나를 인도할 때 교사나 전도사님들이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표준을 제시하면, 이런 저런 형태로 발전된 콘텐츠들도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하나의 표준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 이 땅의 많은 현장의 교회교육 사역자들께서 그 표준을 딛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실 거라 봅니다.

톨스토이 등의 작품들을 사용하는 것은, 그들이 먼저 그런 고민을 한 끝에 내놓은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는 성경적 이상향이 있는데, 교회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그것과 다르니 작품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고전이 된 소설을 비롯한 인문학 서적들을 그런 기준으로 읽으면서 캐치해 심혈을 기울여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합니다.”

박양규 인문학은 성경을 어떻게 만나는가
▲박양규 목사는 “고대에도, 조선 시대에도, 그리고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텍스트는 우리의 콘텍스트에 근간이 된다”며 “수많은 아무개가 그것을 의지해서 살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현실을 극복해 나갔다면 우리도 아무개들처럼 하루를 살아낼 것이다. 그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책에서 말했다. ⓒ송경호 기자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온라인 교육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AI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온라인에 대한 화두는 계속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확 당겨졌을 뿐, 정해진 경로였습니다. 하지만 뛰어들 용기가 없었는데, 코로나19로 용기가 생겼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몇백 개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거대한 아카이브가 만들어진다면 그 자체로도 기여할 수 있고, 그것이 책으로도 표현된다면 한 주간씩 지금보다 좋은 환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미취학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성경을 표현하는 명화 교육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작가가 정말 오래 고민한 끝에 영감을 얻어 표현한 것이 명화인데, 그림을 보면서 자기 의견을 말하고 교사와 소통하면서 성경의 조각들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5-7세까지 3년간 1주일에 한 번이면, 150개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의 시각이 너무 달라지지 않을까요.

지금 교회교육 사역자 분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도 누군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잘 알려진 동화에 성경을 접목해서 교육하는 방식으로 집필하고 있습니다. 먼저 많은 독서량을 채워서 걸러낼 부분은 걸러내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톨스토이 작품들 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등을 아이들이 읽으면, 우리 어른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과 절제를 제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글로 읽히기 어렵다면 오디오 음원을 만들어서 들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교사들이 들려준 뒤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자기 생각을 이끌어낸다면, 좀 더 효율적이고 좋은 교육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고등학생들을 위해서는 제가 썼던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을 만화로 그리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과 달리 자기 생각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건드리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이들을 대상으로 먼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웃음). 주입식보다는 설득이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또 하고 싶으신 게 무엇인지요.

“교회학교 아이들이 한 살부터 19살까지 거의 20년간 주일을 교회에서 분반공부를 하는데, 전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말씀드린 콘텐츠를 200여개 만들고 싶습니다. 뜻 맞는 분들과 함께하면 더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제게 맡겨진 부분이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당할 수 있는 환경과 버틸 수 있는 힘이 제공되는 한, 계속 하고 싶습니다.

다른 온라인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성경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몇백, 몇천 개 만들 수 있다면, 주중 교회교육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목표와 청사진을 갖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박 목사가 성우, 음향감독 등과 함께 만들고 있는 온라인 교회교육 콘텐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