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승려가 버려진 십자가 지고 가서 전달
마우스, 피로 십자가 그려놓고, 교회 방향 욕설
문화 통해 ‘행복한 기독교’ 알려 이미지 쇄신을

구해줘 2
▲사기꾼이 목사로 나왔던 드라마 <구해줘 2>. ⓒtvN
시대성을 읽을 때 가장 빠른 것이 영화나 드라마입니다. 흑백 텔레비전시절 우리 집은 큰 텔레비전이 있어, 동네 사람들이 시청하러 오곤 했습니다.

가장 큰 손님(?)은 뇌성마비를 앓고 있던 ‘진패’라는 이름의 동네 청년이었습니다. 시청 종영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닿도록…’ 하고 애국가가 나와야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좀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밥도 가져다 주고,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과일을 나눠먹곤 했습니다. 어떤 날은 우리 식구 모두 잠을 자는데 진패 혼자서 텔레비전을 보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은 불평이 없으셨고,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큰 손님이 안 오는 날이면 궁금해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드라마를 생각하면 ‘여로’를 시작으로 ‘수사반장’, ‘세종대왕’과 ‘전원일기’ 등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중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는 시대성을 가장 잘 나타낸 작품입니다. 외화로는 ‘6백만 달러의 사나이’와 ‘포청천’이 기억납니다. 만화영화는 ‘아톰’과 ‘황금박쥐’, ‘마징가 Z’, ‘로보트 태권 V'가 있었습니다.

극장에서는 “오징어, 땅콩 있어!” 소리를 듣고, 영화 전에 나오던 ‘대한늬우스’를 통해 먼저 시대를 보았었죠. 그리고 아버지 친구가 주인공인 ‘성웅 이순신’, ‘미워도 다시 한 번’, ‘꼬마 신랑’도 생각납니다. 뒤돌아보면 시대성을 알 수 있는 추억들입니다.

2019년부터 2021년 현재를 돌아보면,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좀비’가 등장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좀비’는 서양 캐릭터인데, 우리나라 사극에도 등장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영화 ‘부산행’, ‘#살아있다’, 드라마 ‘킹덤’ 등이 그렇습니다.

구해줘
▲성추행과 사기 등을 저지르는 <구해줘 1>의 사이비 교주 백정기. ⓒtvN
그리고 시간여행 드라마와 영화도 시대성을 말해줍니다. 드라마 ‘시그널’, ‘철인왕후’, ‘터널’ 등 현재에서 과거로 또는 미래로 가고, 과거에서 현재로 오기도 하는 설정으로 현대극과 사극 모두에서 인기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드라마와 영화 문화 속에서 슬그머니 등장하고 있는 것이 종교 색채입니다. 종교적인 장면은 과거에 납골당, 결혼식, 은신처 등에 잠깐 등장하는 ‘씬(scene)’ 몇 장면 정도였지만, 이제는 사제인 천주교 신부님이 주인공이 되어 악당을 제압하고, 악귀를 물리치는 ‘열혈사제’의 ‘퇴마의식’ 장면이 공공연히 나옵니다.

그러다 보면 ‘하나님’, ‘하느님’, ‘기도’, ‘성경’ 등 신앙적으로 긍정적인 단어와 상대적으로 사탄, 귀신, 악귀 등 부정적인 단어도 등장합니다. 십자가도 클로즈업되고, 성당 중심의 교회도 등장하고 예배 모습과 구역모임까지 등장합니다.

불교 스님들은 위로자와 인생 안내자, 그리고 힐링을 담당하는 캐릭터로 나오고, 이웃들과 어울려 소통하며 식사하고 대화하고 화도 내며 사회인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절이 도시 한복판 상가 지하에 자리잡고 있는 장면도 나옵니다. 대중문화 속에서 ‘절’은 이제 더 이상 산속에 머물지 않고, 이제 ‘교회’처럼 세상 속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기독교와 교회, 목사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적습니다. 등장해도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행복한 종교가 아니고, 좋은 목사 캐릭터도 아닙니다.

드라마 ‘아르곤(2017년)’은 ‘방송사 사장이 목사 친척’이라서 대형교회 비리를 덮어주는 주제로, 드라마 ‘리턴(2018년)’에서는 사학재벌 2세 신학 교수가 악역으로 나옵니다. 이러한 문화를 역전시켜야 합니다.

빈센조
▲드라마 <빈센조>에서 주인공 빈센조(송중기)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승려를 바라보고 있다. <빈센조>의 작가는 신부를 미화한 드라마 <열혈사제>를 썼다. ⓒtvN
2020년과 2021년 가장 핫(HOT)한 드라마는 좀비사극 ‘킹덤’, 시간여행 드라마 ‘철인왕후’, 방영 중인 시간여행 드라마 ‘시지프스’와 ‘타임즈’가 있습니다.

그리고 살인마를 그리는 ‘괴물’, 종교적인 색채를 나타내는 드라마는 악귀 잡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종영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현재 상영 중인 ‘빈센조’와 ‘마우스’ 등이 있습니다.

드라마 ‘빈센조’ 속의 스님 캐릭터는 산에서 내려와 도시 한복판에 절을 만들고 이웃과 소통하고 식사하고 화도 내는 사회인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이웃집 찰스’ 같은 친절하고 부담 없고, 다가가기 편한 착한캐릭터입니다.

심지어 건설회사에서 교회를 허물었을 때, 그 교회 앞에 버려진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다른 교회에 십자가를 전달하는 너무나 착하고, 너그럽고, 마음 넓은 성직자로 나옵니다.

그런데 드라마 ‘마우스’에서는 신을 원망하고 욕하며, 살인 현장에 피로 십자가를 그려놓고, 교회가 있는 방향으로 욕을 표시하는 캐릭터가 나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화가 났습니다. 드라마 시작 전, 자막으로 ‘이 드라마의 상황과 이름, 종교는 실제와 다릅니다’라고만 쓰여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지는 어떻게 하라고….

귀한 십자가가 드라마 속에서 가치가 낮아지도록 누군가가 만든 것입니다. 작가, 피디(PD), 감독 누군가의 허락이 있었겠지요. 우리도 방어할 준비된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십자가를 십자가답게 세상 문화 속에서 그려낼 줄 아는 사람들 말입니다.

마우스
▲살인마가 현장에 붉은 색으로 ‘내가 신이야’라는 글을 남긴 모습. ⓒtvN
기독교와 예수님, 십자가를 변증하고 싶습니다. 구원의 십자가를 지키고 싶습니다. 사단은 문화를 통해 그리스도에 도전합니다. 우리가 문화에 눈을 떠야 합니다. 미래 세대를 준비시켜야 합니다.

문화평론을 하고 대중문화에 대해 강의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상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그래서 필자는 1차적으로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한 꿈도 꾸고 있습니다.

드라마 ‘빈센조’를 보다가 마침 그 종편방송에 후배가 있어, ‘기독교 씬’도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연락하고 싶었습니다. 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불교만 나오면 차별(?)이 되니 기독교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그래서 내가 직접 드라마 속 목사로 잠시 까메오로 등장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거룩한 분노’가 생긴 것입니다.

교회에서 연극해 본 솜씨(?)도 있고, 방송 ‘물’도 먹어봤으니 ‘까메오(cameo)’로 1회 방송만이라도 출연해 ‘좋은 목사 캐릭터’로 스님과 함께하는 장면을 연출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구체적인 방송 대본 상황을 생각한 후, 연락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 생각이라도 해야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갑자기 목사가 나와야 하니까, 그 건물에 파스타를 먹으러 들어갔다가 복도에서 우연히 스님과 스쳐가며 눈인사를 하는데, 마침 어린시절 친구인 것을 알게 됩니다. 과거 어린시절 씬으로 돌아가 스님도 목사인 나도 착한 일 하는 어린시절모습을 서로 생각하며, 동시에 “맞아! 맞아!” 합니다.

과거 씬으로 다시 가서, 스님 친구는 연등을 들고 다니며 ‘미래의 스님’ 모습을 그리며, 목사인 필자의 어린 시절에서는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성극하며 ‘미래의 목사’ 모습을 그리는 것입니다.

마우스
▲사이코패스를 다룬 드라마 마우스 포스터. ⓒtvN
그리고 “너는 당연히 스님이 될 줄, 나는 목사가 될 줄 알았다”고 말하고, 같이 식사가 나오자 필자는 반사적으로 식사기도를 하고, 스님은 반사적으로 ”아멘“이라고 외치면서 모두 웃게 되는 장면 말입니다. 그렇게 웃고 또 웃는 정도의 까메오로 나오면 좋을 것 같아서 구체적인 플랜을 짰습니다.

후배에게 전화하기 전에, 먼저 우리집 사모에게 최종 승인을 맡으려고 쭉~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 듣더니 아내가 하는 말이 “목사님! 그 드라마 이미 전체 촬영 끝난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같이 한참 웃었습니다. 처음부터 이야기하지 않고, 내 기를 살리고 응원하려고 다 들어주었던 것입니다.

기독교, 한국교회, 그리고 목사에 대한 다소 부정적 시각이 드라마와 영화에 고스란히 만들어져 문화 전쟁(?)에 쓰이니, 한 판 뒤집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도 감독, 피디, 작가 등 믿음의 사람들을 키워 문화 전쟁에 투입시켜야 할 것입니다.

타종교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문화 속에서 ‘행복한 기독교’와 ‘좋은 목사’ 캐릭터를 만들어 이미지를 좀 쇄신시키면 좋겠다는 소원을 가집니다.

이제 문화도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십자가가 비하될 때, 화(?)를 낼 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훗날 누군가가 드라마 ‘수사반장’이나 ‘전원일기’를 회상하며 시대를 읽는 것처럼, 기독교와 교회 그리고 목사에 대해 “그 시대 교회는 행복하고 좋았다”는 평이 나오기를 소망합니다.

“목사님! 장로님! 힘냅시다. 예수 사랑, 예수 승리!”

나관호
▲나관호 목사.
나관호 목사
뉴스제이 대표 및 발행인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조지뮬러영성연구소 소장
대중문화 및 교회사 연구교수
치매가족 멘토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한국교회언론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