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이며 광범위하고 중대한 인권 유린 규탄
코로나 관련 국제기구 입국 및 물자 수입 강조
5만여명 국군 포로와 후손들 인권도 최초 거론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비대면으로 진행중인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 모습. ⓒVOA
유엔은 23일(현지시간)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와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고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북한인권 결의안을 19년 연속으로 채택했다.

4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제46차 회의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컨센서스)로 결의했다.

유럽연합(EU)이 제출한 결의안 채택에는 47개국 중 3년 연속 이름을 올리지 않은 우리나라 대신 미국과 일본, 영국과 호주 등 43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북한에서 오랫동안 자행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제도적이며 광범위하고 중대한 인권 유린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 국제기구 직원의 출입과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물자 수입 허용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경에서의 무력 사용 자제 및 인도적 지원 기구의 활동 허용,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과 중요성 등도 촉구했다.

특히 북한에 남아있는 국군 포로와 후손들의 인권 침해에 대한 언급이 최초로 포함됐다. 이들을 위해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책임에 대한 추가 조치를 강구할 수 있도록 서울 유엔 현장사무소를 확대하기로 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에 따르면, 아직도 5만여명의 국군 포로가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요안나 호사냑(Joanna Hosaniak)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은 “우리는 수만 명에 이르는 국군 포로의 노예화를 강조해 왔고, 국군 포로와 그 후손에 대한 문장이 결의안에 포함하도록 권고했다”고 전했다.

인권이사회는 또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의 임기를 1년 연장했다.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는 유엔 제네바 사무국. ⓒ픽사베이
북한인권 결의안은 2003년 유엔 인권이사회 전신인 인권위원회에서 처음 채택된 뒤, 올해까지 19년 연속 채택됐다.

인권이사회에서는 2008년 이후 매년 채택되고 있으며, 2016년 제31차 회의 때부터 표결 절차도 없이 합의로 채택되고 있다.

북한은 오픈도어가 매년 집계하는 월드 워치 리스트(WWL) 20년 연속 부동의 박해 1위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은 유럽연합(EU)이 제출한 이번 결의안의 공동제안국 명단에서 또 다시 빠졌다. 한국이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것은 2019년,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다.

외교부는 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에 대해 보도자료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결의안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인권이사회에 복귀한 미국은 3년 만에 다시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시인 지난 2018년 6월 인권이사회를 탈퇴해, 2019년과 2020년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에서도 빠졌다.

그러나 인권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인권이사회에 복귀한 직후 북한인권 결의에 대한 지지를 촉구한 바 있다.

美 국무부 블링컨 장관은 지난 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는 근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고, 억압하는 사람들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 한대성 대사는 “결의안은 진정한 인권 증진과 보호와는 무관하므로 거부한다”며 채택에 반발했다. 그는 지난 9일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인권 문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정치화되지 말아야 하며, 국제정치의 도구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