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교회, 코로나19, 예배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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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성공회가 25일(이하 현지시각) 반(反)인종차별 훈련 뿐 아니라 흑인 및 소수민족 성직자에 대한 할당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 ‘더 스펙테이터’(The Spectator)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성공회 반인종주의 태스크포스(TF)는 다음주 대주교협의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했다. TF는 작년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대주교가 교단 내 인종차별을 사과한 뒤 구성됐다.

이 매체는 오는 4월 22일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예정인 이 문서의 제목은 ‘탄식에서 행동으로’라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흑인 및 소수민족 성직자들을 위한 할당제를 권고하며, 교단이 운영하는 학교의 교육을 쇄신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기념물 철거를 권고하고 있다.

TF는 작년 웰비 대주교가 노예 무역과 관련된 교회와 성당의 동상 및 기념관 철거를 요구하면서 결성됐다. 이러한 요구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미국 전역에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가 벌어진 후 나왔다.

전국의 42개 교구 중 흑인 또는 소수민족 출신 대주교는 첼름스포드의 골리 프랜시스 데카니 대주교 단 한 명 뿐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12년 당시 영국성공회 고위직(주교, 대주교, 성직자) 중 백인은 96%였으나 2019년 94%로 떨어졌다.

TF는 교회 산하 초·중등학교에 “인종 정의 증진을 구체적으로 참고해 광범위한 RE 커리큘럼을 개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5년간 기간제인 인종사법부(Racial Justice Unit, CRU)에 의해 재정 지원 및 감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교단이 “인종차별금지 학습 프로그램을 위한 온라인 모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초안에서는 교회가 대서양 횡단 노예 무역에 관여한 것을 언급하며, 관계자들이 “영국교회의 부끄러운 역사와 유산을 해결하기 위해 인정하고 뉘우치고 결정적 행동을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BLM 운동과 브리스톨 부두의 콜스턴 동상 철거는 새로운 빛을 발했고, 영국성공회가 유산 분쟁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절박함을 가져왔다고 했다.

지난 6월 웰비 대주교는 BBC 라디오4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조각상들과 관련해 “상황에 맞게 해놓을 필요가 있다”며 “그 가운데 일부는 철거되고, 일부는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당시 더타임스는 “지도자들이 일부 기념물을 변경하거나 철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후, 교단 내 16,000여개 교회와 42개 성당에서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런던의 한 성직자는 웰비 대주교의 발언에 대해 “죄 없는 자들만 기억될 수 있다면, 우리는 오직 그리스도만 추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버 인근 리버 패리쉬 교회의 앤디 바우트리 목사는 “우리 교회는 성인, 순교자, 영웅들로 가득하고, 수상한 돈으로 건축된 건물들이 많지만, 흠 잡을 데가 없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 죄인이다. 그래서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