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북이십일 아르테에서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호빗> 세트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판매된 전 권 도서 교환 조치를 결정한 가운데, 작가인 톨킨과 기독교적 세계관, 그리고 그와 우정을 나눈 C. S. 루이스에 관해 다룬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격식 없음’과 강한 친밀감 공유 통해
창조적이고 지속적으로 창작 성과 내
중심 인물들의 중요한 기준점 ‘기독교’

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콜린 듀리에즈 | 박은영 역 | 이답 | 352쪽 | 17,500원

<루이스와 톨킨>을 쓴 저자가 루이스와 톨킨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문학 클럽 ‘잉클링스(Inklings)’에 대해 본격적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잉클링스는 ‘모호하고 완성되지 않은 암시와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옥스퍼드 대학교 문학 토론 모임 ‘잉클링스’는 둘 외에도 루이스의 형 워렌 루이스, 루이스의 양아들 더글러스 그레셤, 톨킨의 아들 크리스토퍼 톨킨, <창조자의 정신>, <도그마는 드라마다> 등으로 기독교계에 알려진 추리소설가 도로시 세이어즈(Dorothy L. Sayers), 소설가 찰스 윌리엄스, 의사 험프리 하버즈, 변호사 오언 바필드, 제임스 던더스그랜터 경찰서장, 성공회 신부 피터 바이드 등이 함께했다.

잉클링스 구성원들은 전 세계 신화와 철학, 역사와 언어를 수집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20세기 판타지 문학의 토대를 닦았다. 톨킨과 루이스는 작품들을 이 모임에서 먼저 선보인 뒤 의견을 나눴다.

둘 사이 알려지지 않은 면들도 소개한다. C. S. 루이스는 1954년 케임브리지대학에 신설한 중세 및 르네상스 문학과 학과장 취임 연설에서, 중세와 르네상스 간에는 차이보다 유사성이 훨씬 많았으며, 그 이후 기계의 탄생이 훨씬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반지의 제왕 톨킨
▲<반지의 제왕> J. R. R. 톨킨. ⓒ아르테
저자는 이에 대해 “톨킨이야말로 루이스의 이 강연 주제를 작품 속에서 대단히 잘 구현해낸 인물이었다. 톨킨의 ‘올드 웨스턴(Old Western, 기계 탄생 이전의 문화 및 가치관)’ 테마는 소유와 권력에 관련된 주제들을 탐색하는 방식에서 명확히 드러난다”며 “<반지의 제왕>에서 고위 천사 모르고스(Morgoth)가 신의 창조적인 힘을 소유하고자 갈망하는 것에서부터 많은 주인공들이 절대반지를 휘두르고 싶은 유혹에 직면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소유’는 그의 이야기에서 일관된 주제”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톨킨은 잘못된 권력의 사용을 마법을 통해 특징적으로 표현하는데, 이것을 구체화시켜주는 것이 기계와 기술의 오남용”이라며 “모르고스, 사우론(Sauron), 사루만(Saruman)은 공히 권력 확장의 야욕에 불타 기계와 기술의 어두운 측면을 수용하고, 유전자공학적 실험을 통해 로봇과 비슷한 괴물 오크들을 창조하는가 하면, 기술을 동원해 만든 기계들을 이용하거나 이용하도록 고무한다”고 전했다.

저자는 1926년 옥스퍼드 교수로서 알게 된 두 사람 간의 대화가 잉클링스의 시작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끼쳤고, 각자의 저술 활동에 끼친 영향도 이에 못지 않았다고 말한다. “루이스가 결국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옥스퍼드대학 학부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방식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문학클럽 ‘잉클링스’에 대해 “대부분 옥스퍼드에 살고 모두 신앙인이었기에 ‘옥스퍼드 그리스도인’으로 불렸지만, 이는 잉클링스가 한 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아젠다나 격식을 강제하는 결과가 되기 쉽다”며 “굳이 꼬리표를 붙이자면 차라리 ‘올드 웨스턴’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한 그룹이라고 하는 편이 본질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루이스
▲C. S. 루이스. ⓒ홍성사 제공
이들은 단일화된 신념보다는 ‘격식 없음’이라는 본질과 강한 친밀감의 공유 덕분에 예상치 않게 창조적이고 지속적인 창작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잉클링스 중심 인물들은 정통 그리스도인이거나 기독교를 중요한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그리스도교 안에서 이교도적 통찰을 실현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클럽의 지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주도한 사람들은 루이스와 톨킨이었다. … 루이스와 톨킨이 가끔 ‘현대의 중세주의자’로 불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두 사람은 중세의 잃어버린 통찰을 회복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물이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이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기초로 한 ‘우정’이야말로, 잉클링스를 매우 의미 있는 문학 클럽으로 남게 한 원동력이다. 그들은 거리낌없이 서로 영감을 주고 받았다. 팬데믹으로 마음놓고 만날 수 없는 시대, 우리의 ‘잉클링스’는 어디에 있을까.